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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112년 만의 전·현직 대결…승패 가를 변수는?

[월드리포트] 112년 만의 전·현직 대결…승패 가를 변수는?
전체 대의원 1/3 이상을 놓고 격돌한 슈퍼 화요일 경선이 마무리되면서 바이든 대 트럼프의 재대결이 확정됐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 경선 자체가 무의미한 바이든은 물론, 트럼프도 유일한 당내 경쟁자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경선을 포기하면서 '매직 넘버'라고 불리는 대의원 과반수 확보 여부에 관계없이 단독 후보가 됐습니다. 전·현직 대통령 간의 대결은 112년 만입니다.

오래전부터 두 사람 간 재대결이 확실시 돼온 만큼 이들의 후보 확정 소식에 놀라거나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후보 선출 때까지의 얘기이고 본선 대결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두 사람의 승패가 가져올 변화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만만치 않은 파장을 불러올 걸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양당의 후보가 정해졌으니 다음 관심은 본선 대결에서 누가 승리 하느냐 입니다. 두 사람 간 대결이 오차범위 내 박빙인 데다 선거 때까지 아직 8개월이나 남아 있다 보니 현시점에서 승패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승리를 위해 두 후보가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짚어보는 건 향후 대선 판도를 읽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열성 지지층' 등에 업은 트럼프…중도층 잡기 숙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관례대로라면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부터 쓰는 게 맞겠지만 관심도 측면에서 트럼프가 압도적인 만큼 트럼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트럼프의 과장 큰 과제는 중도층 표심 확보입니다. 연방 국가인 미국은 지지 성향이 확실한 주들을 뺀 예닐곱 개 경합 주가 승패를 좌우합니다. 당내 영향력과 본선 경쟁력이 별개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물론 경합 주 대결에서도 열성 지지층의 결집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들만 바라보면 됐던 경선과 달리 본선에서는 그들과 생각이 다른 중도층도 설득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과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가장 큰 숙제는 앞서 선거 때마다 공화당 발목을 잡았던 낙태, 즉 임신중지를 어떻게 푸느냐입니다.

트럼프는 그간 이 문제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왔습니다. 그가 16주 이후 임신 중지 금지에 찬성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도 가짜뉴스라고 부인했습니다. 그렇게나 신중했던 트럼프 입에서 직접 나온 숫자는 '15주'였습니다. 트럼프는 폭스뉴스 앵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나는 점점 더 15주에 대해 듣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배아 단계부터 사람으로 봐야 한다는 보수 진영과 산모의 생명권,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는 진보 진영의 주장 가운데 나름의 절충점을 찾고자 한 걸로 보이는데 이런 선택이 중도층 표심 잡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늘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사법 리스크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슈퍼 화요일 경선 전날 나온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그에게 상당한 보탬이 됐습니다. 지난 2021년 1월 의회 폭동 때 지지자들을 부추겨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대선 출마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대법원 결정을 뒤집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격 시비의 원인이 됐던 의회 폭동 내란 가담 혐의 자체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연방 대법원이 대선 전에 이 문제를 다룰지 확실치 않지만 이외에 다른 형사사건과 민사사건도 여러 건입니다. 트럼프 지지층이야 어떤 결과가 나온다 해도 생각을 바꾸지 않겠지만 어떤 사건에서든 유죄가 확정된다면 중도층 이탈 위험은 그만큼 커지게 됩니다. 실제로 지난달 로이터통신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응답자의 25%, 무소속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각각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범죄 혐의로 유죄를 받을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분열된 공화당도 그의 도전을 어렵게 만다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바이든과 한 목소리를 내는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은 '마가' 중심의 강경파가 당 지도부를 흔들면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트럼프 메시지도 때에 따라 수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가'야 큰 틀에서 트럼프 편이라고 쳐도 당내 중도층의 지지를 받아온 헤일리 쪽 표심은 문제입니다. 헤일리는 사퇴하면서 트럼프 지지를 명확히 하지 않았습니다. 슈퍼 화요일 투표소에서 만난 한 공화당원은 "Anyone But Trump"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경제 좋아졌다"는 답에도

바이든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그렇다면 바이든이 풀어야 할 숙제는 뭘까요? 먼저 '나이'입니다. 지금도 82세로 최고령 대통령인 상황에서 재선 도전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습니다. 본인이 열심히 한다고 혹은 마음을 고쳐 먹는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보니 바이든에게는 가장 큰 숙제입니다. 문제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외부활동을 포함한 노출이 많아질 텐데 그의 건강이 바이든 측 주장만큼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지 특파원들 사이에서도 바이든의 모습이 1~2년 전과 사뭇 다르다는 평이 많습니다. 연설이나 대중들을 상대할 때면 정치인 특유의 에너지를 보여줬는데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현지시간 7일 밤 예정된 국정 연설에서 바이든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국정 연설에서는 즉석에서 공화당 의원과 설전을 벌일 만큼 나름 활력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다음은 경제 문제입니다. 정책 사안으로는 대선에 가장 영향력이 큰 분야입니다. 바이든 캠프는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잡는 동시에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이루고 있다며 연일 홍보하고 있습니다. 효과가 있었는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1%가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인 지난 2년 간 경제가 좋아졌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대비 10%p 상승한 결과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인식 변화에도 바이든의 지지율은 생각만큼 크게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서 가상 양자 대결 시, 트럼프 47%, 바이든 45%로 트럼프가 오차 범위 안에서 앞서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때 4%p 격차를 줄이긴 했지만 경제 여건에 대한 인식 호전에 비하면 변화 폭이 상대적으로 미미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민과 국경 문제도 바이든에게는 부담입니다. 불법 이민 급증과 관련 범죄, 마약 유통까지 광범위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면서 이미 공화당 지지자나 국경을 맞댄 주의 지엽적 문제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트럼프가 여야 합의로 만든 상원의 국경 포함 안보 패키지 법안에 반대하면서 반격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지만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경 문제 해결을 막았다고 주장하지만 국경과 이민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민심이 얼마나 호응해줄지는 미지수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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