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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WPNS에 '관함식' 건너뛰나…엄중한 국제정치 셈법 [취재파일]

중국, WPNS에 '관함식' 건너뛰나…엄중한 국제정치 셈법 [취재파일]
▲ 2022년 일본에서 열린 WPNS 국제 관함식

태평양 주변국 해군의 격년제 회합인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엄 WPNS(West Pacific Naval Symposium)가 올해 중국에서 열립니다. 지난 1월 베이징에서 실무그룹 회의를 했고, 본 행사는 오는 4월 칭다오에서 개최됩니다. 마침 올해는 중국 해군 창설 75주년이라 중국은 다양한 WPNS 행사를 준비 중입니다.

WPNS의 꽃은 국제 관함식입니다. 개최국의 최고 정치지도자가 WPNS 20개 회원국의 함정들을 해상 사열하는 해군 최고의 의식입니다. 해군 창설 75주년을 계기로 중국은 사상 최대의 WPNS 관함식을 벌일 법합니다. 예상이 빗나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중국의 관함식 개최 예고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초청장 주고받고 관함식 함정 꾸리려면 반년으로도 부족합니다. WPNS까지 남은 기간은 2개월뿐입니다. 그래서 중국 WPNS 국제 관함식은 없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중국 국방부나 중국 관영 언론이 관함식 관련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아 중국이 관함식을 거르는 의도는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관함식을 연다고 했을 때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 초청 여부의 판단, 이에 따른 한미일의 조치에 대한 대응 등 국제정치의 복잡한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중국의 애로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초청 없어…시간적으로 관함식 불가능"

2018년 제주 국제 관함식 중 해상사열 장면

2년 전 18회 WPNS는 일본에서 열렸습니다. 일본은 관함식을 준비하면서 러시아를 초청국 명단에서 뺐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책임을 물어 부르지 않은 것입니다. 초청을 받은 우리 해군은 고민을 거듭하다 마지못해 함정 한 척을 보냈습니다. 2020년 17회 필리핀 WPNS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관함식을 건너뛰었습니다. 2018년 WPNS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됐고, 제주에서 관함식을 했습니다. 일본은 불참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WPNS는 중국에서 열렸고, 일본과 미국이 잇따라 관함식 불참을 선포해 시끄러웠습니다.

중국 국방부에서 WPNS 관련 발언이 나온 것은 지난 1월 25일입니다. 우첸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은 4월 칭다오에서 19회 WPNS를 개최한다", "중국 해군 창설 75주년과 연계해 여러 가지 행사가 열릴 것"이라고만 했습니다. 관함식은 입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WPNS 회원국들은 반년 이상의 여유가 있어야 함정 운항 계획을 조율해 관함식에 함정을 보낼 수 있습니다. WPNS 본 행사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이제 와서 초청장을 보내도 관함식 개최는 물리적으로 어렵습니다. 우리 정부 핵심 관계자는 "아직까지 중국의 관함식 초청은 없다", "칭다오 관함식은 안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관함식 건너뛰는 이유는

중국이 관함식을 한다면 러시아를 부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관함식 참가는 미국, 일본의 불참으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한국,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의 우방들도 중국에 함정 보내는 데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오래간만에 국제 관함식을 벌여놔도 손님이 찾지 않는 반쪽 행사가 명약관화입니다. 중국 해군 창설 75주년의 의미까지 퇴색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정으로 WPNS 관함식은 중국 입장에서 계륵보다 못합니다.

미 해군 대형 전력들의 대중국 압박 작전이 최근 부쩍 늘어난 것도 중국의 관함식 개최에 부담 요인입니다. 현재 시어도어 루스벨트, 칼 빈슨, 로널드 레이건 등 핵추진 항공모함 3개 전단이 동아시아에 전개돼 타이완 방어를 염두에 둔 각종 훈련을 펼치는 통에 중국은 단단히 뿔났습니다. 타이완 방어 훈련의 주역인 미 해군 항모전단 소속 함정이 보란 듯이 중국 관함식에 나타나면 중국의 심기는 더욱 불편할 것입니다.

어지간한 해군력만 갖춰도 WPNS 관함식은 개최합니다. 중국은 함정 규모와 조선 점유율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합니다. 게다가 해군 창설 75주년입니다. 그럼에도 4월 칭다오 WPNS에서 관함식을 건너뛴다? 믿기지 않지만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중국 체면이 많이 구겨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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