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 "잘 살았소. 이제 갑시다"…아내와 안락사한 네덜란드 전 총리

동갑내기인 드리스 판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 부부가 지난 5일 자택에서 93세를 일기로 동반 안락사했습니다.

판 아흐트 전 총리가 생전에 설립한 '권리포럼' 연구소는 "판 아흐트 전 총리 부부가 고향에서 함께 손을 잡은 채 죽음을 맞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판 아흐트 전 총리는 가톨릭 신자였지만 70여 년을 해로한 아내와 함께 자신만의 길을 선택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습니다.

권리포럼 측은 네덜란드 공영방송에 "전 총리 부부가 모두 매우 아팠고 서로를 두고 혼자 떠날 수 없다고 말해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판 아흐트 총리가 동갑내기 아내를 항상 '나의 여인'이라고 부르며 평생 애정을 드러냈다고 전했습니다.

변호사 출신인 판아흐트 전 총리는 기독민주당 소속으로 1970년대 초반 정계에 입문해 법무장관을 역임하고 1977년부터 1982년까지 총리를 지냈습니다.

2019년 팔레스타인 추모 행사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계속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도 팔레스타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권리포럼'이라는 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한 나라로, 뇌, 심장 계통의 불치병 환자 중에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 면에서 견디기 힘든 고통이 지속되는 환자에게 안락사를 허용합니다.

동반 안락사는 드물지만 최근 들어 증가하는 추세인데, 동반 안락사를 요청하는 경우에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지속되고, 불치병이며 환자가 오랫동안 죽음에 대한 의사를 밝혀 왔는지 등 6가지 요건을 두 사람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