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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살해 후 자해 사망'…법원 "군 부실 수사, 배상해야"

20년 전 '살해 후 자해 사망'…법원 "군 부실 수사, 배상해야"
군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로 군인 아들의 사망 원인을 20년 넘게 제대로 알지 못한 어머니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 김병휘 판사는 지난달 7일 "국가가 박 모 일병의 어머니에게 6천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박 일병은 지난 2002년 7월 같은 소대 선임인 A 상병과 함께 초소 경계근무에 투입됐다가 A 상병과 함께 총상을 입고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해당 부대는 박 일병이 A 상병에게서 근무 중 질책을 듣고 폭행을 당하자 A 상병을 K2소총으로 쏴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결론 냈습니다.

박 일병의 가족은 이를 납득하지 못했지만 거듭되는 조사에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육군본부는 2005년 3월 사고를 재조사한 뒤 헌병대의 최초 조사 결과와 동일한 결론을 내놨고,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10월 유족의 진정을 기각했습니다.

3개월 뒤에는 다시 증거자료 부족을 근거로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정했습니다.

박 일병의 사망 구분은 유족이 재심사를 신청한 끝에 2018년이 되어서야 '자살'에서 '순직'으로 바뀌었습니다.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박 일병이 선임의 가혹행위, 부대·신상 관리·지휘감독 소홀, 경계 작전 원칙 미준수 등으로 사망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박 일병의 어머니 김 씨는 군 수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며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에도 진정을 냈고, 위원회 역시 헌병대 수사 과정에 현장 보존 실패와 허위 문서 작성 등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박 일병의 어머니는 "군수사기관의 부실한 초동수사와 수사상 과오 등으로 인해 아들의 사망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하지 못하게 됐다"며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박 일병 어머니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군에서 외부인 접촉이 차단되고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이해 관계인의 참여·감시가 보장되기 힘든 점 등을 고려할 때, 헌병대는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할 의무가 일반 수사기관보다 더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럼에도 수사상 필요한 조치를 충분히 다 하지 못했다"고 질책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군수사기관이 사망 병사들의 총상 수와 초소 내 발견된 탄피 개수가 같지 않은데도 실제와 다르게 기재한 점, 최초 발견자와 출동 소방관·경찰관의 진술이 군수사기관과 다른 점 등을 근거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2심에서도 사망 경위와 조사 결과를 둘러싼 책임 공방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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