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Pick] "진심이 전해졌으면"…청소년 배려한 법원의 '쉬운 판결문'

[Pick] "진심이 전해졌으면"…청소년 배려한 법원의 '쉬운 판결문'
청소년인 소송 당사자를 위해 구어체를 사용한 쉬운 판결문이 나왔습니다.

지난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지난달 미성년자 A 씨가 서울시 북부교육지원청교육장을 상대로 제기한 학교 봉사 등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과 함께 이색적인 형식의 판결문을 작성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승소했다는 내용이 담긴 주문에 이어 박스 형태의 설명을 별도로 배치해 '청소년인 원고를 위해 쉬운 말로 정리한 판결의 내용과 당부'라는 제목으로 판단 이유를 따로 적었습니다.

이 부분에는 "원고 학생은 이 점이 무척 억울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근거가 충분해 보이지 않았거든요" 등 일상에서 사용하기 쉬운 말로 적힌 문장들로 청소년 원고를 배려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재판부는 "청소년인 당사자가 법원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지, 어른들이 어떤 교육적 관점을 두고 고민했는지를 제대로 아는 것은 스스로 인생을 책임지고 결정하는 데 기초가 된다"며 판결문 작성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학교폭력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한 A 씨에 대해 재판부는 "학생에게 어른처럼 감정을 다스리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요? 본 사건의 판사들 또한 그러한 시절이 있었고, 여타 어른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인생을 살면서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점에서 어른들이 좋은 본이 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어른으로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판결 내용을 떠나 한쪽의 편을 들거나 원고를 감정적으로 질책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줬으면 합니다"라며 "이번 일을 통해 원고가 한 걸음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글을 덧붙입니다. 재판부의 진심이 전해졌으면 합니다"라며 글을 마쳤습니다.

앞서 이 재판부는 청각장애인 B 씨가 지난 2022년 낸 소송에서 처음으로 짧은 문장과 삽화 등을 활용해 '쉬운 판결문'을 작성한 바 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의 요청과 장애인권리협약 제13조 및 UN의 권고 의견에 근거해, 판결문의 엄밀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지 리드(Easy-Read) 방식'으로 최대한 쉽게 판결 이유를 작성하도록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지 리드'는 문해력이 낮은 이들도 쉽게 정보를 받고 이해할 수 있도록 짧은 문장, 쉬운 어휘, 삽화 등을 사용한 문서 등을 뜻하는 말로,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안타깝지만 원고가 졌습니다)"라고 쉽게 풀어낸 문장을 함께 담았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