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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메시와 호날두, 진정한 리더의 자격을 갖춘 건 누구였나

[주즐레] '캡틴스 오브 더 월드'가 보여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숨은 1mm

주즐레
(SBS 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은 21세기 가장 뜨거웠던 월드컵으로 회자될 만하다. 최초의 중동 개최에 최초의 겨울 월드컵으로 시작 전부터 이목을 끌었으며, 현존하는 '축구의 신'의 대관식까지 펼쳐져 전 세계 축구 팬을 열광시켰다. 개최국 카타르의 유치전부터 대회 준비 및 운영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경기 자체의 퀄리티만 보자면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펠레와 마라도나 이후 가장 완벽한 축구선수로 불렸던 메시와 호날두의 (아마도) 마지막 월드컵이라는 상징성은 개최 전부터 열기에 불을 지폈다. 월드컵 무관인 두 사람 중 누가 먼저 피파컵을 들어 올릴 것인가, 이번에도 두 사람 모두 눈물을 흘리며 그라운드를 떠날 것인가 아니면 이들을 위협하는 강력한 신성 음바페가 또 한 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릴 것인가 등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무려 1년이나 지난 이야기다. 게다가 모든 결과를 알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캡틴스 오브 더 월드'는 김 빠진 사이다가 아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숨은 1mm를 생생하게 담아 극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주장의 눈으로 바라본 월드컵'이라는 테마 아래 그라운드, 라커룸, 기자회견장, 관중석을 다채롭게 비추며 영화보다 영화 같았던 승부의 순간으로 시청자들을 안내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또 한 번 확인된 진리가 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것. 11명이 뛰는 앙상블의 스포츠인 축구는 단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축구 황제' 펠레도 일찌감치 말했다.

"승리하는 유일한 방법은 팀으로 싸우는 것이다. 축구는 한두 명, 또는 세 명의 스타플레이어에 관한 스포츠가 아니다"

'캡틴스 오브 더 월드'는 이 진리에 관한 가장 뜨겁고도 치열한 기록이다.

스프 주즐레 캡틴스

32개국 라커룸에 들이댄 카메라…그곳에선 무슨 일이

EPL 최고의 명장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인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라커룸에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뽐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라커룸의 분위기를 일순간 얼음장으로 만든 뒤 선수 면전에서 불같이 화를 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를 두고 '헤어드라이어 트리트먼트'(호통을 치는 모습이 헤어드라이어에서 나오는 열기와 소음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음)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엄격한 퍼거슨 감독도 라커룸의 온도와 분위기를 그라운드로 끌고 오진 않았다. 그에겐 라커룸에 관한 철칙이 있었다.

"라커룸 안에서 있었던 일은 라커룸 안에서 끝낸다"

감독이 화를 내고, 선수들끼리 다툼이 있어도 그건 경기 중 일어난 해프닝의 하나일 뿐이며 라커룸을 벗어나면 끝내야 한다는 말이다.

'캡틴스 오브 더 월드'는 그 비밀의 공간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피파(FIFA)와 협력해 만든 이 다큐멘터리는 그라운드의 안과 밖을 총체적으로 다루면서 32개국의 라커룸에서 벌어진 일까지도 포착했다. 제작진은 각국 라커룸에 카메라를 들이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인 국가대표들의 절박함과 간절함 그리고 희비의 순간을 담아냈다.

출전국의 동의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카메라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는 알 수 없었다. 연출도, 연기도 없다. 상대팀이 떨어져야 우리 팀이 올라가는 녹아웃 스테이지에서는 무슨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예측 불가능성을 안고 출발한 이 기획은 월드컵 명승부의 '비포 앤 애프터'를 담아내는 데 성공해 스포츠 다큐멘터리로서의 특별한 가치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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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출전국을 대표하는 주장들의 일대일 인터뷰를 통해 승부의 순간을 복기한다. 그들의 회고는 생동감 넘치는 경기 몽타주 영상으로 이어지며 아드레날린을 유발한다. 드론으로 찍은 경기장 부감샷과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까지 담아낸 익스트림 클로즈업은 박진감 그 자체다. 여기에 '스포츠 해설계의 시인'으로 불리는 피터 드루리의 박력 넘치는 중계는 보는 이들을 열기 속 현장으로 단숨에 끌고 간다.

이 다큐멘터리는 총 6부작으로 완성됐다. 28일간 32개국이 참가해 치러진 월드컵을 모두 담아내기에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다. 그러다 보니 중요도, 화제성 위주의 구성과 편집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몇몇 국가들은 승자의 들러리로만 스치듯 지나가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후자다. 캡틴 손흥민이 이끄는 대한민국의 경기와 인터뷰, 라커룸 기록은 상세하게 나오지 않는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먼저 마친 뒤 가나와 우루과이전 결과를 기다리며 간절하게 기도하는 태극 전사들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등장할 뿐이다. 그러나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대한민국은 지난 월드컵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우리는 우리가 쓴 16강 드라마에선 적어도 주인공이었다.

가장 정치적이었던 월드컵...필요한 '논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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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정치는 분리해야 한다'는 건 원론이다. 그러나 이 보편타당한 진리는 현실과 부딪히며 여러 번 예외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21세기 스포츠는 다르다고 하지만, 가장 큰 규모의 국가 대항전인 월드컵에서 보이지 않은 정치적 대립과 논란은 불가피한 결과이기도 했다.

카타르 월드컵은 유독 정치적 이슈가 많았다. 이란은 월드컵 개최 3개월 전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로 여성 인권 문제가 불거졌고, 반정부 시위와 강경 진압으로 185명의 국민이 사망하는 비극을 맞았다. 이란 국가대표 선수들은 월드컵 첫 경기에서 이를 애도하는 뜻을 담아 애국가 제창 순서에서 침묵했다. 이 행동은 이란 내에서 받을 차별과 처벌까지 감수한 선택이었다.

이란의 주장 에산 하지사피는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차별이 없어지길 바라며 유감이라는 말을 전합니다. 이란의 상황이 좋지 않음을 인정해야 하고 또 우리나라 국민도 분개하고 있습니다"라며 팀을 대표해 입장을 밝혔다. "애국가 제창 거부의 후폭풍이 염려되나요?"라는 외신의 질문에는 "카타르에 있으니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오랜 앙숙관계인 미국과 이란은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또 한 번 만났다. 미국팀 주장인 타일러 아담스도 기자회견에서 축구 외적인 질문에 직면했다. 이란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미국이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었다. 그는 답변 과정에서 '이란'의 국가명을 잘못 발음하고 있다는 날선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지금도 흑인 차별이 성행하고 있다. 그런 나라를 대표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뼈 있는 질문도 받았다. 적대감으로 가득한 언론을 만난 아담스는 현명하면서 사려 깊은 답변을 내놓았다.

"차별은 어딜 가나 존재합니다. 전 백인 가정에서 자라면서도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특징과 문화를 배우면서 컸습니다. 다른 두 문화 사이에서 자란 덕분에 남들보다 더 쉽게 다른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었죠. 그런 포용력이 누구에게나 있는 건 아니기에 이해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겁니다. 교육을 통해 이해시키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방금 제가 이란 국가명을 잘못 발음한 것을 일깨워 주셨듯이 저희는 과정을 밟는 단계인 거죠. 나아지고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덴마크는 월드컵 개최 전 카타르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의미를 담은 유니폼을 입는다고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카타르가 경기장을 짓는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고, 혹사로 인해 다수의 사망자가 나온 것에 대한 문제 제기성 제스처였다.

시몬 키예르는 덴마크의 주장으로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기자회견을 떠올리며 "이런 질문들을 누구한테 해야 할지 생각해봐야 할 때가 있다. 선수들에게 계속 의견을 묻는 건 괜찮다. 그러나 우리들의 생각도 여러분과 같다"라고 말했다. 스포츠와 정치는 분리되어야 하지만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침묵한다면 발언의 자유를 외면하는 것이라는 소신을 드러낸 말이었다.

메시는 있고, 호날두는 없었던 것…'리더의 자격'을 묻다


스프 주즐레 캡틴스
카타르 월드컵은 한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선수들의 '라스트 댄스'이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 브라질의 티아구 실바, 웨일스의 가레스 베일 등 빅스타들의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었다. 각 나라의 대표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에이스 이상의 의미로 팀을 이끌었으며 조국을 위해 피, 땀, 눈물을 흘렸다. 물론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선 예외 없이 희비가 엇갈렸다.

2008년 이후 발롱도르를 나눠 가지며 수년간 팬들 사이에서 '최고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메시와 호날두의 라이벌리는 이번 월드컵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메시가 마침내 피파컵을 들어 올리며 축구 커리어의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캡틴스 오브 더 월드'를 보면 두 사람을 가른 결정적인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메시는 있고, 호날두는 없었던 것은 '리더십'이었다.

호날두는 카타르 월드컵 직전 무적 신세가 됐다.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텐 하흐 감독과 갈등 끝에 계약이 해지됐고, 언론은 그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호날두는 2016년 유로 대회 때처럼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꿈을 꿨지만 카타르 월드컵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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