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모든 양곡을 통일적으로 장악"
북한은 2021년 3월 ‘양정법’을 개정했는데 제2조와 제30조를 다음과 같이 바꾸었습니다.
[제2조] ... 국가는 모든 양곡을 통일적으로 장악하고 양정체계 안에서 유통시키며 계획적으로 소비하도록 한다.
[제30조] ... 국가의 양정체계 밖에서 양곡을 가공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 북한 ‘양정법’, 2021년 3월 개정
국가가 모든 양곡을 통일적으로 장악한다거나 국가 체계 밖에서 양곡 가공 행위를 할 수 없다는 데에서 보듯, 식량에 대한 통제권을 국가가 다시 가져오겠다는 의도가 명확합니다. 시장에서 국가의 통제 없이 식량을 사고파는 행위를 없애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개정 양정법 제45조에서 ‘양곡판매소’의 설치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양곡판매소’란 국가가 협동농장 등에서 식량을 사들여 주민들에게 시장가격보다 조금 싸게 판매하는 기구로, 사적인 곡물거래를 단속하고 당국이 식량에 대한 판매를 독점하려는 장치입니다. 아직 물량 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곡물 거래는 여전히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시장에서의 곡물 거래를 금지시켰다는 대북 단체들의 전언도 나오는 등 전반적인 통제 강화 기조가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국영상업망을 통해 유통"
[제6조] 국가는 통일적인 상업관리체계를 세우고 ...
[제7조] ... 상품유통체계를 바로 세워 생산, 수입한 상품이 국가적인 등록, 인증체계 안에서 국영상업망을 통하여 유통되도록 한다.
- 북한 ‘사회주의상업법’, 2021년 8월 개정
국가의 통일적인 관리체계를 명시함으로써 당국의 지도를 강조하고, 국영상업망을 통한 유통을 강조함으로써 당국의 통제를 벗어난 시장에서의 물품 유통에 대한 단속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농장법’에서도 김정은 시대 경제개혁 조치 후퇴
생산 단위가 10∼15명 정도인 ‘분조관리제’ 하에서는 혼자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더 많이 받아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려는 의욕이 떨어지는데 반해, 생산 단위를 소규모로 줄인 ‘포전담당책임제’에서는 가족 단위의 영농이 가능하게 되는 만큼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받아가자는 생산 의욕이 높아지게 됩니다.
다시 말해, ‘포전담당책임제’는 자본주의적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생산량의 향상을 꾀하는 김정은 시대의 경제개혁 조치를 상징하는 것인데, 새로 개정한 ‘농장법’에서 ‘포전담당책임제’의 비중이 줄어들고 과거의 ‘분조관리제’를 다시 부각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김정은 시대의 경제개혁이 후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