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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앵커>

3월 8일,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1900년대 초, 미국에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가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는, 대대적인 시위가 있었습니다. 여성노동자들이 시위에 나섰던 그날 3월 8일을, 유엔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고, 우리도 2018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노동자들 처우는 여전히 열악합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남성의 70% 수준이고, 일하는 여성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입니다.

세계 여성의 날, 거리로 나온 콜센터 여성 노동자들을 박서경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지난 2022년 한 콜센터에 걸려온 전화,

[(전화 끊으면 죽는다.) 고객님 통화 안 됩니다. 고객님. (이 XX, X 같은 X이 귓구멍 막혀서 어떻게 상담하냐.)]

또 다른 통화에서도 반말과 욕설이 쏟아집니다.

[어떻게 했길래 고객 입에서 욕 나가는지 들어봐 이 X아.]

하지만 콜수에 따라 성과가 책정되니, 감정을 추스를 시간은 없습니다.

[양명주/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 화장실 5분 이상만 가도 화장실 앞으로 와서 들어와서 콜 받으라고 하고요. 동료들은 여성계 질환으로 많이 고통을 겪고 있어요.]

필요한 휴가를 내기도 눈치가 보입니다.

[김금영/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 저는 난임 치료 중입니다. 최소 주 1회는 병원에 가야 하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유급휴가는 사치입니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월평균 소득은 최저 임금을 조금 넘는 220만 원.

절반 정도가 계약직이고, 경력단절 여성의 비율도 높습니다.

[김현경/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 직장생활을 하다가 경력 단절되면서 온 거기 때문에, 애가 셋인데도 불구하고 갈 수 있는 데가 없다 보니까 (온 거죠)]

여성 비율이 95%가 넘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콜센터 노동자 800여 명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하루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상담사들이 업무를 하고 있을 시간이지만, 오늘(8일) 하루만큼은 전화기 앞이 아닌 이곳 거리에 모여 더 나은 노동 환경을 촉구하며 행진했습니다.

[김금영/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 비정규직, 나쁜 일자리가 없어야 일하는 대한민국 여성이, 나라도 건강해집니다.]

노동자들은 여성이라서, 비정규직이라서 차별받지 않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영상취재 : 강시우, 영상편집 : 안여진, 디자인 : 김민영·김규연,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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