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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멸종위기 식물 먹던 초식동물, '이 방법' 쓰니 입도 안 댔다?

식물 특유의 냄새를 이용해 멸종위기 식물과 농작물을 초식동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이 개발됐습니다.

바로 '코를 속이는 것'입니다.

유칼립투스 묘목 주변에서 식물 냄새 맡는 호주 왈라비.

식물을 먹는 초식동물은 농업은 물론 멸종위기 식물 보호에도 골칫거리였는데, 초식동물들이 싫어하는 식물 냄새를 역으로 이용해 농작물과 멸종위기 식물들을 보호하는 방법이 최근 호주 연구팀에 의해 소개됐습니다.

호주 시드니대 클레어 맥아더 교수팀은 현지 시간 16일 과학 저널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서 초식 포유류가 일반적으로 기피하는 냄새를 이용해 식물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초식동물은 전 세계적으로 생태적, 경제적으로 민감한 지역의 가치 있는 식물에 큰 피해를 주고 있지만, 유해 동물 살처분이나 울타리 설치와 같은 대책은 비용은 물론 환경적 영향, 윤리 논쟁 등 여러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연구팀이 찾은 해법은 바로 초식동물들이 싫어하는 냄새를 모방한 인공 냄새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작은 캥거루처럼 생긴 늪지 왈라비를 실험 대상으로 정했습니다.

연구팀은 감귤류에 속하는 관목으로 맛이 없어 초식동물들이 싫어하는 보로니아 피나타(Boronia pinnata) 묘목과 그 냄새 용액을 초식동물들이 좋아하는 유칼립투스 펀타타(Eucalyptus punctata) 묘목 주위에 놓고 왈라비가 얼마나 먹는지 비교했습니다.

초식동물이 좋아하는 식물(a)이 싫어하는 식물(b)이나 싫어하는 냄새(c)가 주변에 없을 때는 초식동물에 먹히는 확률이 b나 c가 있을 때보다 17~2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왈라비가 좋아하는 유칼립투스 묘목 주변에 놓아둔 보로니아 피나타 묘목과 용액은 모두 왈라비가 유칼립투스를 먹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로니아 피나타 냄새 용액 주변에 심은 유칼립투스 묘목이 왈라비에게 먹힐 확률은 이 용액이 없을 때의 17분의 1에서 20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논문 제1 저자 겸 공동 교신저자인 패트릭 피너티 연구원(박사과정)은 "이것은 초식동물이 먹지 않는 식물로 보호하고자 하는 묘목을 둘러싸는 것과 같다"며 "대부분의 경우 동물이 식물을 그대로 내버려 두게 속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논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아프리카 코끼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그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피너티 연구원은 "이 방식을 주로 식물 냄새에 의존해 먹이를 찾는 포유류 또는 잠재적으로는 무척추동물인 초식동물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멸종위기종이나 농작물 등 가치 있는 식물을 보호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 및 이미지=Patt Finnerty/The University of Sydney · Nature Ecology & Evolution, Clare McArthur et a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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