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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선배의사'의 조언 "전공의들이 받은 법률자문 부정확하다" (정치쇼)

- 의사이자 법학자…의약분업 투쟁에 참여 경험
- 전공의들이 받은 법률자문 정확하다 보기 어려워
- 파업은 가능하나 한국법엔 '행정명령'이 있다
- 전공의들이 오히려 피해볼 수도…선배로서 조언
- 윤리적으로도 환자들에게 피해 주는 것 부적절
- MZ 전공의들, 정부 강압적이라 느낄 수도
- ‘증원 전면 백지화’은 무리, 현실적 논의해야
- 당분간 해결 어려워 미복귀 전제로 대책 필요


■ 방송 : SBS 김태현의 정치쇼 (FM 103.5 MHz 7:00 ~ 9:00)
■ 일자 : 2024년 2월 26일 (월)
■ 진행 : 김태현 변호사
■ 출연 :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김태현 : 뉴스 속 깊숙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이너뷰 시간입니다. 전공의 없는 의료체계에 직면한 지 일주일째이지요. 대통령실은 의대 증원 2,000명 개혁을 견지하겠다 이런 입장이고요. 의사들은 정부의 일방적 정책, 이 정부가 강행하면 이거 끝까지 저항하겠다 이러면서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전공의들에게 현재 의료파업과는 그동안의 양상과는 다르다면서 병원으로 돌아오라고 권고하는 의사가 있습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와 전화로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권용진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김태현 : 교수님, 지금 근무하시는 데가 서울대학병원이잖아요.
 
▶권용진 : 맞습니다.
 
▷김태현 : 지금 서울대학병원에서도 전공의 없는 이 시스템의 한계가 지금 눈에 보이십니까?
 
▶권용진 : 저는 전공의들하고 같이 일하는 진료과에 있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제가 체감하는 건 없는데요. 주변의 교수님들 말씀을 들어보면 교수님들이 대신해서 당직을 서고 계시고, 환자를 일부 줄이고 이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김태현 : 지금 정부가 보건의료재난경보를 가장 높은 심각 수준으로 올렸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수님께서 이번 행동은 법적 위험성이 커서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서 후배 전공의들에게 파업하지 말고, 사직하지 말고 병원으로 돌아오라 이렇게 권고하셨잖아요.
 
▶권용진 : 네.
 
▷김태현 :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씀하신 거지요?
 
▶권용진 : 저는 의사이기는 한데 의료법학을 전공한 법학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지금 전공의 선생님들이 본인들이 행동을 하면서 여러 법률자문을 받으신 것 같은데요. 사실 이 제도가 생긴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변호사들의 자문도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김태현 : 그래요?
 
▶권용진 : 그런데 그런 자문을 믿고 본인들이 나중에 겪을 일을 좀... 잘 판단하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생각에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해서 글을 쓴 것입니다.
 
▷김태현 : 그러면 정부는 지금 그 얘기하잖아요. 면허취소, 면허박탈, 그다음에 주동자는 구속수사까지 하겠다라는 게 정부의 강경한 입장인데요. 검찰이나 법원에서도 그 정부의 입장대로 수사 진행되고 재판될 것이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법적으로?
 
▶권용진 : 정부가 고발하면 누구든 수사를 받아야 되고, 그 수사의 결과에 따라서 그런 처분들이 확정되겠지만 그렇게까지 가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고요. 또 정부도 그것은 정부도 고발은 할 수 있는데 그 판단을 정부가 그렇게 하겠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정부의 입장이지 그게 꼭 그렇게 된다 이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그런데 교수님, 제가 보니까 24년 전이면 아마 의약분업 때인 것 같은데요. 그때 의료파업의 주역이셨다고 제가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교수님은 그때 파업의 주역이셨는데 지금은 후배들한테 하지 말고 돌아오라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권용진 : 이것은 제가 한 이야기가 아니고, 어떤 언론에서 이렇게 쓰셨던데요. 저는 당시에도 의료파업의 주역은 아니었고요.
 
▷김태현 : 그러세요?
 
▶권용진 : 네. 2000년도에 정부가 좀 무리해서 정책을, 개혁을 추진하다 보니 의료계와의 대화도 매우 부족했고요. 또 그때 당시는 정부와의 싸움이 아니라 의사와 약사와의 싸움이었어요. 그러니까 의료행위에 있었던 조제권을 약사법으로 바꾸면서 그 약사법 개정으로 일을 추진하다 보니 무리가 생긴 거거든요. 특히 그 당시 리베이트가 굉장히 큰 문제였는데 여러분, 의사들이 리베이트 받는다는 얘기들어 보셨어도 그때 약사들이 똑같이 리베이트 받고 있다는 얘기는 못 들어보셨잖아요. 그러니까 그때 당시에 똑같이 받고 있던 리베이트를 의사들만 지나치게 공격해서 의사들의 감정이 굉장히 상했던 것이거든요. 그때도 저는 장기파업에 반대했던 입장에 있었습니다.
 
▷김태현 : 그러면 교수님의 그때나 지금이나 일관된 입장은 정부의 의료정책에 설사 반대한다 하더라도 의사들이 파업하고 환자를 버리고 병원을 떠나는 것은 안 된다 이런 입장이신 거지요?
 
▶권용진 : 그게 되게 애매한 문제인데요. 의사들도 자기의 직업으로 파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또는 의사들도 의사표시를 할 수 있지요.
 
▷김태현 : 네.
 
▶권용진 : 그런데 지금 전공의 선생님들이 하고 있는 일은 그렇다고 다른 나라에 행정명령이 있는 나라가 있는 건 아니거든요. 우리는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법체계를 잘 알고, 다른 나라와 다르게 우리나라 법이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공의들이 잘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쓴 글입니다.
 
▷김태현 : 그러면 오히려 전공의들이 법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으니, 그러니 돌아오라 이런 입장이시라는 거지요?
 
▶권용진 : 그렇지요. 왜냐하면 요즘 사회 전체가 예전처럼 아버지가 말한다고 듣고, 교수가 말한다고 듣고 그런 사회는 아니거든요. 전공의 선생님들도 자기 입장이 있고, 자기들이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 판단의 정보를 잘 제공해 주는 것이 선배의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김태현 : 알겠습니다. 교수님, 이건 가정적 상황이에요.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우리나라 법체계가 그렇게 돼 있지 않아서 전공의들이 법적으로 피해볼 가능성이 전혀 없다 이렇게 전제를 해놓고 질문을 드리면 전공의들의 지금 집단사직 이건 정당한 겁니까?
 
▶권용진 :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윤리적인 문제잖아요.
 
▷김태현 : 네, 그러니까 윤리적으로요.
 
▶권용진 : 윤리적인 관점에서 봐도 그 윤리적인 행동이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지,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은. 불편은 줄 수 있어도 환자들에게 생사의 위협을 주는 그런 행동은 어떤 형태로도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교수님께서 지금 보니까 정부를 향해서도 호소문을 쓰셨던데요. “정부의 모습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권위적이다.” 이렇게 표현하셨거든요. 이거 어떤 의미이지요?
 
▶권용진 : 우리 의료제도는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면서 크게 변화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아직도 정부의 권한이 너무 크고, 정부가 국민의 하나인 의사들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도 여러분이 공익을 위해서 기본권을 제한받을 수 있습니다, 이건 정말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저희는 법을 집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설득을 하고 이해를 시켜야지, MZ세대가 전부인 전공의들에게 너네 나가면 행정명령한다, 법정최고형 줄 수 있다, 경찰이 와서 감시하고 그러면 일단 그 과정이 어떻든, 그 내용이 어떻든지 간에 MZ세대 전공의들은 그걸 권위적이고 강압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교수님, 지금 보니까 전공의들은 집단사직 있고요. 이제 전임의들하고 교수들도 동참할 수 있다 이런 보도가 이어지는 것 같던데요. 이 문제 해결해야 되잖아요. 이거 어떻게 해결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정부는 지금 대통령 말을 보면 2,000명에서 한 명도 더 뺄 수 없다라는 입장인 거고, 지금 의협은 뭐 350명 얘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거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 거예요?
 
▶권용진 : 정확히 말씀드리면 의사협회와 전공의들은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고요.
 
▷김태현 : 단 한 명도 증원할 수 없다?
 
▶권용진 : 아예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를 백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고요. 저는 그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학장들의 대표조직이 350명을 얘기하고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은 다른 숫자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정부도 답답할 겁니다. 왜냐하면 의료계의 대표가 있어야 협상을 할 텐데, 법적으로는 의사협회 비대위가 대표조직인데 교수들이나 전공의들이 그분들을 따라서 할 생각이 별로 없거든요.
 
▷김태현 : 그래요?
 
▶권용진 : 이 또한 의사협회가 2000년에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직선제가 되기는 했지만 민주화로 뽑혀진 회장님이나 조직이 전공의나 교수들의 이익도, 또는 의견도 대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서 당분간 사태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태현 : 그러면 계속 이렇게 가야 된다는 말씀이세요? 그러면 만약에 교수님이 의사 쪽 협상대표라면 어떤 중재안 내놓고 싶으신가요? 계속 이렇게 갈 수는 없잖아요.
 
▶권용진 : 이 협상의 결과가 전부 전공의 전체를 복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전혀 전공의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전공의들은 이 협상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전부 복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분들이 자기들의 인생을 위해서 빨리 나가서 돈 벌겠다 이러고 사직한 사람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안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병원이나 정부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요. 다만 현재 2,000명 증원이 학교가 감당하기에 바람직하냐 이건 다른 논점이고, 현재 각 대학들이 의대를 유치하는 것이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된다, 수업료가 늘어난다 이런 입장에 따라서 의과대학 교수들의 의견보다는 운영하시는 재단이나 본부의 입장에 따라서 증원 요청을 하는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이번 주에 대학과 총장님들이 보다 학교 상황들에 맞게 현실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 결과가 나온다면 그 결과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은 거기에 맞게 감당하면서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권용진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권용진 : 감사합니다.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SBS 김태현의 정치쇼]

김태현의 정치쇼 (시간 수정/오전 7시~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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