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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전임의와 교수도 떠나는 의료계…'의료대란 장기화'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료진, 의사 (사진=연합뉴스)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게 정부가 제시한 최후통첩의 시일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복귀한 전공의는 미미하고, 전임의의 이탈 움직임까지 보입니다. 전임의는 전문의를 취득한 후 교수 요원이 되기 위해 대형병원에서 진료와 연구를 이어가는 계약직 의사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의 역할을 가장 많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빅 5 대형병원 전임의 중 절반 이상이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조선대병원은 재계약을 앞둔 4년 차 전임 14명 중 12명이 재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SBS가 연락한 전임의들은 "필수 의사를 억압하는 분위기에 의지와 열정이 꺾였다.", "정부의 필수 의료 패키지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말로 병원을 떠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교수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경북대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도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자신의 SNS에 공개했습니다. 두 교수 모두 의대 증원 정책에 순응하는 대학 본부를 비판했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와 뜻을 같이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방 필수 의료를 강화하고자 하는 정책에 지방 필수 의사들이 떠나는 역설적인 상황은 환자들의 고통을 더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미 빅 5 대형병원의 수술 연기 비율은 40%를 넘어섰고, 뇌혈관 기형으로 곧 터질 것 같은 환자의 수술도 대기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누군가는 의료대란이 장기화될 때의 피해보다 의대 증원 2천 명을 관철시키지 못했을 때의 피해가 더 크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의대 교수답지 않게 이것에 대한 수치, 즉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당장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희생이 미래에 얼마만큼의 이득을 줄 것인지 계산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환자들의 희생 장기화를 감당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은 위험한 도박을 제언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평행선을 달리는 정부와 의료계의 이견을 조율하는 것보다 지금은 연기된 수술을 환자들이 당장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급해 보입니다.
 


법으로 따져보면 답이 있을까?

정부는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하거나 이를 교사하면 면허 정지는 물론 면허 취소까지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의료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때에는 면허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문구가 의료법에 있다고 변호사들은 말합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의사들은 변호사들에게 자문했는데 그 결과가 ‘개인적인 사직’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법으로 따지다 보니 4년 전 의사 파업 때보다 병원 상황은 더 악화됐습니다. 4년 전에는 파업 형식이라서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등은 지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사직의 형식이라 그럴 수 없게 됐습니다. 취재를 해보면 정말로 의사직을 그만두려는 전공의도 꽤 있었지만, ‘병원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개인적인 사직을 스스로 부인하는 모양이라서 향후 있을 법정 다툼에 불리하다’는 법률가의 조언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예고한 대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습니다. 거기에 더해 의대를 졸업하고 병원에 합격한 인턴, 인턴 과정 1년을 수료하고 개별 진료과에 합격한 전공의 1년 차 그리고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전임의에게도 합격과 재계약을 포기하지 말라고 명령했습니다. 의료계는 이를 ‘포기금지명령’이라고 부르는데, 법률적 타당성은 논외로 치더라고 이것이 전임의와 교수의 이탈 움직임에 채찍을 가하는 것 같습니다. 전임의와 의대 교수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취재한 전임의와 의대 교수는 모두 ‘포기금지명령’에 유독 강한 반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7천여 명의 전공의에게 예고했던 대로 면허를 정지시키겠다고 했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임원들은 형사 고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형사 재판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사 면허는 취소되도록’ 의료법이 개정된 것을 떠올려보면, 대전협 임원들에게는 면허 취소 수순을 밟겠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이 법적 절차 때문에 병원에 남은 의대 교수들의 분위기는 더욱 술렁이고 있습니다. 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에 법에 문외한인 제가 토를 달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의료 대란은 서로 법으로 따지는 것 때문에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의사 (사진=연합뉴스)
 

The Best of Enemies (최고의 적)

지난 주말 ‘The Best of Enemies (최고의 적)’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197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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