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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형병원 전공의 떠난 첫날…암환자 퇴원 조치도

서울 대형병원 전공의 떠난 첫날…암환자 퇴원 조치도
오늘(20일)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병원을 빠져나간 가운데 응급의료의 핵심인 서울 '빅5' 대형병원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모습이 곳곳에서 관찰됐습니다.

병원 측에서 수술·진료 일정을 줄인 덕에 대기 환자는 많지 않았지만, 비중증 환자 입원을 수용하지 못하거나 응급실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로비는 한산했습니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접수처 등에서 다음 차례를 알리는 '띵동' 소리가 쉼 없이 울려 퍼졌던 며칠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6년 차 간병인 전 모(74) 씨는 평소엔 병실이 꽉 차는데 오늘은 사람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수술이나 치료가 급하지 않은 사람들은 지금 (전공의 사직) 소식을 듣고 진료나 입원 날짜를 취소하거나 미룬다고 들었다"며 "보통 간병인 일이 바로바로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구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앞으로 환자가 더 적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초구 서울성모병원과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도 평소보다 덜 붐볐으며, 오가는 의료진 중 젊은 의사들은 며칠 전보다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 안과병원에서는 동네의원에서 진단명이 불명확한 환자의 초진을 담당하던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해당 업무가 진행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성모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70대 변 모 씨는 "남편의 동생이 암 진단을 받고 포항에서 급히 올라왔는데, 어제 오후 3시부터 계속 기다리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는 "검사는 다 받았고 응급실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치료가 빨리빨리 진행이 안 돼서 너무 많이 기다리고 있다"며 하소연했습니다.

당장 수술이 급하지 않은 입원 환자들은 퇴원·전원 조치됐습니다.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한 암 환자의 보호자는 퇴원 수속을 밟고 있었습니다.

이 보호자는 "파업 때문에 정상적 진료가 힘들어 인근 다른 종합병원에 입원하고 다음 달 다시 (아산병원에) 입원하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폐암이 재발해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손 모(68) 씨는 "어제저녁에 젊은 주치의가 오더니 '저 내일 없어요'라고 얘기했다. '데모하러 가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하더라"라며 "나는 내일 항암제 맞고 퇴원해서 크게 불만은 없지만 다른 환자들은 병원을 옮기라는 안내를 받았다더라"고 말했습니다.

대다수 환자는 아직 치료에 큰 차질은 없다면서도 전공의 집단사직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재활을 위해 약 한 달째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A(60) 씨는 "아직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는 못했다"면서도 "의사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환자 입장에서 의대 증원이 정당하게 느껴지는데, 왜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산병원에서 만난 한 환자는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혹시나 불이익을 받을까 무섭다"며 거듭 이야기를 주저했습니다.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은 오늘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오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이들 병원의 소속 전공의 55% 수준인 6천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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