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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D리포트] 뉴욕이 사랑한 '자유의 부엉이'…죽음에 '애도 물결'

뉴욕 센트럴파크 북쪽의 한 참나무 밑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데이빗 배럿/야생동물 애호가 : 우리는 이 나무를 '플라코가 제일 좋아하는 참나무'라고 불렀습니다. 플라코가 이 나무 위에서 쉬곤 했거든요.]

뉴욕의 마스코트로 불리던 수리부엉이 플라코가 죽었다는 소식에 달려온 이들입니다.

센트럴파크 동물원에 살던 플라코는 지난해 2월 누군가 열어준 틈으로 탈출했습니다.

동물원 측이 갖은 방법과 먹이를 동원해 포획을 시도했지만, 플라코는 새장으로 돌아가길 거부하고 도시에 남았습니다.

아침이면 창가에서 이웃들의 일상을 지켜보고, 고층 건물 사이를 누비다 지치면 유난히 좋아하던 이 참나무에서 한참을 쉬곤 했습니다.

[뉴욕 시민 : 저는 늘 플라코를 '우리 아기'라고 부르곤 했어요. 이곳에 오니 감정이 북받치네요.]

안락한 새장을 뛰쳐나와 자립을 선택한 플라코의 용기와, 고단하지만 자유로운 날갯짓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앞다퉈 SNS로 플라코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하고, 거리 곳곳에 플라코의 벽화를 그렸습니다.

화려한 비상의 날을 꿈꾸며 좁은 방에 갇혀 있는 자신들의 모습과 플라코가 꼭 닮았던 겁니다.

그런 플라코가 새장을 탈출한 지 1년여 만인 현지시간 25일 한 아파트 옆 바닥에서 신음하다 숨을 거뒀습니다.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외상성 손상.

동물원 측은 플라코가 건물 외벽에 부딪혀 추락한 것으로 보고 추가 정밀검사를 진행 중입니다.

[로리 페더라코스/버지니아에서 온 추모객 : 자유롭게 나는 새 한 마리가 사람들을 한마음이 되게 해 줬습니다. 플라코가 어디에 있든 편히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쉬움 속에 세상을 떠난 플라코는 올해 14살.

수리부엉이는 야생에서 평균 20년 정도 살지만, 동물원에서는 60년까지 생존하기도 합니다.

짧았지만, 그 어느 부엉이보다 자유롭고 강인했던 플라코의 삶은 뉴욕 시민들의 가슴속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취재 : 김영아 / 영상편집 : 조무환 /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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