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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치킨집 하지 말라"는 치킨집 사장님의 속사정

치킨 후라이드 프라이드 영업 가맹점
(기자) "치킨 가맹점 하시면 한 달에 얼마나 쉬세요?"
(가맹점주) "본사가 정한 휴무는 한 달에 딱 이틀이에요. 나머지는 매일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해야죠."

대부분의 치킨 가맹점들은 대낮부터 문을 엽니다. 낮부터 치킨 먹는 손님들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가맹점을 창업할 때 그렇게 가맹 본사와 계약했기 때문입니다. bhc의 영업시간은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입니다. BBQ는 그보다 1시간 더 빨라서 오전 11시부터 가게 문을 열어야 합니다.

그럼 본사가 어떻게 가게 문 열었는지 확인하냐고요? 영업시간에 맞춰서 매장 주문을 관리하고 결제하는 POS 단말기가 켜져 있어야 합니다. 본사는 전국 가맹점들이 POS 단말기를 언제 켜고 껐는지 원격으로 감시하면서 계약 이행 여부를 지켜보는 겁니다.

가맹점이라 해도 명색이 사장님인데 가게 문을 마음대로 열고 닫지 못할까요? 네, 못합니다. 계약서에 그렇게 하도록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휴무가 아닌 날에 쉬려면 반드시 본사와 미리 협의해야 하고, 또 고객에게 미리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여기까진 어쨌거나 점주가 본사와 맺은 계약 의무이거니와, 또 고객과의 약속이기도 하니 지켜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치킨 후라이드 프라이드 영업 가맹점

학교 다닐 때 혹은 직장 출근할 때 가끔은 버스를 놓쳐서, 화장실에 들러야 해서, 아니면 늦잠을 자서 이런저런 이유로 지각할 때가 있습니다. 가맹점 사장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간혹 영업시간을 못 지킬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맹점 사장님이 처한 현실은 좀 냉정합니다. 지각 한 번에 옐로카드! 불이익이 있습니다.

bhc의 경우 1회 지각에 본사 교육, 2회째부터는 식자재 물류 공급이 끊깁니다. 최소 일주일 치 분량의 식자재 공급이 끊기게 되는데 장사에 미칠 타격이 제법 큽니다. 장사에 생계가 걸린 가맹점 사장님들은 지각할까 봐 스트레스를 겪기도 합니다. 불이익 조항들에 몸과 마음이 쫓기다 보면 내가 사장인지, 아니면 bhc 소속 직원인지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3회 지각부터는 본사가 가맹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사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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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일률적으로 정한 영업시간은 상권마다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령 아파트 단지 상권은 대낮에 한가한 편이고, 오피스 상권은 퇴근 이후 유흥가로 유동 인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손님이 금방 뜸해집니다. 하루 중에서 몇 시간은 문만 열어 놓고 시간만 때우기 일쑤입니다. 텅 빈 매장을 지키는 내 모습이 감옥에 갇힌 죄수 같다는 사장님도 많습니다. 그럴 땐 차라리 집에 일찍 들어가서 쉬거나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하루 절반을 가게에 있어야 하니 일 끝나면 쉬기 바쁩니다. 은행 업무 같은 일은 물론, 이사를 위해 집이라도 보러 다녀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랍니다.

치킨집을 창업하시는 분들 가운데 중장년층이 많습니다. 처음에 가맹점 계약할 땐 현실을 몰랐다가 매일 12시간씩 일하다 보면 건강이 점점 나빠집니다. 지병도 생깁니다. 약으로 버티며 매장을 지키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만난 한 치킨 가맹점 사장님은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면서 누군가가 치킨 가맹점을 열겠다고 하면 진지하게 뜯어말리겠다고 했습니다.

치킨 후라이드 프라이드 영업 가맹점
"하루 12시간씩 일하면 온몸이 아프다는 표현이 정말 맞아요. 예를 들어 당뇨가 있죠? 이게 점점 악화돼요. 피로가 너무 누적돼가는 게 몸으로 느껴져요. 자영업에 뛰어든 이유가 돈 벌어서 가족 먹여 살리려고, 또 월급쟁이보다 나을 거라 기대하고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1억 넘게 투자한 거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들어가요. 이제 와서 가게를 던질 수도 없어요. 왜냐하면 초기에 들어간 비용이 너무 많으니까요."

정 쉬고 싶으면 매장에 사람을 쓰시면 된다고 쿨하게 조언하는 가맹 본사들. 그러나 이런 인건비조차 쓸 형편 안 되는 가맹점이 전국에 태반입니다. 하루하루 망가져가는 건강과 계속되는 만성 피로, 가족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고립감,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치솟는 재료비와 배달 수수료. 이 모든 악조건을 견뎌가면서 계약은 계약이니까, 또 고객과의 약속이니까, 매서운 불이익이 따르니까, 끝까지 가게를 지키는 게 대한민국 가맹점 사장님들의 현주소입니다.

가맹 본사들은 일률적인 운영 시간을 고수하는 건 브랜드 이미지 통일성과 고객 불만 최소화를 위한 조치라고 한결같이 주장합니다. 같은 브랜드인데도 어떤 가게는 12시에 문 닫는데 다른 가게는 9시에 문 닫는다면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충분히 일리는 있습니다.

치킨 후라이드 프라이드 영업 가맹점

사장님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브랜드 일관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상권 상황에 맞게 어느 정도 융통성을 보장해달라는 겁니다. 반대로 상권이 너무 좋아서 영업시간이 지나도 손님들이 북적북적 많다면, 이걸 마다하고 장사를 중간에 그만둘 점주는 없다는 것이죠. 한 푼 더 벌고 싶은 마음은 점주가 더 간절하겠지만, 영업시간 조정을 요구할 땐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가맹점 사장님들은 가맹 사업 초창기에는 영업시간 의무 규정이 형식적인 문구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지각했다고 불이익을 주네 마네 하는 상황도 전혀 없었습니다. 흔히 '운영과장'이라고 하는 지역 관리자와 그때그때 대화하면서 융통성 있게 영업시간을 조절했던 부분들이 차츰 사라지고 분위기가 팍팍해지고 있다고 사장님들은 전합니다. 특히 사모펀드에 매각된 가맹 브랜드에서 '가맹점 쥐어짜기'에 가까운 행태들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맹 브랜드의 운영 일관성과 점주들과 상생할 수 있는 융통성, 두 가치 사이에서 적절한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가맹점 사장님들이 겪고 있는 고충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갖고, 본사와 점주 간 상생을 위한 대화 분위기가 하루빨리 조성돼야 하겠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면 본사와 점주의 이해와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기사 속 이미지(영입시간 미준수 페널티 문자 제외)들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목적으로 AI가 생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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