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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한때 유럽을 매료시켰던 '검은 술'의 정체는?

[와인의슾]

스프 와인의슾
최근 레드 와인 한 종을 시음해 보고 깜짝 놀란 경험을 했습니다. 아주 짙은 색깔로, 보르도 레드는 분명히 아닌데, 힘 있고 풍성한 과일 맛에 나파밸리 와인도 아닌 것 같고, 호주 쉬라도 아니고… 하면서 말입니다. 바로 아르헨티나의 말벡(malbec)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었습니다. 과거에도 아르헨티나 말벡을 종종 마셔봤지만, 이번에 마신 와인은 텁텁한 담배 냄새로 거칠다거나, 지나치게 향이 강하지 않은, '절제된' 구대륙 와인의 풍미까지 느껴졌습니니다. '아르헨티나 말벡이 엄청 좋아졌구나'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 말벡, 원산지는?


스프 와인의슾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레드 와인 품종 가운데 하나가 아르헨티나의 말벡입니다. 잘 익은 검은 자두 풍미에 적당한 산미와 부드러운 탄닌, 여기에 적당히 높은 알코올 도수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레드 와인의 요소를 다 갖췄습니다.

색깔도 아주 진하고 묵직합니다. 담배향과 불에 그을린 고기 냄새까지 살짝 나 육류는 물론 한식과도 잘 어울립니다. 이 말벡은 아르헨티나의 대표 품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말벡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도 남미 아르헨티나입니다. 그런데 말벡의 원산지가 프랑스이고, 한때는 보르도 와인보다도 더 유럽 전역을 매료시킨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검은 포도주는 검은 오리고기와 먹는다

20여 년 전 파리 특파원으로 프랑스에 간 직후, 레드 와인을 샀는데, 잔에 따라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보던 레드 와인의 루비, 가넷 빛보다 훨씬 색깔이 진해 검은색에 가깝더군요. 맛도 물론 달랐고요. 부드럽다기보다는 약간 거칠기도 하고, 향신료향이 나는 듯도 했습니다.

그들에게 물어보니 카오르(cahors) 지방의 검은 포도주(vin noir, black wine)라고 했습니다. 카오르는 보르도에서 더 동남쪽 내륙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검은 포도주와 함께 송로버섯이라고 불리는 트뤼프, 그리고 거위 간 푸아그라가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세계의 3대 진미 가운데 캐비어를 제외한 두 가지가 다 만들어지는 곳이지요. 푸아그라를 만드는 곳이어서 거위, 오리 요리도 유명합니다.

거위 똥집 샐러드
프랑스인들은 그래서 "카오르의 검은 포도주는 검은색 오리고기(닭고기와 비교하면 검은빛이죠)와 먹는다"고 말합니다. 붉은색 소고기는 레드 와인과, 흰 살 생선은 화이트 와인과 먹는 것처럼 말이죠. 저는 특파원 시절 이곳에 잠깐 여행을 갔다가 거위 근위(똥집)를 곁들인 샐러드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우리는 닭똥집을 먹는데, 이들은 거위 똥집을 먹는구나' 하면서 식도락가 프랑스인들은 정말 못 먹는 게 없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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