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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빠듯해진 살림, '기분 탓' 아냐…소득·이자·물가 '삼중 타격'

<앵커>

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최근에 살림살이가 빠듯해졌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게 물가 탓이 가장 큰 줄 알았는데요. 알고 보니 실제 소득 상황으로도 입증이 됐다고요.

<기자>

지난 연말까지 우리 국민들의 실질적인 살림살이에 대한 최신 집계가 최근에 나왔습니다.

통계청 집계로 2023년의 가처분소득을 살펴볼 수 있게 된 겁니다.

내가 버는 돈이 좀 늘어난다고 해도,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이 훨씬 더 크게 늘면 오히려 가난해지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겠죠.

보통 소득을 얘기할 땐 세전소득을 얘기하지만요.

사실 여기서 세금이나 건강보험료, 그리고 대출이자를 뺀 그다음의 소득을 봐야 "아 내가 이만큼 버는구나, 우리가 쓸 돈이 이만큼 있구나" 비로소 실감이 나는 소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가처분소득, 처분가능소득입니다.

일단 지난해 우리 가계 소득은 가구당 평균이 월 497만 6천 원 정도였던 걸로 집계됩니다.

월급, 사업소득, 연금 받는 거, 주식투자 해서 번 돈 다 합쳐서 이 정도라는 얘기입니다.

2022년보다 그래도 2.8% 늘어난 걸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세금 빼고 건보료 같은 이른바 준조세도 뺍니다.

그리고 이자비용까지 빼고 나면 사실상 가계 손에 남은 건 지난해에 월평균 395만 9천 원 정도, 1년 전보다 1.8%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2022년에는 이게 7.1% 늘어났었거든요. 지난해 피부에 와닿는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었겠죠.

<앵커>

이렇게 눈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유가 또 있었네요. 그러면 주로 어디서 작년과 차이가 발생한 건가요?

<기자>

일단 지난해 우리 수출부진을 비롯해서 경기침체가 이어지다 보니까, 소득증가율 자체가 낮아졌던 탓이 가장 크기는 합니다.

그런데 2년 전에는 세금이랑 이자 내기 전의 소득이나, 세금이랑 이자 다 내고 실제로 우리가, 내가 쓸 수 있게 남은 소득이나 증가율에 큰 차이가 별로 보이지 않는데요.

지난해에는 그 차이가 꽤 컸죠. 그만큼 세금과 이자 비용이 늘어났다.

더 정확히는 이자부담에 우리 국민들이 그만큼 허덕였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가계 이자 비용은 지난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로 가장 큰 폭으로 커졌습니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이자 비용 13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그거밖에 안 될 리가 하실 거 같은데요.

이건 빚이 전혀 없는 집과 이른바 영끌한 집, 또는 1인 가구나 4인 가구 다 합쳐서 본 거기 때문에 숫자 그 자체보다 추세를 보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2022년에는 9만 9천 원으로 기록됐던 숫자입니다. 1년 만에 무려 31.7%가 늘어난 겁니다.

일단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부동산 급등이 나타났던 2020년에 가계빚이 빠르게 늘어났던 게 큰 이유입니다.

여기에 2021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이자 부담이 더 커지기 시작한 겁니다.

우리나라는 방금 말씀드린 2020년에 가계빚 규모가 GDP 규모를 넘어섰습니다.

국제금융협회 집계상 가계빚이 GDP의 100%를 넘는 나라는 세계에서 지금 유일하게 우리뿐입니다.

다만 이런 상황은 2022년에 정점에 달했습니다.

가계가 신용대출 같은 이자가 높고 만기가 짧은 대출들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부지런히 갚아나가는 모습도 나타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2년 한때 105%가 넘었는데, 지난 연말에는 100.1%까지 내려오기는 했습니다.

그나마 이건 다행이지만, 그만큼 최근의 국내 소비부진 내수절벽에는 금리 부담, 또 빚 자체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는 부담, 그러다 보니 쓸 돈이 남지 않는 부담이 함께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이렇게 빠듯했는데 여기에 물가 부담까지 더해진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세금 내고 이자 내고 손에 남은 돈 쓰러 나가면 이번에는 보시는 것처럼 특히 먹을 것들에서 물가충격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사실 지난해에 전체적인 물가상승세는 2022년보다는 빠르게 진정된 편이지만요.

쉽게 동감할 수가 없는 이유가 먹거리물가와 외식물가는 계속 고공행진을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우리 가계가 밥 먹고사는데 쓰는 돈 7.9%나 늘어났습니다.

더 많이 먹어서 그만큼 증가한 게 아니라 똑같이 먹어도 비싸져서 그만큼 늘어난 겁니다.

일단 올해 우리 수출을 비롯해서 소득이 늘어날 수 있는 여지가 좀 더 커질지 기대하는 분위기인데요.

이자 부담과 이런 먹고사는 비용 부담이 좀 더 줄어들지 않는다면 지금의 내수절벽을 쉽게 해소하기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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