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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에 접은 학업…구순에 고교 졸업장 받은 할아버지

<앵커>

오늘(21일) 아흔 살의 한 할아버지가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한국 전쟁 때문에 멈췄던 학업을 다시 시작해 역대 최고령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겁니다.

배성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경기 고양시의 한 고등학교 졸업식.

1934년생, 올해 아흔이 된 김은성 할아버지가 졸업생 대표로 단상에 오릅니다.

고등학교 졸업생으로는 역대 최고령입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김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학업을 중단했습니다.

[김은성/서울 은평구 : 학교보다도 한문을 배워야 한다고 해서 느닷없이 서당에 한 2년 다녔어요.]

그러다 한국전쟁이 터졌고,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80여 년이 흐른 지난 2022년, 아들의 도움을 받아 할아버지는 2년제 학력 인정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대중교통으로 1시간 반 걸리는 등굣길이었지만, 코로나에 걸린 일주일 빼고는 지각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김은성/서울 은평구 : 학교 다니는데 힘들어서 빠지거나 뭐 그런 일이 거의 없었어요. 재미가 있었으니까요.]

외국어 말하기 대회에 나가 일본어 발표를 해 은상을 받는 등 외국어 공부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김장현/고양송암고 교사 : 이 연세에 영어 문장 읽으시는 걸 보고, 저렇게 노익장을 과시하시면서 열성적으로 읽으실 수 있는….]

한참 어린 동급생들과도 사이가 좋아 '젊은 오라버니'로 불렸습니다.

[조성자/경기 고양시 : 김은성 오라버니는 질문을 참 많이 하세요. 질문을 참 많이 하시는데 정말 이렇게 재치 있고 익살스럽게 잘하세요.]

할아버지는 대학 진학 대신 자신이 일해왔던 축산과 특수 농업 분야를 더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공부를 망설이는 만학도들에게 할아버지는 "언제든 공부할 용기를 잃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김은성/서울 은평구 : 배움의 길로 들어서면 굉장히 보람 있는 일이 아닌가, 권장하고 싶어요.]

(영상편집 : 오영택,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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