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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뉴스] "피해자 가족은 죽지 못해 사는데…'신림 등산로' 유족이 남긴 말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등산로에서 최윤종에게 살해당한 초등 교사의 유족이 피해자의 순직 심사를 앞두고 한 온라인 사이트에 심경을 전했습니다.

'저는 신림동 등산로 사건 피해자의 친오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작성자 A 씨는 "동생 순직 절차 때문에 오늘 서울에 올라왔다"며 마지막이라 생각해 글을 쓴다고 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8월 동생이 범죄 피해를 당해 뇌사 상태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엔 '보이스피싱' 범죄를 의심했다고 했습니다.

경찰관이 보낸 명함을 확인한 A 씨는 어머니와 서울의 병원으로 향했지만 병원에 도착한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의료진의 '임종 면회' 통보였다고 했습니다.

A 씨는 "사고 2주 전에도 방학이라 부산에 내려와 셋이 영화도 보고 밥도 먹었는데 믿어지지 않았다"며 "중환자실에서 본 동생의 모습은 온몸이 긁힌 상처투성이였고, 기계에 의존해 호흡만 간신히 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동생이 치료받다 이틀 뒤 끝내 숨지고 "어머니가 정말 산송장이 됐다'고 한 A 씨는, 2022년 폐암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동생까지 사망하게 돼 자신이라도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20살에 서울교대에 합격한 동생은 15년 동안 첫 자취방 보증금 말고는 집에 손 한번 안 벌린 착한 딸, 동생이었다며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했습니다.

강간살해 혐의로 기소된 최윤종이 지난달 22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데 대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분노했는데, 그러면서 "작년 8월 이후 지금까지 저는 모든 일을 멈출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는 아예 집 밖에 못 나간다"며 "그런데 가해자 가족은 사과 한마디 없고, 이사 가서 회사 잘 다니며 일상생활 잘하고 있다더라. 피해자 가족은 죽지 못해 사는데 정말 이게 맞나"라고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악성 댓글의 2차 가해도 유족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고 했습니다.

'여자 혼자 그 시간에 뭐 하러 운동하러 갔냐' 등의 댓글을 보며 A 씨는 "제정신으로 살기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동생은 학교에서 체육부장 보직이었고 방학 때 교내 탁구 연수를 위해 출근 중에 피해를 입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울다 웃다 미친 사람처럼 살았다"며 곧 있을 순직심사에서 합당한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며, "동생이 하늘에서는 아버지와 편히 지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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