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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믿고 땅 샀는데…" 얽혀있는 업체에 당했다 (풀영상)

<앵커>

방송에 나오는 부동산 전문가의 말을 믿었다가 세종시 일대 땅을 말도 안 되게 비싸게 샀다는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사기가 의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현장&간다, 먼저 박재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A 씨의 아들은 지난 2022년 초 지인 소개로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115제곱미터 임야를 제곱미터당 80만 원에 샀습니다.

[A 씨 : 땅값이 많이 오를 거다. (지인이) 전문가를 소개할 테니 한 번 상의를 해봐라….]

그런데 땅을 사고 보니 한 필지를 17명이 공유하는 식이었고, 땅을 판 부동산 업체는 불과 5일 전에 6분의 1 가격인 제곱미터당 13만 원에 해당 토지를 사들인 걸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2월 같은 필지를 비슷한 가격에 구입한 B 씨는 방송에 출연하는 부동산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땅을 샀습니다.

[B 씨 : 산업단지 거기에 들어간다 하더라고요. (3.3㎡ 당) 1천만 원까지 (토지 가격이) 오른다고 그러더라고요.]

취재진이 해당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봤더니, 역시 세종시 땅을 추천합니다.

[부동산 전문가 : 평택의 기운이 그대로 온 게 지금 세종이에요. 더 오를 걸 생각하고 사는 거예요. 그게 믿음이라는 거죠.]

컨설팅 업체 대표도 제곱미터당 35만 원이라며 구입을 부추깁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 : 126평이면 115를 곱하면 돼. (1억 4천490만 원) 500만(원)만 입금을 해요, 그러면.]

어떤 땅일까, 찾아가 봤습니다.

해당 업체가 저희 취재진에게 소개했던 땅입니다.

이 뒤쪽인데요, 이렇게 경사가 가팔라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근 부동산 : 임업 활동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어요. 이거 갖다가 산소나 쓰고 말아야죠.]

A 씨 아들 등이 산 땅도 제값보다 훨씬 비싸다고 말합니다.

[인근 부동산 : 기획 부동산입니다. 이게 여기 시세 그렇게 안 가고요.]

근처 토지의 실거래가를 확인한 결과 부동산 업체가 판매한 것을 제외하면 최대 열 배 싼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A 씨는 부동산 업체와 관계자들에 대해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영상취재 : 양지훈, 영상편집 : 김윤성, VJ : 이준영, 디자인 : 김정은) 
 
부동산 업체로부터 산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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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부동산 업체들은 싼값에 땅을 사서 비싸게 되팔아 수십억의 차익을 올린 걸로 추정되는데요. 저희가 취재해 봤더니 앞서 보셨던 컨설팅 업체나 땅을 싼 값에 넘겨준 법인 모두 가족이나 임원으로 관계가 얽혀 있었습니다.

이어서 민경호 기자입니다.

<기자>

A 씨의 아들이 부동산업체로부터 산 땅은 그전에는 한 농업법인의 소유였습니다.

해당 농업법인은 지난 2019년 말과 20년 초 세종시 송정리와 와촌리에 있는 8만 6천 제곱미터의 땅을 사들인 뒤 부동산 업체 네 곳에 넘겼습니다.

송정리 땅은 제곱미터 당 1만 원에서 2만 원에 부동산 업체로 넘어간 뒤 이후 130여 명에게 24만 원에서 31만 원에 팔렸습니다.

제곱미터 당 13만 원에서 30만 원에 넘어간 와촌리 땅은 70만 원에서 84만 원에 개인 20여 명에게 팔려나갔습니다.

모두 지분거래 형태였습니다. 

[오성범/감정평가사 : 갑자기 큰돈을 주고 토지를 사라고 하면 아무도 살 사람이 없을 테니까 '이거 쪼개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거죠.)]

농업법인이 땅을 사는 데 든 돈은 20억 원 정도였지만 개인들에게 팔린 금액은 모두 70억 원이 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농업법인과 땅을 산 4개 부동산 업체의 임원을 확인했더니 서로 관계가 얽혀 있었습니다.

농업법인 대표와 한 부동산 업체 대표는 거주 주소지가 같았고, 부부가 두 부동산 업체에 각각 대표로 돼 있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에게 땅 구입을 권유했던 컨설팅 업체 대표도 부동산 업체 한 곳의 감사였습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 : (관계 회사의 땅을 파신 것 아닌가…) 아니 거기(관계 회사)서 의뢰를 해서 인연이 돼가지고 내가… 거기서 (판매) 해달라고 했는데….]

컨설팅 업체 대표는 가격에 대해서는 인근에 산업단지가 들어오는 만큼 적정한 수준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산단이 승인된 후에도 같은 용도지역으로 설정된 임야의 실거래가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투자 목적으로 토지를 구입할 때는 "값이 오를 것"이라는 말만 믿어서는 안 되고 현장과 자료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영상취재 : 양지훈, 영상편집 : 최혜란, 디자인 : 김정은·조수인,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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