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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했더니…"석 달 만에 통장 텅텅" 차가운 현실

<앵커>

당연한 권리지만 여전히 눈치가 보이는 육아휴직, 문제 어제(13일)에 이어서 짚어보겠습니다. 육아휴직 쓰는 걸 머뭇거리게 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당장 수입이 줄어든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육아휴직 때 받는 돈은 한 달 평균 소득의 절반이 되질 않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해도 굉장히 낮은 수준입니다.

실제 육아휴직을 했었던 박재현 기자가 이 내용,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저는 재작년 6개월간 육아휴직을 했습니다.

이렇게 행복한 기억도 많이 생겼지만, 당시 가장 큰 문제는 충격적으로 줄어든 제 수입이었습니다.

한 달 수입이라곤 112만 5천 원이 전부.

매달 대출 상환 관리비, 보험료, 고정 지출만 200만 원이 넘는데, 112만 5천 원으로 네 식구가 살아가기란 불가능했습니다.

1천만 원에 가깝던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가 되는 데는 채 3달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은 저만 겪는 게 아니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얼마 전 태어난 막내까지, 다섯 아이를 키우는 아내가 안쓰러워 육아휴직을 썼던 채정남 씨는 고작 한 달여 만에 복직을 신청했습니다.

[채정남/오남매 아빠 : 어제 돈을 받아보고 나서 아, 안되겠다' 해서.]

저보다 세 명이 많은 일곱 식구지만, 받는 돈은 월 112만 원, 같습니다.

[김초이/오남매 엄마 : 최저 생계에 맞춰서 해주면 모르겠는데, 저희 같이 대가족은, 100만 원 조금 넘게 받아서는 안 되잖아요.]

[('무지출'이라고 붙어 있더라고요.) 냉장고에 있는 걸로만 생활하고, 외식 아예 안 하고.]

캘린더, 무지출 계획
캘린더, 무지출 계획

예준이네 가족은 무지출의 날을 정했습니다.

줄어든 소득에 식단부터 바꾸고, 내 집 마련을 위해 모으던 돈도 끌어 썼습니다.

[강수현/남편 육아휴직 : 저희가 작정하고 모았던 돈이 있었어요. 내 집 마련하려고. 다 쓰진 않았는데 많이 거기서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육아휴직 급여 112만 원은 6년째 그대로입니다.

맞벌이 부부가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에 한해 급여가 조금 올라가는 수준입니다.

육아휴직 급여의 재원이 고용보험기금인데, 이 기금 적자가 3조 원이 넘다 보니까 급여 인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와 정부도 인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재원 마련에는 난감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정식/고용노동부 장관(지난해 인구특위) : 턱없이 미흡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지금 문제는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성 문제가….]

[방기선/당시 기획재정부 1차관 (지난해 인구특위) : 재정 투입으로 애를 더 낳게 한다고 하면 저희가 한없이 투입을 할 텐데, 재정 투입에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육아휴직 급여를 고용보험기금 내 실업급여와 분리하고, 체계화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박철성/한양대 교수(한양인구문제연구원장) : 원래 실업급여에 쓰도록 돼 있는 돈이라고 만들어 놨는데, 육아휴직 급여가 끼어 있는 상태거든요. 그러면 분리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모성보호 계정을 따로 만들어서….]

육아휴직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황인석·조창현·이찬수, 영상편집 : 최은진, 디자인 : 최재영·최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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