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프] 그 텀블러에 열광하는 Z세대, 이들은 '무엇'을 발견했나

[스프칼럼] 스탠리 바이럴 열풍을 이끈 심리적 전략 (글 :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스프칼럼(이수진)
필자는 현재 미국에서 연구 중이다. 미국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항 중 하나는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일이다. 새로운 계좌를 만들기 위해 방문한 은행에서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대출 상품이나 카드도 아닌 은행원이 들고 있던 핑크색의 텀블러였다. 사실 은행으로 향하는 길에서부터 더러 비슷한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미국에서 텀블러가 유행하고 있다는 소식은 바다 건너 한국에서부터 전해 들었다. 소셜미디어 덕분이다. 상당한 인파의 사람들이 한정판 제품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 매장으로 몰려가고, 10대 친구들이 텀블러를 선물받으면 눈물을 흘리며 행복해한다. 숏폼 플랫폼인 틱톡에서 유명했던 영상 속 장면들이다. 이들이 갈망하고 있는 이 것, 바로 '스탠리 텀블러'다. 정확한 제품명은 스탠리 퀜처(Stanley Quencher)다. 미국인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제품이 전자기기도, 패션제품도 아닌 컵이라니!

미국에서의 스탠리 열풍은 수치로도 알 수 있다. '스탠리 퀜처'는 스탠리 브랜드에서 전통 베스트 판매 (Best seller) 제품인 '클래식 레전더리 병(Classic Legendary Bottle)'의 판매량을 능가한 지 오래다. 스탠리 퀀처 덕분에 회사의 이익은 2019년 약 7천 3백만 달러에서 2023년에 약 7억 5천만 달러로 급증했다. 회사 설립 이후 110년이 지난 지금, 스탠리의 40온스짜리 단열 텀블러는 그 창립자가 상상조차 못 했을 인기를 얻고 있다.

스프칼럼 이수진 스탠리 텀블러

'확장하되, 한정하기' 전략으로 타깃 소비자의 열망을 부추기다

스탠리 텀블러 유행의 기저에는 '확장하되, 한정하기' 전략이 내포되어 있다. 이 모순적 전략은 과시 소비의 가장 원초적인 소비 심리와 관련한다. 소비자는 일반적인 타인과 구별되기를 바라며, 동시에 선망하는 타인을 추종하고자 한다. 특히 양가적인 이 심리는 럭셔리 제품을 강력하게 희구(希求)하게 만드는 동인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저가 라인이나 체험 매장을 만들어서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가격 인상이나 구매 제한 등을 통해 '배타성'을 유지하는 이유다.

스탠리의 경우 고객 구분(segmentation)에서 이 역설적인 전술책을 활용했다. 본래 스탠리는 소비자가 '가끔' 사용하는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회사였다. 캠핑이나 여행과 같이 특별한 일상에서 필요한 제품 라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2021년 이후 스탠리 제품들도 매일 사용할 수 있는 것임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매일, 하루종일 사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사용처를 확장한다. 반대로 타깃은 한정하여 고객 구분을 명확히 한다. '사용처를 넓힌 반면, 타깃 대상을 좁힌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주목한 대상은 누구였을까? 스탠리가 주목한 것은 최근 시장의 압도적인 화두인 세대, Z세대다. '확장하되, 한정하기' 전략의 정수는 이 타깃을 대상으로 펼쳐진다. Z세대를 대상으로 타깃팅을 하면서 이들만의 선호 요소들을 제품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특히 스탠리의 디자인 측면에서 확장성을 확보했다. Z세대는 기성세대보다 구매력은 약하지만, 자신들만의 선호가 매우 확실하다. '내가 좋아하는 측면'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에 대한 요구가 높은 고객군이다.

스탠리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한 색상 및 마감으로 디자인된 모델을 2022년에 전면적으로 발표한다. 특히 100가지 이상의 색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덕분에 그 해 매출은 전년의 두 배 수준인 4억 2백만 달러로 폭등했다. 선택의 확장성은 단일 제품을 넘어 액세서리로도 적용됐다. '텀꾸(텀블러 꾸미기)' 유행이 대표적이다. 아마존에는 '스탠리 액세서리' 관련 제품(빨대 커버 캡, 측면을 장식할 수 있는 데칼, 스트랩, 파우치, 키링 홀더 등)들이 8,000개 넘게 올라온다.

'텀꾸'와 '밸런타인데이 컬렉션'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