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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도둑맞은 시바 신의 가면이 맨해튼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

[뉴욕타임스 칼럼] Mighty Shiva Was Never Meant to Live in Manhattan, By Erin Thompson

스프 뉴욕타임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에린 탐슨 교수는 뉴욕시립대학교 존 제이 칼리지에서 예술 관련 범죄를 연구한다.
 


“박물관이 소장품을 다 반납하다가 전시할 게 하나도 안 남으면 어떡합니까?”

도난당한 문화재를 소유하던 나라, 즉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문화재 반환 문제를 다루는 학자로서, 나는 수년간 이런 질문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표정 관리에 힘쓰며 이렇게 답하곤 한다.

“박물관에는 소장품이 아주, 아주 많기 때문에 그런다고 바로 문을 닫게 될 일은 없답니다.”

지난해 12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크메르 왕국 시대의 유물 상당수를 캄보디아에 돌려준다고  발표했고, 캄보디아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캄보디아 유물 대다수를 포함해  추가 반환을 요구 중이다. 또 지난달에는 미국자연사 박물관이 미국 원주민 문화재 전시에 관한 연방법 개정으로 인해 전시관 두 곳을  무기한 폐쇄했다. 히말라야 지역의 미술품을 선보이고 있는 맨해튼의 루빈 미술관도 올해 말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루빈 미술관은 해당 결정이 문화재 반환과는 관계없다고 밝혔지만, 앞서 미술관을 상대로 문화재 도난 혐의가 제기되었고, 유명 전시품 일부를 반환하는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흔한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을 수정할 때가 온 것 같다.

도난당한 문화재가 합당한 주인에게 돌아가게 되면, 일부 전시관은 비게 되고 어떤 미술관은 문을 닫게 되며 때로는 박물관 전체가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하지만 문화재 반환은 필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귀중한 유물에 제 주인을 찾아주는 일은 옳은 일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박물관은 우리에게 이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알려주는 곳이다. 그러나 원래의 맥락에서 제거되어 멸균 케이스 안에 격리된 도난 유물만으로는 박물관이 그런 기능을 할 수 없다. 인상주의 그림이나 팝아트 조각품과 달리 제의 유물(ritual object)은 관람객이 원하는 때 박물관에서 보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 성스러운 유물들은 음악과 향, 음식과 함께 제의에 참여한 이들이 초월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콘서트용 야광 목걸이를 보면서 수백 명의 낯선 이들과 무아지경에 빠져 춤을 추며 아침을 맞이하는 경험을 떠올릴 수 있음을 상기해 보자.
 
티베트와 네팔 등 히말라야 지역의 유물을 전시하는 루빈 미술관은 2022년에  도난 유물 두 점을 네팔에 돌려준 데 이어 작년에는 시바의 현현을 상징하는 16세기 가면  한 점을 반환했다. 우연히도 나는 유물 반환식 행사  사진을 보던 와중 루빈 미술관 폐쇄 소식을 접하게 됐다.

해당 가면은 붉은 머리카락 사이로 뱀들이 얽혀있는 금빛 얼굴의 신을 묘사한 쌍둥이 가면 한 쌍의 일부로, 수세기 동안 연례 의식에서 사용된 것이다. 참여자들은 가면의 입 부분을 통해 쌀로 빚은 술을 마시며 축복을 기원한다. 평소 쌍둥이 가면을 맡아 보관하던 집에서 두 점을 모두 도둑맞은 것이 1990년대 중반의 일이었다.

이후 가면은 소더비 경매를 포함해, 여러 차례 거래됐다. 그 결과 두 점 중 하나를 1970년대부터 히말라야 미술품을 사들였던  도널드 루빈과 셸리 루빈 부부의 루빈 미술관에서 소장하게 된 것이다. 수집가들이 작품의 출처를 자세하게 알려고 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일부 수집가들은 개발도상국에서 소홀히 보관하고 있는 소중한 유물을 자신들이 구조한다고 믿기도 했다. 소장하고 있던 마스크와  나무 조각품 두 점이 도난품이라는 증거가 나오자, 루빈 미술관은 반환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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