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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 일주일…이송 지연 수십 건에 심정지 환자 사망까지

전공의 이탈 일주일…이송 지연 수십 건에 심정지 환자 사망까지
▲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주차된 구급차들 

정부의 의대 증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대거 이탈한 지 일주일째를 맞은 오늘(26일) 의료 현장에서는 이들의 공백을 메우려는 인력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습니다.

주말 사이 응급실 '전화 뺑뺑이'를 돌던 80대 심정지 환자가 결국 사망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는가 하면 병원 이송에만 2시간가량 걸리는 사례도 발생하는 등 환자와 가족들의 불편과 피해도 쌓여가고 있습니다.

의대 교수들이 중재에 나선 가운데 정부가 오늘(26일) 전공의들의 복귀 마지노선을 이달 말일인 '29일'로 못 박으면서 사흘 안에 대립 국면에서 화해·해결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대전에서는 주말 사이 응급실 '전화 뺑뺑이'를 돌던 80대 심정지 환자가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난 23일 정오 의식 장애를 겪던 80대 여성 A 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갔습니다.

그러나 병상 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 사유로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습니다.

53분 만에야 대전 한 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에 도착한 후 A 씨는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대전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오늘 오전 6시까지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로 인한 구급대 지연 이송 건수는 모두 23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오늘 오전 1시쯤에 40대 남성이 경련을 일으켜 구급차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의료진 파업 등 사유로 병원 8곳으로부터 수용 불가를 통보받은 뒤 37분 만에야 한 대학병원에 이송됐고, 전날에는 30대 외국인 여성이 복통과 하혈 등의 증세로 구급차로 병원을 찾았으나 병원 14곳에서 거부당해 3시간 만에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지난 24일에는 혈뇨와 옆구리 통증, 고열 등 증세를 호소한 70대 여성이 병원 12곳에서 수용 불가를 통보받자 1시간 만에 결국 자차를 이용해 서울 소재 병원으로 간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산에서도 현재까지 이송 지연 건수는 42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가운데 6건은 부산에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다른 시도로 이송됐습니다.

이송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경우는 2시간가량입니다.

지난 21일 오후 4시 20분쯤 부산 부산진구에서 다리를 다친 70대 여성은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다가 결국 경남 창원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소방당국은 언제든 이송 지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한편 의료 현장의 혼란을 고려해 비응급 상황 시 119 신고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의 불편 사례가 쌓여가는 만큼 현장에 남은 의료진의 체력 역시 한계에 다다른 상태입니다.

중환자실 향하는 의료진 (사진=연합뉴스)

전체 의사 930여 명 중 192명에 해당하는 전공의 상당수가 사직서를 낸 분당서울대병원은 전문의들이 전공의를 대신해 당직 근무에 투입되면서 정형외과 등 주요 진료과의 신규 외래 진료는 아예 불가한 상태입니다.

병원 측은 비응급 수술 일정을 뒤로 미루며 최대한 응급 수술에 차질이 없도록 조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응급실, 암 병동, 중환자실 또한 전공의 사직 사태 이전보다 수술 대기 기간이 전반적으로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 병원 측 설명입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의 집단사직 사태가 점차 길어지면서 이들을 대신해 근무 중인 전문의, 전담 간호사 등의 피로도가 점차 커지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충북대병원 응급실과 도내 유일의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선 이탈한 전공의 자리를 전문의가 하루걸러 3∼4일에 한 번꼴로 당직을 서가면서 채우고 있습니다.

충남 천안 지역 대학병원들에서도 교수들이 각 병동에서 숙식하며 입원 환자와 외래 환자를 돌봐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일부 중환자실 전문의들이 피로감에 '번 아웃'을 호소해, 이탈 전공의 일부가 환자를 보살피기 위해 복귀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공의 이탈뿐만 아니라 전공의 수련을 위해 병원으로 와야 할 신규 인턴들의 임용 포기, 전공의의 자리를 메우고 있는 전임의들의 재임용 포기 마저 속출하면서 의료 현장의 위기감도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거점국립대인 전남대병원 A 교수는 오늘 언론 통화에서 "전공의의 공백을 메워오던 전임의 절반이 3월부터 근로 계약 종료로 추가로 이탈하면 사실상 병원 운영이 마비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전임의 100여 명이 전공의 약 300명의 공백을 모두 메우고 있는 상황인데, 3월부터는 병원의 버팀목이었던 전임의 절반가량이 추가 이탈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전공의 이탈 사태로 수술은 30%, 일반 병실 가동률은 50%가량 평소 대비 감소했는데, 전공의 공백을 메우던 전임의가 절반가량 빠져나가게 되면 이마저도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에 부닥칩니다.

A 교수는 "전공의 이탈로 인한 비상 진료는 어렵게 유지하고 있지만, 전임의 절반이 빠져나가게 되면 비상 진료 방안을 수립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된다"며 "의료진 숫자가 많은 수도권 '빅5' 병원보다 의료 여건이 열악한 지방 상급종합병원이 더 상황이 힘들어 먼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정부와 의사들이 서로 강 대 강으로 맞붙어서는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서로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는 가운데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복귀 마지노선을 29일로 제시했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오늘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본부장 국무총리) 회의를 주재하며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에게 "지금 상황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마지막으로 호소한다"며 "29일까지 여러분들이 떠났던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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