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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버스터] 북 핵잠 보유까지 5년 남았다? 호주·브라질도 갖게 될 핵잠, 한국은?

안녕하세요. 한반도 주변 외교 안보 소식 전해드리는 벙커버스터, SBS 외교안보팀 김아영 기자입니다. 저는 지난해 7월 42년 만에 한반도에 기항한 미국의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을 한국 기자로서는 처음으로 취재했습니다. 벙커버스터를 통해서 내부도 속속들이 소개해드렸는데요. 그간 핵 개발에 몰두해 온 북한이 요즘 이런 핵잠수함을 갖겠다며 움직이고 있습니다. 북한판 켄터키함 상상이 가시나요? 북한이 핵잠수함을 가지는 일,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1) 김정은의 핵잠수함 야망…과도기는 프랑켄슈타인?

지난 1월 28일로 가보겠습니다.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불화살 3-31이라는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을 둘러본 날인데 북한 매체가 슬쩍 이런 언급을 했습니다.
조선중앙TV(지난 1월)
김정은 동지께서는 이날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구체적으로 료해(파악)하셨습니다.

김정은이 핵잠수함에 관한 과업과 대책을 지시했다고 밝혔는데요. 핵추진잠수함 설계가 마무리 단계라고 북한이 주장한 게 3년 전입니다. 이 날 현장도 실물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수준까지 온 것인지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잠수함 함장 출신의 전문가들의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문근식 /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전 핵추진잠수함사업단장 (이하 문) : 저는 김정은이 과거에 보면 어느 정도 되면 가서 시찰을 하는 거예요. 이번에 핵잠수함을 가서 지도를 했어요. 그러면 불과 한 4년 5년 이내? 저는 그렇게 봐요. 그 정도면 가능할 것 같으니까 가서 이제 힘을 실어주면서 과시하는 거죠.]

[최일 / 잠수함연구소장, 해군사관학교 초빙교수 (이하 최) : 북한은 1995년 이후 중형 잠수함을 건조한 실적은 없습니다. 그런 북한이 당장 3천 톤급 이상의 핵추진잠수함을 만들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요. 저는 북한이 앞으로 10년 내에는 핵추진잠수함을 만들 수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핵추진잠수함을 만들기 위해선 잠수함을 건조하는 기술, 그리고 원자로를 선박용으로 아주 작게 만드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기술 수준뿐 아니라 부품을 조달하는 것에도 차질이 없어야 하는데 북한은 대북 제재 속에 자금난을 겪고 있죠. 그래서 당장은 과도기 용도로 기존 잠수함을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술핵잠수함이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이게 이른바 김군옥함입니다.

[문 : 핵잠수함을 건조하기 전에 그냥 있지 말고 일단 물속에 집어넣어 그래서 미국도 위협하고 일본도 위협하고 한국 남한도 위협해 이렇게 하니까 급하게 만들어 놓은 잠수함, 그러니까 디젤 전기 추진 잠수함의 핵무기를 실은 잠수함 그것이 김군옥함이에요.]

김군옥함은 진수되자마자 '기괴한 형상이다, 프랑켄슈타인 잠수함이다'라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잠수함은 보통 길이와 폭이 9대 1 정도입니다. 비율이 너무 안 맞으면 기동성이 떨어지는데 김군옥함은 보시는 것처럼 가로가 훨씬 깁니다. 길이를 과도하게 늘려 대형 수직 발사관 4개 소형 수직 발사관 6개, 모두 10개의 발사관을 설치한 걸로 파악됩니다.

(2) 전략핵잠 켄터키 파괴력은?…한국 362 프로젝트

북한이 궁극적으로 갖고 싶어 하는 것은 핵무기를 실은 핵추진 잠수함 즉 전략핵잠수함입니다. 미국의 켄터키함은 디젤을 연료로 쓰는 재래식 잠수함과 달리 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하는 원자로를 가동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무제한 잠항할 수 있습니다. 블루팀과 골드팀으로 불리는 승조원 그룹이 번갈아 가면서 임무를 수행하고 이 교대 근무를 위해서 물 위로 올라오는 정도입니다.

[치미 제이콧 / 7잠수함전대 사령관(미 해군 대령) /지난해 7월 : 필요하다면 잠수를 한 상태로 90일에서 100일 이상도 있을 수 있습니다. 잠수함에 있는 음식이 유일한 제한입니다. 반면에 재래식 잠수함은 상황이 다릅니다.]

재래식 잠수함은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수시로 디젤 엔진을 돌려야 하고 이 때 산소가 필요합니다. 물 위로 자주 올라와야 한다는 얘기고 이 때 위치가 노출될 우려가 있습니다.

[문 : 보통 나라의 모든 디젤 잠수함은 하루에 두세 번씩 올라와야 해요. 현대 디젤 잠수함은 한 5일 이내, 그것도 저속 시속 11km 이하에서 한 5일 이내에 견딜 수 있어요. 그리고 고속으로 그냥 완전 풀 스피드 전속으로 가면 1시간 이내에 깡통이 돼요. 배터리 아웃.]

켄터키함에 실린 트라이던트2 미사일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들고 있는 삼지창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최대 사정거리만 1만 2천 킬로미터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곳곳에 덮개가 덮여져 있습니다. 1번부터 24번까지 숫자가 적혀 있는데요. 트라이던트2 미사일이 실제 장착되고 발사되는 공간입니다

[치미 제이콧 / 7잠수함전대 사령관(미 해군 대령) / 지난해 7월 : 미사일 옆에서 잠이 드는 겁니다. 돌아보시면 거대한 관이 보입니다. 그 안에 모두 미사일이 있는 겁니다.]

24발 모두 장착하면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600배에 달하는 위력을 가지게 되죠. 실제로는 전략무기 감축협정으로 20개까지 실을 수 있다고 하는데 어느 쪽이든 국가 하나를 없애버릴 수 있는 최종 병기인 겁니다

[크리스 캐바나 / 미 해군 7잠수함전단장(준장) / 지난해 7월 : 켄터키는 우리의 3대 핵전력의 부분입니다. 자체 내구성에 의해 마지막까지 생존 가능한 축입니다. 동맹과 파트너들을 안심하게 하고 어떠한 적도 억제합니다. 켄터키는 안전하고 효과적이고 준비된 무기 시스템입니다.]

NPT가 인정한 핵보유국가인 미국과 대북 제재 속에서도 핵개발에 몰두해 온 북한과 달리 우리나라는 NPT 규범을 준수하는 비핵국가입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도 핵잠이란 걸 꿈꾼 적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핵무기가 있는 전략핵잠수함이 아닌 핵무기 없이 추진체만 원자력을 활용하는 핵추진잠수함입니다. 362사업이라고 이름 붙여진 프로젝트의 골자는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3척을 2020년 전에 실전 배치한다는 것이었는데 추진 계획이 너무 빨리 외부로 노출되면서 결국 흐지부지 됐습니다.

(3) 핵추진잠수함 보유, 이제 판도가 달라진다?

2024년 3월 현재 전 세계에 핵추진 잠수함을 갖고 있는 건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인도까지 6개 나라입니다. 앞에 다섯 나라는 NPT 체제 안의 핵보유국이고 인도는 Npt 바깥에 있는 사실상 핵보유국이어서 핵추진잠수함 가진 나라, 지금까지는 모두 핵보유국이었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핵보유국이 아니면서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릴 나라가 있습니다. 호주죠.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계획은 오커스 출범을 떼놓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오커스는 미국이 영국, 호주가 참가하는 3자 안보 협의체인데 세 정상이 처음 얼굴을 맞대고 정상회담을 한 자리에서 나온 결과물이 핵추진잠수함 도입이었습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지난해 3월 13일, 오커스 정상회의) : 미국이 핵추진 기술을 공유한 것은 65년 만에 처음이자 역사상 두 번째입니다. 감사합니다.]

미국은 2030년대 초부터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3척, 필요할 경우 최대 5척을 호주에 판매하고 이와 별개로 영국과 호주는 미국 첨단기술을 도입한 핵추진 잠수함을 공동 개발할 예정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호주는 오커스 쿼드에 동시에 가입된 국가입니다. 또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눈치 볼 필요 없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나라라는 강점이 있습니다. 동맹국인 일본은 헌법 9조 때문에 해양에서의 즉각 개입이 어려운데, 호주는 군사활동에 큰 제약이 없고 남중국해와 타이완 일대까지 정찰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호주와 손잡으면 인도 태평양을 장악하는 것이 더 수월해집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난해 3월 13일 오커스 정상회의) : 전례 없는 3국 간 협력은 우리를 하나로 묶는 강력한 오랜 유대 관계와 인도 태평양이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공동의 약속의 증거라고 믿습니다. 호주는 그간 중국에 강경 노선을 천명해 왔습니다.]

[조재욱 /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호주는) 제로섬 게임의 구도를 보여준 적도 있고 또 국내 일부 정치인들은 전쟁 불사라는 단어를 꺼내고 있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중국을 현상변경을 시키려는 그런 국가로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나라가 바로 호주다.]

모리슨 전 총리 시절엔 중국으로부터 경제 보복을 감수하면서 화웨이 5G 이동통신 장비 사용을 금지시켰고, 중국과 맺은 모든 협약을 무효화할 수 있는 권한을 총리에게 주는 대외관계법을 제정했습니다. 지난해 집권당이 교체되면서 중국과 나름대로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지만 호주 외교부는 여전히 핵추진잠수함이 중국 억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4) 한미원자력협정 문턱일까…미국의 진짜 속내는?

한국에 핵추진잠수함을 들여오기 위해선 한미 원자력 협정부터 개정해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협정이 가동된 게 1957년 42년 만인 2015년 개정된 게 가장 최근입니다. 여기에 따르면 우리는 미국과의 협의를 전제로 미국산 우라늄을 저농축, 그러니까 20% 미만까지 농축할 수 있습니다. 통상 원자력 발전소에 쓰이는 우라늄은 3~5% 정도고 20% 이상은 고농축 우라늄으로 불리는데 핵탄두 같은 무기를 만들려면 95% 이상 농축해야 합니다. 군사적 목적이 아니라는 내용 때문에 이걸 고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지만 정부 입장은 결론부터 얘기하면 완전히 별개라는 겁니다. 한미 원자력 협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정이고 군사적 이용과 관련된 사안은 아예 협정 범위 바깥에 있다는 거죠. 다만 그렇다고 미국 문턱이 전혀 없다 이렇게 볼 수는 없습니다.

[문 : 미국은 세계의 핵 비확산을 총책임지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고 그걸로 약속을 통제를 한단 말이죠. 그래서 누가 우라늄을 군사적으로 사용하느냐 핵무기를 만드느냐 이걸 감시해요. 미국이라는 나라는 전 세계 NSG(핵공급그룹)를 통제하고 있잖아요 사가는 데랑 파는 데.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기분 나쁘면 사우스 코리아 팔지 마 그러면 또 제재에 걸릴 수 있죠.]

미국이 대중 포위를 위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문제 삼지 않을 거라는 주장도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 관료는 일단 선을 그었습니다

[앤서니 와이어 /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차관보(지난해 3월 15일) : (기자 : 미국이 (호주처럼)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나는 우리가 우리 해군의 핵 추진 기술을 더 이상 공유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미국의 관점에서 처음부터 분명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 차관을 지냈던 도브 자카임 CSIS 선임고문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사안을 미국의 확장 억제와 연관 지어 평가했습니다 미국이 워싱턴선언에 따라 전략핵잠 켄터키함을 입항시킨 점을 언급한 그는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는 두 정상 간 합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고 이는 동맹의 심각한 분열로 이어질 거라고 주장했죠.

(5) 브라질도 핵잠 프로젝트…프랑스 우회? 독자개발?

한국이 미국 원료와 기술이 아닌 다른 나라 것을 사용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프랑스는 저농축우라늄으로 운영하는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프랑스로부터 원자로 설계 기술을 전수 받고 자체적으로 건조하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남미의 브라질입니다.

[최 : 브라질 영해는 우리나라 동서남해 합친 것보다 훨씬 넓어요. 브라질은 부족한 해군력으로 핵추진잠수함이 그 넓은 해역을 지키는 데 유용하다고 판단하고 있죠. 국가 목표인 '블루 아마존' 보호를 위해서 국방의 최우선 과제로 핵잠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실 브라질은 핵추진잠수함을 갖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습니다.

[최 : 브라질은 70년대부터 핵무기 개발 직전까지 갔습니다. IAEA의 중재로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고, 추후 IAEA의 허락 하에 핵추진잠수함 원자로 개발은 할 수 있는 사전작업을 해 놓았죠.]

브라질 사례를 요약하면 프랑스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독자 개발입니다. 이런 방식을 우리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요? 한국과 브라질 상황이 완전히 같다고 볼 순 없습니다.

[최 : 브라질은 오래전부터 IAEA와 협조해 왔으며 주변국에 양해를 구해 왔습니다. 반면 한국은 아직 이런 선행 조치가 없습니다.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브라질은 핵연료를 자체 조달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부로부터 핵연료 도입이 필요합니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도 있습니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만큼 핵추진잠수함이 지금 우리에게 1 순위로 필요한 것이냐고 묻는다면 답변은 엇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최일 / 잠수함연구소장, 해군사관학교 초빙교수 : 외국 자료에 의하면 버지니아급 1척 비용이면 독일 212급 6척 가격 돼요. 또 209급 10척의 가격 정도 되는 것이죠. 디젤은 1척 당 획득 비용이 저렴하고 획득 소요 시간이 짧습니다. 두 번째는 이제 정숙도인데, 핵잠은 일반적으로 재래식 잠수함에 비해 정숙도가 떨어집니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최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핵추진잠수함은 멀리 빨리 가는데 필요한 무기 체계이고 현재의 재래식 잠수함으로도 북한 연근해에 하루면 도착해 작전할 수 있다며 왜 굳이 보유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핵추진잠수함 보유는 문재인 정부 당시 대선 공약이었고, 지금 현 정부도 여기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김명수 합참의장의 인사 청문회 답변은 이랬습니다.

[성일종 / 국회 국방위 의원 (지난해 11월) : 우리도 핵잠을 가져야 될 때인데, 그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명수 / 합참의장 (지난해 11월) : 원자력(핵) 추진 잠수함에 대해서는 국가적 정책의 판단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군사적 효용성은 충분히 있지만 그런 부분들 신중히 검토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1년 통일연구원 조사에서 핵추진잠수함 개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10명 중 7명 이상이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관심은 이미 무르익었습니다.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할 거냐는 문제는 북핵 대응에 대한 판단 뿐만 아니라 군사적 실효성, 나아가 우리의 외교 전략까지 고려하는 판단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취재 : 김아영 / 영상취재 : 주용진 박영일 / 편집 : 이기은 / 콘텐츠디자인 : 고결 / 제작 : 디지털뉴스제작부 / 장소 협조 : 전쟁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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