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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습' 뒤 재판 한 달…법정선 다시 고성 [이재명 '대장동 재판' 취재파일(7)]

(재등록/로고X) 이재명 피습

연초 '피습', 재판 시계도 멈췄다가 출발

- 술렁인 서초동…대장동 재판 35일 만에 재개
- 건강상 이유 퇴정에 재판부 "항상 이럴 거냐" 이재명 "가능하면"
- 또 부딪친 유동규 "소설 쓰지 말라" 이재명 "뇌물 아니냐"
- 이재명 "문제 소지 안 된댔는데" 유동규 "정진상 뒤에 숨어"
- 앞으로 한 달은 '재판 갱신'…3개 재판, 총선 전 1심 결과 촉각

이재명 민주당 대표 공격 피의자 반년 넘게 범행 시도

2024년 1월 2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 피습을 당했다는 속보가 화면을 채웠습니다. 부산 대항전망대에서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설 부지를 둘러보는 일정을 소화하던 중 60대 남성 김 모 씨로부터 습격을 받은 겁니다.

김 씨는 '내가 이재명'이라 적힌 파란 종이 왕관을 쓰고, 사인을 요청하는 척 지지자로 위장해 이 대표에게 접근해 흉기를 꺼내 휘둘렀습니다. 목을 찔린 이 대표는 병원으로 후송 돼 수술 받았습니다. (이 대표는 왼쪽 목에 길이 1.4㎝, 깊이 2~2.5㎝의 자상을 입었고, 근육을 뚫고 온 칼날에 동맥과 근육 아래 내경정맥의 앞부분이 9㎜ 정도 예리하게 잘려져 혈관 재건술을 받았다고 의료진은 전했습니다. 부산지검 특별수사팀은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 의무기록, 의료진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지난달 29일 "칼이 조금만 더 깊이 또는 중심부로 들어갔다면 경동맥이 손상되어 사망 가능성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피습' 여파 재판 차질

새해 벽두부터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이 대표의 흉기 피습 소식으로 특히 여의도가 요란했지만, 못지않게 서초동도 술렁였습니다.

흉기 피습은 이 대표가 받는 재판 일정에도 당연히 영향을 줬습니다. 이 대표는 법원에서 3건의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사건, 지난 대선 국면에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그리고 위증교사 사건입니다. 이 사건들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들은 연말부터 이어진 법원 휴정기가 끝나는 1월 둘째 주부터 재판 일정을 줄줄이 잡아둔 채였습니다.

당장 이 대표의 뇌물·배임 등 혐의와 연결된 대장동 사건 재판은 지난달 9일로 기일이 잡혀있었지만 피습으로 연기됐습니다. 8일로 예정됐던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첫 공판도 미뤄졌습니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과연 1개 재판이라도 1심 결과를 낼 수 있을지'가 화두였던 이 대표의 재판 시계가 잠시 멈춘 겁니다.

이재명 서울대병원(연합)

이재명 빠진 재판…"말하기 힘들어" "그러면 끝없어"

입원 치료를 받던 이 대표는 피습 8일 만인 지난달 10일 서울대병원을 퇴원했습니다. 세간의 예상보다 빠른 퇴원이었지만, 바로 당무에 복귀하진 못 하고 자택 치료가 이어졌습니다.

대장동 재판은 이 대표 없이 지난달 12일 열렸습니다. 재판장인 형사합의33부 재판장인 김동현 부장판사는 시작에 앞서 "이재명 피고인이 사고가 나서 정상적인 기일 진행이 어려울 거 같아서 '준비기일'로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초 피고인이 출석하는 공판기일로 잡힌 재판이지만, 재판장 직권으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는 준비기일을 열기로 한 겁니다.

재판부가 이 대표 측 변호인에 "23일에 이 대표의 출석이 가능하냐"고 묻자, 이 대표 측은 "(이 대표가 퇴원 시) '빨리 당무에 복귀하고 재판도 차질 없이 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의료진 소견과 퇴원 모습을 보니 말하는 것조차도 상당히 힘들어하는 상황이라 당분간은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재판부는 표정을 굳혔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과거에도 언급했지만, 이 대표 일정에 맞춰 재판을 진행하면 끝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이 대표가 국정 쇄신 등을 요구하며 24일간 단식 투쟁을 하느라 지난해 8~9월 한 달 넘는 공백이 생겼고, 12월에는 핵심 증인 유동규 전 본부장이 교통사고를 당해 차질이 빚어졌던 까닭입니다. (더욱이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연일 '재판 지연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면서, 재판 지연 문제는 새해 사법부의 최대 현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변호인은 "(다음 달) 재판부 배석판사가 바뀐 뒤 유 전 본부장의 증인신문을 진행하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재판부에 전했습니다. 원칙적으로 형사 재판은 피고인이 출석해야 진행되지만, 피고인이 불출석할 경우 기일은 연기하더라도 법정에서 증인 신문은 할 수 있습니다.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을 2월 법관 인사 이후 재판에 새로 투입될 배석 판사가 직접 듣는 게 어떠냐며 증인신문 기일 조정을 제안한 겁니다. 재판부는 "시간 낭비인 생각이 든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장동 재판은 11일 뒤인 지난달 23일부터 26일, 30일 세 차례에 걸쳐 열렸습니다. 재판에선 유 전 본부장에 대한 피고인 측 반대신문이 진행됐습니다.

회복 후 세 차례 재판에 연이어 출석한 이 대표는 그 사이 19일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과 22일 위증교사 첫 재판에도 출석했습니다. 지난달 19일~30일간 11일 사이 다섯 차례나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선 겁니다.
 

피습 17일 만 선거법 재판 출석


피습 사건 이후 17일 만이자, 마지막 재판 출석 이후 한 달여 만에 이 대표는 지난달 19일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나타났습니다. 이 대표 도착 예상 지점 주변 경비는 피습 사건 여파로 평소보다 강화된 모습이었습니다.

재판 시작 약 10분 전 차량에서 내린 이 대표는 평소처럼 무덤덤한 표정이었습니다. 피습 당한 상처 부위에 붙인 반창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 대표는 "피습 사태 후 첫 재판인데 한마디 해 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을 찾은 지지자들을 향해 한 차례 짧게 손을 들어 흔들어보였습니다.
 

35일 만에 대장동 재판…건강 이유로 퇴정

닷새 뒤인 지난달 23일, 대장동 11차 공판이 35일 만에 재개됐습니다. 증인으로 채택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출석했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7일 이 사건 재판에서 첫 대면한 뒤 77일 만에 법정에서 다시 만나는 거였습니다.

(재등록/로고X) 유동규 (사진=연합뉴스)

차량에서 내린 이 대표는 "유동규 씨 주장에 대해 직접 반박할 계획이 있느냐" "재판을 지연시킨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 취재진 질문에는 입을 열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 피고인석과 증인석에 각각 앉은 두 사람 사이에 이날은 질문과 답변이 오가지 않았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신문 과정에서 기존처럼 이 대표를 '이재명 씨' '이재명'이라 지칭했습니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대부분 법정 내 모니터 화면이나 책상에 시선을 뒀습니다. 간간이 펜을 들고 메모를 남겼지만, 직접 나서서 발언하진 않았습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11월 재판 중 검찰 신문 과정에서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성남시청에서 근무한 공무원과 함께 공약사항을 작성했다'고 증언한 것을 다시 꺼내 "말이 되느냐"며 수차 따져 물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이 대표의 주요 공약이었던 성남1공단 공원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포함해 건설 분야 약 100개 공약을 자신이 주도해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3일간 꼬박 작성했다는 겁니다. 변호인이 "건설 분야는 평가도, 비판도 받기 쉬운데 전문가도 아닌 증인에게 다 맡겼다는 건가"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그럼 전문가에게 맡기지, 나한테 왜 맡겼을까요? 그러게 말입니다"며 맞받았습니다. 이 대표와 직접 상의하진 않았지만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으로부터 이 대표가 주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전해줬다고도 했습니다. 변호인은 공약의 세부 내용을 캐물으며 "유 전 본부장은 당시 성남시가 판교 개발 사업에 직접 참여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가장 비판받기 좋은 건설 공약을 맡겼다는 것이냐"고 몰아세웠습니다. 당시 공약은 유 전 본부장이 아니라 이 대표가 학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만든 것이라며 반박한 겁니다.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이 진행한 내용이 이 대표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강화하는 차원의 질문도 이어갔습니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5월 법정에서 "시장실에서 보고할 당시 제대로 답하지 못해서 이 대표에게 깨진 이후 직보(직접보고)를 꺼리게 됐다"고 말한 부분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에게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에게 직보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느냐"면서 "이 대표가 보충질문 했을 때 잘 몰라 답변하지 못했고, 가급적이면 답변 가능한 팀장급들을 데려오라고 들은 것이 맞느냐"고 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변호인은 이어 "면박 받은 뒤로도, 이 대표로부터 '주무부처 정식계통으로 보고하라고 지적받은 적이 있다'고 (유 전 본부장이) 증언했었다"며 "이런 일이 있어 이 대표에게 직보하지 않으려 했던 것 아니냐"고 추궁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정무적인 부분은 바로 보고하고 얘기했다"며 반발했습니다. "A 의원과 같이 골프 치러 가자고 할 때 모시고 가기도 했고, B를 만날 때 등 정무적인 부분은 무수히 많이 직보했다"며 "그것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나이기 때문"이라고 맞섰습니다.

오전 재판을 마친 이 대표는 재판부에 허락을 구한 뒤 오후에는 건강상 이유로 재판 시작 1분여 만에 법정을 떠났습니다. 재판부는 이 대표에게 "항상 이렇게 하실 건 아니죠?"라고 물었습니다. 이 대표는 "가능하면"이라 짤막히 답했습니다. 재판부는 "출석은 원칙적으로 하셔야 한다"라면서도 퇴정을 허락했습니다.

이 대표가 법정을 빠져나간 뒤 검사는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원칙적으로 피고인은 재판에 있어야 한다" "향후에 재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재판부도 "기일 외 증인신문은 원칙이 아니라 상시화 할 수 없다"며 "진짜 아프셔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피고인 측 말씀을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피습 뒤 두 번째 재판…이어진 '고성 설전'

지난달 26일 대장동 12차 공판은 '살벌하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팽팽하게 진행됐습니다. "지난번 재판에선 건강상 이유로 먼저 퇴정했는데 오늘은 진행에 문제가 없느냐"는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에 들어선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을 직접 신문하며 강하게 몰아붙였습니다.

(재등록/로고X) 이재명 재판 (사진=연합뉴스)
① 이재명 "뇌물 아니냐" 유동규 "소설 쓰지 말라"

반대신문에서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에게 2013년 남욱 변호사에게 3억 원을 요구하게 된 과정을 캐물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남 변호사에게 3억 원을 건네받았고, 남 변호사 등은 민관 합동으로 추진된 대장동 개발 사업에 민간사업자로 선정돼 수익을 거뒀다고 검찰은 의심합니다.

변호인이 "돈을 요구한 것이 채무관계로 어려워서 그랬던 거 아니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그렇지 않다"라며 "채무관계는 2012년에 있던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채무관계는 2012년쯤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과 마신 술값 때문에 철거업자 강모 씨에게 4,000만원의 빚을 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강 씨가 채무를 이유로 협박해 총 1억 5,000만 원 가까운 돈을 줬다고도 했습니다.

듣고 있던 이 대표는 "제가 좀 물어볼게요"라며 재판부의 허락을 구해 직접 나섰습니다. 유 전 본부장이 당초 채무를 이유로 3억 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었는데 진술이 달라진다며 추궁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뭐가 달라졌는지 말하라"며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강 씨에게 3억 원의 차용증을 써준 점을 지적했습니다. "강 씨로부터 4,000만 원을 빌린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3억 원짜리 차용증을 왜 써주느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강 씨와) 친구같이 지냈던 사이"라며 "그런데 철거 얘기가 나오면서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고 시끄러울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강 씨가 철거사업을 한다고 (3억 원을) 빌렸다고 했다. (강 씨의 지인이) 동네, 사무실까지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또 "이건 재판과 아무 상관없는데 프레임을 씌우려 하느냐"며 "음모론을 내세우고 만들고 이런 데 너무 익숙하신 거 같은데 좀 자제하시는 게 좋지 않나 싶다. 제대로 알아보시고 관계 지으라"고 버럭 했습니다.

계속해서 이 대표는 "뇌물을 받았는데, 폭로하겠다고 겁을 주니까 3억 원의 차용증을 써줬고 1억 5,000만 원을 갚은 거 아니냐. 이 돈을 갚기 위해서 남욱에게 급하게 요구한 거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남 변호사로부터 3억 원을 받아 정진상, 김용과 1억 원씩 나누려 했다는 유 전 본부장 설명과 달리 개인적으로 진 채무 때문에 돈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겁니다.

유 전 본부장은 "뇌물이 아니다. 그게 왜 뇌물이냐" "소설 쓰지 마시라"라며 한층 언성을 높였습니다. 강 씨로부터 진 채무는 2012년쯤 유한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본부장에게 빌린 돈 등을 통해 이미 해결한 상태였어서 남 변호사에게 3억 원을 요구한 것과는 관련이 없단 겁니다.

핏대를 세운 유 전 본부장은 작심한 듯 "그 사람이 이재명 잘 아는 건덜이더만요!"라고 직격했습니다. "건달이 와서 이재명 친구라며 이런 (철거) 문제가 생겼으니 자신에게 의뢰가 들어왔다고 했고, 할 말 없다며 돌려보냈다"고도 했습니다. "이후 정진상에 '신경 안 써도 된다. 내가 해결해겼다'고 했고, 정진상도 아는 얘기"라며 "그걸 지금 와서 하는 얘기가 한심해 보인다. 대표씩이나 되시는 분이 그걸 짜깁기해서"라며 날을 세웠습니다. 이 대표는 "난 그 사람(건달) 모른다"며 질문에 답하라고 재촉했습니다. 두 사람의 격앙된 설전에 재판부는 "여기까지만 정리하자"고 중재했습니다.
 
② 유동규 "1,000억만 있으면 된다 해" 이재명 측 "말이 되냐"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은 위례신도시 사업 추진 과정을 놓고도 부딪쳤습니다. 이 대표는 2013년 11월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서 민간업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알려줘 211억 원의 부당 이익을 얻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때 시의회 반대로 공약이었던 위례신도시 사업을 포기한다고 발표해놓고, 실상은 유 전 본부장 등을 통해 특수목적법인, SPC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재추진해 민간업자들에게 공모 내용을 미리 알려줬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 측은 유 전 본부장이 이런 내용을 자신도 모르게 은밀히 추진했다는 입장입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에게 "2013년 4월 남욱에게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지, SPC를 만들든 하는 건 너랑 나랑 상의해서 하면 되고 포장해서 시장님한테 던져만 주면 된다' '시장님도 그림 그려서 1,000억 원만 있으면 되잖아. 관심 없어'라고 말한 게 맞느냐"라고 물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비슷하게 이야기했다"고 답했습니다. 재차 "이재명 시장이 대장동 택지개발 1,000억 원만 확보하면 나머지는 관심 없다고 말했느냐"고 변호인이 묻자 "실제로 내용이 그렇다. '나는 1,000억 원만 있으면 되고 뭐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이렇게 말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2022년 10월 검찰 조사에서 이 시장이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을 수 있다고 진술한 데 대해 "정확히 기억난다"며 "같이 시장실에서 A4 용지에 그렸다. 1공단(성남1공단 공원화)에 대해 그려가서 서로 이야기하고 1,000억 원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옆에는 법원검찰청 부지가 들어오고, 분양하면 뒤에 공원을 만들어 1,000~1,500억 원 정도 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변호인은 "1공단 공원화에만 2,000억 원이 예상됐었는데 이 시장이 피고인에게 1,000~1,500억 원 이야기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무슨 근거냐"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발언권을 얻어 직접 나선 이 대표는 "SPC를 만들어 민간자본을 출자 받고 공동출자법인을 세워 사업한다는 건 2012년 성남시의 기본 방향이어서 관련 부서에서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2013년 도시공사 조례 통과 전에는 어떻게 될지 몰랐고, 2012년엔 더더욱 그랬는데 도시공사가 (먼저 선제적으로 SPC를 통한) 제3법인에 맡겨하는 걸 추진했단 게 말이 되느냐"고 질문 형식을 빌려 반박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그런 방침이었단 거를 오늘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가 "남욱이 7월 25일에 (유동규에) SPC 방식을 가져왔다는 걸 무슨 획기적인 방식인 것처럼 얘기한다. 상식적인 얘기"라고도 덧붙였습니다.
 

피습 뒤 세 번째 재판…"정진상 뒤에 숨어"

이 전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의 설전은 나흘 뒤 열린 30일 13차 대장동 공판에서도 이어졌습니다.
 
① 유동규 "정진상, 나를 '별동부대'라 불러"

이날 재판에선 피고인석에 앉은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화두에 올랐습니다. 유 전 본부장이 정 전 실장과 주로 소통했고, 이 내용이 이 대표에게 전달됐을 거란 취지 주장을 되풀이하면서입니다.

반대신문에 나선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이 지난 2022년 10월 검찰에서 조사 받으며 '남욱 등 민간사업자가 증권사를 끌어와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추진을 할 것으로 정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내용을 캐물었습니다. 변호인은 "이 시장에게 남욱 등이 추진하겠다는 걸 보고한 적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가 처음 자료를 가져왔을 때 보고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지만 "보고한 장면이 기억난다"고도 했습니다. 시장실에서 자신이 이 시장에게 "애들이 고생한다. 방안을 만들었는데 변호사, 회계사니까 증권사를 동원하면 굉장히 빠르다고 했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당시 이 대표의 반응을 묻는 변호인 질문에는 "'첫 사업이니까 잘 진행해야한다' 고 (이 시장이) 말한 기억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자신이 이 대표의 선거 운동을 비공식적으로 돕던 '별동 부대' 역할을 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이 "(이 대표의) 2018년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캠프,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캠프, 2022년 대선 캠프에 참여한 사실이 없죠"라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캠프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제가 어떻게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했겠느냐"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아예 (이 대표를) 돕지 않고 남의 일처럼 생각했으면 (사장 자리에) 갈 수 없었다"라며 "정진상은 나한테 '별동부대'라고 불렀다"고 적극적으로 증언했습니다. 변호인이 "흥분하시면 (신문이) 더 길어진다"고 지적하자 유 전 본부장은 "저 흥분 안 했는데요?"라며 맞받았습니다.
 
② 이재명 "'문제 소지' 안 된다 했는데" 유동규 "호텔은 왜 갔나"

유 전 본부장은 또 남욱 변호사에게 3억 원을 요구할 때 정 전 실장에게도 공유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자 침묵하던 이 대표가 입을 열었습니다.

이 대표가 "(성남시) 간부회의 때 제가 '뇌물을 받거나 업자들하고 어울려 다니면 언젠가는 반드시 걸린다. 업자들은 그걸 대비해서 현금 띠지 등을 남겨둔다'고 했는데 들은 적 있느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여러 번 하셨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표는 "그런데 증인은 그런 얘기를 여러 차례 듣고도 정진상 피고인한테 '우리 3억 요구하자'는 얘기를 나눴다는 것이냐"고 쏘아붙였습니다. 그러자 유 전 본부장은 "시장님, 그러면 제가 내준 호텔을 왜 가셨냐. 부산 호텔 갈 때 제가 (돈을) 내준 거 모르냐. 영수증도 제가 갖고 있다"고 받아쳤습니다. 이 대표가 2014년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뒤 부산 해운대의 호텔에 묵을 때 쓴 휴가비를 자신이 냈다는 주장을 재차 꺼낸 겁니다.

재판장은 "3억 원을 남욱에게 요구할 때 정진상에게 말한 적 있는지 답변하라"고 중재에 나섰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당연하다"며 "그 정도 불러보겠다고 했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표는 계속해서 "(회의에서) '어떤 부정행위를 하고 숨기는 건 개인이고 찾아내는 건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절대 못 숨기니 어항 속 금붕어다'고 말했다"며 "대장동 같이 큰 사업들은 반드시 수사 받으니 절대 절차에 어긋나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안 된다고 얘기한 것 기억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시장은 수법을 잘 아는 만큼 피해 가는 법도 잘 아시는 듯하다"며 "정진상 시켜서 가게 만들고 뒤에 숨으니 자기한테 안 올 거라고 생각한다. 부인하면 되니까"고 공격했습니다. 공방이 길어질 것 같자 재판장은 "여기까지 하겠다"고 신문을 끊어냈습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이뤄진 고성이 곧잘 오갔던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마무리됐습니다.
 

앞으로 한 달은 '재판 갱신' 절차

이달 6일에는 이 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채 공판준비기일이 열렸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6일까지 끝내는 것을 목표로 최대한 간단히 '공판 갱신'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판 갱신이란, 바뀐 재판부가 그간의 사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절차입니다. 이달 19일로 예정된 법관 정기 인사로 대장동 사건 재판장인 김동현 부장판사를 제외한 배석 판사 2명이 교체되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오는 16일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열고 구체적인 갱신 절차 방식을 확인하고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갱신 기간에는 피고인이 재판에 직접 출석하지 않아도 됩니다. 총선을 앞두고 여념이 없을 이 대표로서는 시간을 번 셈이기도 합니다.

(재등록/로고X) 이재명 재판 (사진=연합뉴스)

재판 지연, 다른 재판은?

대장동 재판 말고도 이 대표가 피고인인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도 법관 교체 이슈로 지연이 불가피하단 관측이 나옵니다.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재판장인 강규태 부장판사가 이번 인사에 앞서 사직서를 냈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 2022년 9월로,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당시 잘 몰랐다고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입니다. 신속 진행이 원칙인 공직선거법 사건인데다가 이 대표의 재판 3개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된 만큼, 당초 1심 선고도 가장 먼저 나올 것이란 예측이 나왔습니다.

공직선거법 제270조항은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1심 선고를 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재판은 기소 1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한창 진행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장이 바뀌게 되면서 재판을 늦출 요인이 또 생긴 겁니다.

피습에 재판부 변경 이슈가 겹치며, 결국 3개 재판 모두 1심 결과가 오는 4월 총선까지 나오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서초동에선 새롭지 않습니다.
 

<잠깐! 피습 전> 김용 1심 징역 5년…대장동 관련 첫 재판 결과

이 대표가 피고인인 사건은 아니지만 피습 한 달여 전 있었던 대장동 의혹 관련 재판 결과도 짚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지난해 11월 30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진 2021년 9월 이후 2년여 만에 의혹과 관련해 법원의 첫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징역 5역의 실형을 선고받은 겁니다. (지난해 5월 보석으로 풀려났던 김 전 부원장은 이 선고로 법정에서 다시 구속됐습니다.) 대장동 일당에 편의를 제공하고 돈을 받은 뇌물 혐의, 또 대선 경선 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혐의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대표의 최측근 인사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사실이 처음 인정되면서, 향후 이 대표의 재판에도 불리하게 작용될 거란 해석이 쏟아졌습니다.

(재등록/로고X) 김용 (사진=연합뉴스)

김 전 부원장에게 실형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김 전 부원장이 지난 2021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예비 경선 자금 명목으로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남욱 변호사에게서 6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성남시의원으로 재직하던 2013년에는 남 변호사로부터 7,000만 원을 뇌물로 받은 사실도 유죄로 봤습니다.

같은 재판에서 김 전 부원장에게 돈을 준 대장동 일당에게도 1심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6억여 원을 건넨 남 변호사도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권 개입 의도로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고 본 겁니다.

돈을 전달한 유동규 전 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에겐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두 사람이 불법 정치자금 전달에 관여한 것은 명백하다고 꾸짖으면서도 재판부는 "남 변호사가 조성한 자금을 단순 전달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고, 구체적인 돈의 사용처나 분배 대상 등을 상의한 적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재판 판결에서 주목할 부분은 재판부가 김 전 부원장이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경선 자금을 받아갔다고 인정한 대목입니다. 돈이 전달된 시기에 김 전 부원장은 대선 캠프 총괄부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남 변호사로부터 돈을 받아 건넸다는 유동규 전 본부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유 전 본부장의 진술에 "일부 부정확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대장동 재판의 중요 증인인 유 전 본부장은 "수혜자는 이재명이고, 주변인들은 전부 다 이재명을 위한 도구였다"며 이 대표에겐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도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함께 일한 김문기 처장을 몰랐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두 사람과 함께 호주 출장을 갔던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김 처장을 몰랐을 수 없다"고 주장해오고 있습니다.

이 대표 측은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오락가락해 믿을 수 없고, 검찰에 회유돼 거짓 진술까지 한다며 진술 자체를 탄핵해야 마땅하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을 법원이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인 상황에서 김 전 부원장을 둘러싼 재판 결과는 이 전 대표가 바라던 바는 아니겠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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