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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말하는 '인연' 에 감동"...'패스트 라이브즈'·'가여운 것들' 등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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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의 씨네멘터리

"'패스트 라이브즈', 한국계 극작가의 '인연' 그려내"
"패스트 라이브즈, 관객 마음 움직여…시나리오·연기 등 인상적"
"'가여운 것들', '실험체' 벨라 이야기…세계 경이로움·정체성·가치관에 질문"
"'듄 2', 티모시 샬라메 주연 'SF 대서사시'…스케일·그래픽 등 압도적"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라이브 방송이라 기사와 방송 내용은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제9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있는데요, 오늘은 아카데미 최고상이죠, 작품상 후보 중에서 이번 주에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두 편을 먼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Q. 첫 번째로 소개해주실 영화는 한국과도 깊은 인연이 있는 영화라구요?

그렇습니다. 일단 12살 때 캐나다로 이민 간 한국인 감독이 만들었구요, 주인공도 한국인들입니다 (제가 지금 한국인이라고 하는 건 한국계까지 포함해서 하는 겁니다) 당연히 대사의 절반 정도가 한국어고요, 한국 투자배급사인 CJENM이 미국 독립영화계의 강자 A24와 함께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영화 제목은 “패스트 라이브즈”, 그러니까 전생이라는 뜻인데요, 지금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라가 있습니다. 특히 셀린 송 감독은 데뷔작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역대 세 번째 여성 감독인데 아시아계로는 최초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미 미국 독립영화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39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나 전미비평가협회상, 고담 어워즈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전세계 75관왕을 수상하면서 지난해 최고의 영화 가운데 하나로 공인받다시피 했습니다. 

Q. 도대체 어떤 내용의 영화길래 그렇게 큰 주목을 받은 건가요?

줄거리는 사실 단순합니다. 어릴 적에 서로 좋아하던 해성과 나영이라는 소년 소녀가 있습니다. 그런데 나영이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면서 둘은 헤어지죠. 12년이 흐릅니다. 두 사람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화상으로 만남을 갖고 과거의 감정을 되살려가는데요, 나영이가 어느 날 글쓰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면서 잠깐 연락을 중단하자고 말하면서 두 사람은 또 헤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그 잠깐이 12년이 되고 맙니다. 직장인이 된 해성은 마침내 나영을 만나러 뉴욕으로 갑니다. 그런데 나영은 그 사이에 백인 남성과 결혼을 했고, 노벨문학상을 받기 위해서 이민을 간다는 어린 시절의 호기는 사라지고 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닌 생활을 위해서 글을 쓰는 작가가 돼있습니다. 두 사람은 맨하탄에서 자유의 여신상도 보러 가고 유람선도 타면서 지난날과 서로의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Q. 줄거리만 들으면 잔잔하고 별 것 없을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떤 점이 이 영화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게 한 건 가요?

우리로 치면 첫사랑이죠,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 표현을 쓰지 않고, ‘childhood sweetheart’ 즉 어린 시절의 연인, 이렇게 표현을 하는데요, 이런 감정이 성장하면서 조건과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인연’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런 보편적인 이야기를 수미쌍관식의 시나리오를 통해서 잘 구현을 했고요, 그 각본을 또 그레타 리와 유태오, 존 마가로 이 세 배우들이 섬세한 연기로 잘 소화했습니다. 배우들의 감정선을 따라 움직이는 촬영도 인상적입니다. 특히 ‘인연’이란 단어를 번역하지 않고 한국어 발음 그대로 쓰면서 영화의 키워드로 등장시킵니다. 

Q. 이 영화의 감독인 셀린 송이 “넘버3”라는 영화를 만들었던 송능한 감독의 딸이라면서요?

그렇습니다. 한석규, 최민식같은 당대 스타배우들이 나온 캐스팅도 화려했지만 특히 송강호 배우의 출세작인 “넘버3”는 잘 아시죠? 송능한 감독이 “넘버3” 이후에 “세기말”을 만들고 캐나다로 이민을 갔거든요. 그때까지만 해도 송하영이란 이름으로 살던 셀린 송 감독도 12살에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가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바로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입니다. 셀린 송 감독의 얘기 들어보시죠.

셀린 송 / “패스트 라이브즈” 감독
“저희 영화를 이 세상에 내보내면서 가장 감동적이고 감명 깊었던 부분은 인연이라는 단어를 한국 사람이 아닌 분들이 / 이 단어를 얘기하는 것이 가장 저는 감동적이거든요. 왜냐하면 인연이라는게 한국에는 단어가 있지만 /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못 느끼는 감정은 아니에요 그래서 그 부분이 굉장히 보편적이라고 생각하고 다들 이 영화를 본 다음에 아 내 인생에도 이런 인연들이 있구나 라는 얘기를 하면서 나오게 돼서 그래서 제 생각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사랑해 주신다고 생각해요.”

Q. 다음 영화로 가시죠. 역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라있는 “가여운 것들”이라는 영화네요.

네, 작품상을 포함해서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이번 아카데미상 11개 부문 후보로 올랐습니다. 13개 부문 후보로 오른 “오펜하이머” 다음으로 최다 노미네이트된 영화입니다. 
이번 작품상 후보작 10편을 살펴보니까 오늘까지 포함해서 제가 뉴스브리핑의 이 코너를 통해서 모두 7편을 소개드렸습니다. 나머지 세 편 중 두 편은 아직 국내 미개봉작이고요, 한 편은 넷플릭스 영화입니다. 이 코너를 통해서 극장에서 개봉하는 중요한 영화들은 빼놓지 않고 소개를 해드리고 있습니다. 

“가여운 것들”은 80회 베니스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그리스 출신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다, 이렇게 얘기하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할 것 같은데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한국에는 “더 랍스터”나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라는 영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마디로 기괴하고 요상한 취향과 스타일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고 거칠게 얘기할 수 있는데요, 만드는 작품마다 칸과 베니스, 영국 아카데미 등에서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는 신작이 나올 때마다 주목받는 감독입니다. 최근에는 한국영화계의 저주받은 걸작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크한다는 발표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Q. 그래도 이번 영화는 전작들에 비하면 비교적 밝고 가벼운 편이라면서요. 일단 줄거리를 소개해주시죠

네 일단 이 영화는 동명의 원작 소설이 있다는 점부터 말씀드립니다.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작가 엘러스데어 그레이가 1992년에 출간한 동명의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했습니다. 최초의 SF소설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프랑켄슈타인 아시죠? 그 이야기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윌렘 대포가 연기하는 천재 해부학자 백스터는 강 아래로 몸을 던진 한 여자를 건져올리는데 그 여성은 임신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이 박사는 태아의 뇌를 엄마에게 이식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이 탄생하는 거죠.

그렇게 탄생한 이 여성은 몸은 성인인데 뇌는 어린 아이라서 걸음걸이도 아직 성숙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천진난만합니다. 벨라라는 이 여성에 반한 바람둥이 변호사가 벨라를 설득하고 유혹해 먼 여행길에 나서고 시간이 지날수록 벨라는 지적으로 성숙해지면서 세상을 탐험해 나갑니다. 

벨라는 세상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서 파리에서 몸을 팔면서 살아가기도 하는데 그것 자체에 대해서도 아무런 편견이나 죄책감도 갖지 않습니다. 이런 벨라와 우리가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주변인들의 행동을 통해서 세계의 경이로움과 개인의 정체성, 가치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입니다.

Q. 줄거리와 지금 나간 영상을 보니 여자 주인공 역할이 정말 쉽지 않았겠는데요? 엠마 스톤이 주인공이네요. “라라랜드”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는데요. 

네 “라라랜드”에서 라이언 고슬링의 연인 미아 역으로 나와서 빼어난 연기와 춤을 보여줬었죠. 이 밖에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버드맨”, “더 페이버릿”, “크루엘라” 등 블록버스터와 예술 영화를 넘나드는 연기 잘 하는 배우인데요,

이번에는 몸은 성인이지만 머리는 어린 아이인 연기부터, 상당히 높은 수위의 베드씬까지 소화하면서 그간의 평판을 재확인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톱스타 배우들이 노출 연기는 거의 안하는 편인데요, 엠마 스톤은 이번 영화에서 전라 노출까지 감행하면서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엠마 스톤은 “라라랜드”로 이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한 번 받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수상을 하면 두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는건데, 영화를 보면 수상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만약에 수상을 한다면 엘리자베스 테일러, 잉그리드 버그만, 메릴 스트립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두 번 받은 배우 반열에 올라서게 됩니다.

Q. 자 마지막 영화는 대중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를 들고 오셨군요. “듄:파트2” 요즘 화제작이죠? 아이맥스관은 표가 없어서 보기 힘들다면서요?

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스크린을 가진 CGV 용산 아이맥스관은 표를 구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드니 빌뇌브 감독이 이 영화를 아이맥스 비율로 찍었기 때문에 일반관에서보면 화면의 위 아래에 잘릴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맥스 비율을 무턱대고 자른 건 아니고 일반 상영관에서도 2.39:1이나 2.20:1 비율에 최적화해서 트리밍을 합니다. 그래도 1.43대 1이나 1.90대의 아이맥스보다는 아무래도 정보량이 적죠. 화면을 통해서 좀 더 직관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듄:파트2”는 국내에서는 “파묘”에 밀려서 2위를 하고 있습니다만, 북미에선 개봉 첫 주말 수익만 1000억원 넘게 올리면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70mm 아이맥스 상영관이  전체 티켓 수입 중 아이맥스관 수입이 23%에 이릅니다. 

Q. 이 영화가 그런데 원작이 있잖아요. 굉장히 방대한 분량이라서 줄거리도 복잡하죠? 그래서 전편을 보지 않아서 엄두가 안난다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스타워즈”와 “왕좌의 게임”에까지 영향을 줬다는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소설이 모두 6부로 돼 있고 듀니버스라고 할 정도의 SF 대서사시인데요, 한국에서는 총 18권으로 나뉘어 출간이 됐다가 3년전에 6권짜리 전집으로 재출간됐습니다. 

그런데 “듄:파트1”과 “파트2”를 합쳐도 원작 소설 1권을 겨우 끝낸 거거든요. 원작 소설팬들은 아쉬움이 있겠습니다만, 저처럼 책을 못 본 사람도 영화는 영화대로 보는데 크게 지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복잡하다면 복잡하고 간단하다면 간단합니다. 기본적으로 영웅 서사의 구조를 가진 반영웅서사이기 때문이죠. 시대 배경은 만191년입니다. 1편에서 우주 황제의 계략에 빠져 사막 행성에 왔다가 귀족 가문의 아버지를 잃은 폴은,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했죠, 2편에서는 아라키스 행성의 사막 부족인 프레멘과 함께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황제에 맞서 싸우는데 그 과정에서 서서히 사막 부족의 메시아로 추앙받기 시작합니다. 

여기까지가 매우 간단하게 설명한 듄 파트1과 파트2의 줄거리입니다. 그런데 제가 앞에서 반영웅서사라고 말씀드렸죠? 듄은 기본적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와 그를 따르는 광신도 집단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하는 이야기입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3편까지 만들 예정입니다. 

Q. 볼거리가 상당하다면서요?

사람들이 아이맥스를 찾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 사막에서 벌어지는 광대한 스케일의 영상, 실제 같은 컴퓨터 그래픽, 한스 짐머의 독창적인 음악과 효과가 어우러져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영화란 무엇인가?를 확실히 경험하게 해줍니다. 

다만, 익스트림 롱샷과 티모시 샬라메와 젠데이야의 클로즈업으로 주로 구성되는 아름다운 화면을 오랫동안 보고 나오면 깔끔한 화보집을 한편 보고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SBS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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