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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러시아가 우주 핵무기를? 또 한 번의 '스푸트니크 충격'이 오는 건가

[뉴욕타임스 칼럼] Is This a Sputnik Moment?, By Kari A. Bingen and Heather W. Williams

스프 뉴욕타임스
 
*카리 A. 빈젠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국제 안보 프로그램 선임 연구원이자, 항공 안보 연구 책임자다. 헤더 W. 윌리엄스 박사는 CSIS의 국제 안보 프로그램 선임 연구원이자, 핵 문제 연구 책임자다.
 

지난 2월 초부터 미국 정계에서는 불명의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에 대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의원들 사이에서만 오가던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해줬다. 러시아가 1967년 체결된 외기권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을 위반하고, 우주 기반 핵무기로 추정되는 우주 기반 위성 공격(space-based antisatellite) 역량을 새로 갖추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당국은 러시아의 새로운 무기 시스템이 아직 작동 단계는 아니라며, 정확히 어떤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백악관의 발표로 미루어 보자면 우리는 우리 세대의 '스푸트니크 모멘트(Sputnik moment)'를 마주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 1957년 구소련이 세계 최초의 위성을 쏘아 올려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을 당시 아이젠하워 정부는 이미 소련의 위성 역량에 관해 2년 가까이 알고 있었다. 이번에도 우리는 러시아의 계획을 알게 되었으니, 머뭇거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

위성을 겨냥하는 러시아 핵무기가 우려스러운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이 무기는 조약 위반으로, 불법이다. 러시아도 가입되어 있는 1967년 외기권 우주조약은 "핵무기, 또는 다른 모든 종류의 대량살상무기"를 지구 궤도 상에 올려놓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가 미국의 가장 귀중한 자산에 타격을 입힐 역량을 갖추게 된다는 건 이미 복잡하게 얽힌 지정학적 전략과 지형을 뒤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우주 방어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우주에서 위성을 겨냥한 핵 공격을 막아내기는 어렵다.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는 이야기다.

위성은 내비게이션부터 날씨 예보, TV 방송과 금융 거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다양한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주선의 90% 이상은 상업용으로, 전 세계 우주 경제는 5,46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우주는 군사 활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성은 정보를 수집하고 미사일 발사를 감지하며 내비게이션부터 통신, 정밀 타격 무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우주 공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구소련과 미국 모두 1950, 60년대에 고고도 핵폭발(High Altitude Nuclear Detonation, HAND) 실험을 했다. 1960년 미국은 고도 400km 상공에서 토르 미사일에 탑재한 1.4 메가톤 핵폭탄을 터뜨렸다. 이른바 '스타피시 프라임' 핵실험이었다. 당시 폭발로 대기 중에 전자기파가 퍼져 실험 장소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전자기기가 손상되었고, 비행기와 전력망에 과도 전압이 발생하는가 하면 라디오 통신에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우주 공간의 핵 방사로 인해 지구 궤도를 돌던 위성의 1/3이 손상되거나 파괴됐다.

러시아가 핵무기 조약을 위반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에도 러시아는 1987년 중거리 핵전력 조약을 위반했고, 2010년 신전략 무기 감축 조약 참여를 중단하는가 하면,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 비준을 철회했다. 다양한 군축 조약에서 발을 빼는 행위는 러시아가 즐겨 사용하는 전술이다.

러시아가 위성에 핵무기를 실어 보내려 한다면 이는 전례가 없는 일로, 핵무기를 탑재한 위성이 궤도를 돌다가 모스크바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폭파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가능성을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떼어놓고 생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을 이어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사흘 뒤였던 2022년 2월 27일,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준비 태세를 강화했다. 최근에는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했는데, 나토(NATO)의 공격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막아내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있었다. 러시아는 정기적으로 핵 추진 자율 어뢰, 크루즈 미사일 등 새로운 핵무기 시스템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러시아의 군사 강령에 따르면 러시아는 자국의 주요 시설에 대한 공격, 또는 국가 존립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 발생할 시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위기 상황에서 핵무기를 처음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우주 전력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했다. 스페이스엑스의 위성 시스템 스타링크는 수천 개의 위성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에 차질 없는 통신을 제공했다. 미 국방부는 공공연하게 군집 위성에 대한 투자 사실을 거론하고 있다. 미사일 경고, 첩보와 통신에 사용되는 수백 개의 위성은 커지는 우주 전력의 다양한 위협에 보다 잘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간주된다. 러시아는 이런 전력상 우위를 제공하는 군집 위성을 목표로 삼아 공격하고자 할 것이다.

러시아는 우주 전력을 겨냥하는 무기를 실험해 왔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도 사용해 왔다. 2021년 11월, 러시아는 고장 난 자국 위성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대위성 공격 실험을 실시했다. 우크라이나의 통신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타링크와 GPS, 우크라이나의 드론과 공격 무기를 방해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군집 위성에 더 큰 타격을 입히기 위해 보다 강력한 수단을 도입하겠다고 나선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주 공간에서의 핵폭발은 무차별적이다. 핵무기는 경로상, 그리고 목표물 주변의 모든 위성을 손상시키거나 파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위성뿐 아니라 러시아 자국의 위성, 그리고 위성을 운영 중인 90여 국가의 수많은 자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과 중국의 우주정거장에 거주 중인 우주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러시아는 잃을 것이 별로 없다. 한때 잘 나가던 우주 프로그램이 제재의 영향으로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2024년에는 국제우주정거장 프로그램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힌 마당이다. 러시아는 이미 궤도 상의 위성 숫자에서 중국에 크게 밀리고 있다.

지난 세기 스푸트니크 충격이 미국의 지도자들을 움직이게 한 것처럼, 지금 미국은 행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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