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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축소하고 대리 가입…곳곳 홍콩 ELS '불완전 판매'

<앵커>

금융당국이 홍콩 주가지수와 연계된 파생상품의 손실 과정을 두 달간 조사한 결과, 금융사의 상품 판매에 문제가 많았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투자 위험이 높은 시기에 실적을 독촉해 무리한 판매를 부추겼고, 이 과정에서 고객들의 상품 가입을 직원들이 대리해서 하거나, 서류를 변조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안상우 기자입니다.

<기자>

자신과 가족 앞으로 5억 원 넘게 홍콩 ELS 상품에 가입한 A 씨.

손실 난 적 없다는 설명에 신뢰가 갔습니다.

[A 씨/홍콩 ELS 가입자 : 상환이 안 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그랬기 때문에 보험조차 해약하고서 갖고 오라고 그랬었거든요.]

1억 원 넘게 넣은 B 씨도 같은 설명을 들었습니다.

[B 씨/홍콩 ELS 가입자 : '중국이 망하겠냐?'부터 시작해서 '손실 위험이 없고 나라가 망하지 않은 이상 손실은 절대 안 난다' 이렇게 얘기한 거죠.]

홍콩 H 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불과 1년 만에 1/4 수준으로 폭락했는데, 은행에서는 이 기간을 빼고 금융위기 이후 10년을 손실 위험 분석기간으로 정했습니다.

설명 의무 위반입니다.

[이세훈/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 과거 금융위기 때나 이런 위기 상황을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손실 위험이 제로(0)로 고객들한테 설명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위험회피성향의 투자자에게도 판매할 수 있도록, 거래 목적이나 재산 상황 등 필수 고려 항목을 누락하거나 점수가 배정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고령층에 대한 설명 부족과 대리 가입도 다수 확인됐습니다.

[C 씨/홍콩 ELS 가입자 : 우리같이 고령자고 금융 지식이 없고 이런 사람이면 은행에서도 절대 가입을 시키면 안 되게 돼 있어요. 그런데 그런 걸 다 무시하고 가입을 시킨 거예요.]

불완전판매를 더 부추긴 건 전사적인 영업 실적 경쟁.

H지수 변동성이 커진 시기에도 ELS 상품을 많이 판매할수록 높은 성과 점수를 받도록 독려했습니다.

[이복현/금융감독원장 : 고객 손실 위험이 커진 시기에도 판매 한도 관리를 하지 않거나 판매를 독려함으로써 불완전 판매를 조장한 측면이 컸습니다.]

과거 DLF 사태 이후에도 고위험 상품의 은행 판매를 허용하고 관리 감독에 소홀했던 금융당국 책임론도 제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판매사에 대한 제재 절차와 함께 고난도 상품 판매 규제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 영상편집 : 김진원, 디자인 : 방명환·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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