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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꼬꼬무' 맨손으로 암 덩어리 꺼낸 '심령술사 준 라보'…기적의 시술, 그 진실은?

[스브스夜] '꼬꼬무' 맨손으로 암 덩어리 꺼낸 '심령술사 준 라보'…기적의 시술, 그 진실은?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

8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미스터리 심령술사 준 라보'라는 부제로 기적을 향한 믿음을 배신한 그날을 조명했다.

1992년 필리핀에서 한국인 응급 환자가 병원으로 급하게 이송됐다. 혼수상태에 빠진 그는 병원에 이송됐음에도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그런데 당시 시신을 수습하던 장의사가 한국인 사망자가 연달아 나오고 있다는 말을 남겨 의아함을 자아냈다. 특히 사망자 수뿐만 아니라 사망자들 모두 병에 걸린 채 필리핀에 왔다가 병사를 했다는 것에 의혹은 더 깊어졌다.

또한 해외 여행이 드물었던 당시 필리핀 여행객이 급증했으며 이들 중 다수가 암 환자이거나 불치병 환자라는 사실이 더욱 의아함을 자아냈다.

그리고 이때 그들이 필리핀으로 향하게 된 이유가 밝혀졌다. 의문의 사진 한 장 때문이었던 것.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유명 가수와 그 뒤로 핏덩어리를 들고 서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담긴 사진. 이 사진과 함께 공개된 기사에는 암 환자였던 유명 가수가 필리핀의 심령술사의 시술을 받아 암을 완치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현대 의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 같은 내용에 많은 이들이 필리핀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기적을 바라는 이들이 찾은 이는 필리핀 유명 심령술사 준 라보. 그는 영혼으로 암을 포함한 불치병을 고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시술에 필요한 것은 오직 두 손뿐. 단 30초 만에 맨손을 몸속에 넣어 암 덩어리를 빼냈다는 준 라보. 그리고 그의 시술을 받아 완치했다는 증언들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준 라보의 기적에 의문을 품은 이들이 있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이 그 기적의 힘의 진실을 알고자 직접 나선 것이다. 취재 요청에 준 라보는 망설임 없이 이를 받아들였고 이에 그알 팀은 필리핀으로 향했다.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숙소까지 준비된 원스톱 의료관광 서비스가 마련된 곳으로 향한 취재팀. 그를 맞이한 것은 준 라보의 아내 요꼬였다. 그는 "편견을 배제하고 눈에 보이는 대로 봐달라"라며 그들을 치료소로 데려갔다.

나이, 인종, 성별 관계없이 수많은 환자들이 준 라보의 기적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취재진의 등장을 환자들이 막아섰다. 자신들만 알아야 하는 준 라보를 방송을 통해 공개하면 더 많은 이들이 몰릴 것이고 그러면 자신들이 치료를 받기 힘들어 걱정이라는 것.

상상보다 더 강한 믿음으로 치료소에 모여있는 환자들. 이에 취재진들은 반드시 비밀을 밝혀내겠다는 생각으로 그의 시술을 지켜보았다.

흰 가운을 걸치고 벽에 붙은 금속판 앞에 선 준 라보는 기를 모은 후 치료를 시작했다. 시술대에 누운 환자를 흰 천을 통해 보고 고민도 없이 시술을 진행하는 준 라보. 그는 흰 천을 통해 환자를 보면 종양이 검은 반점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후 살균 소독도 없고 마취도 없는 시술을 시작했다. 그리고 무통 무흔의 시술로 암 덩어리라고 주장하는 것을 꺼내보였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취재진들은 준 라보에게 속임수를 쓰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고, 이에 준 라보는 "마음대로 생각하라. 나는 한국에 가지도 않고 필리핀에 오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나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나를 만나러 온 것이다"라고 했다.

현대 의학으로서 손쓸 도리가 없는 이들은 마지막 희망으로 준 라보를 찾아오고, 환자들에게 준 라보는 "당신은 나을 수 있다. 내가 당신을 고쳐주겠다.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라고 했다.

환자들은 계속 불어났고 준 라보는 환자들의 보호자들에게도 병이 있다며 치료를 권했다. 그리고 환자 치료비와 숙박비로 1일 20만 원을 받았다. 당시 대기업 초봉 월급이 60만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금액. 특히 시술은 하루로 끝나지 않았고 짧게는 7일에서 길게는 두 달이 소요됐다. 이에 준 라보는 매주 100명 이상의 외국인 환자를 치료하며 월 2천만 원의 수입을 얻었다.

의심만 깊어지던 그때 환자들 중 취재진에게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몸속에서 암 덩어리를 빼냈는데도 변화가 없었으며 몸속에서 빼낸 암 덩어리가 차가웠다는 것.

이에 치료 효과가 없다고 의혹이라도 제기하면 준 라보의 부인 요꼬는 "필요한 건 낫는다는 확신과 준 라보에 대한 100% 신뢰다. 준 라보의 능력은 30%, 나머지는 환자의 신념에 달려 있다"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도 제대로 된 비밀을 밝혀내지 못한 취재팀은 방법을 바꿔 주변을 취재했다. 필리핀 바기오에 존재하는 심령술사들에게 준 라보에 대해 물어보았던 것. 하지만 심령술사들은 애매한 말만 했고, 이에 의혹은 더욱 깊어졌다.

그런데 이때 은밀하게 만남을 제안한 사람들이 있었다. 필리핀 현지의 목회자들. 이들은 "필리핀 사람들은 아파도 준 라보에 가지 않는다. 외국인들만 그를 믿는다. 한국인들에게 믿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들은 취재진에게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전했다.

이에 촬영한 테이프를 돌려보고 또 돌려보는 취재팀. 이들은 뭔가 수상한 장면을 포착했다. 준 라보가 시술할 때 왼손 동작이 매번 똑같았던 것이다. 늘 흰 천을 쥐고 시작하고 치료가 끝나면 다시 흰 천을 쥐는 준 라보. 이에 취재팀은 준 라보의 왼손에 집중하며 직접 시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이미 한국에서 건강 검진까지 마친 건강한 조연출이 직접 시술대에 올랐다. 준 라보에게 시술 부탁하는 조연출, 이에 준 라보는 그의 기관지와 신장에 문제가 있다며 시술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조연출이 카메라 방향으로 몸을 돌렸고, 카메라감독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가까이 밀고 들어왔다. 촬영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버럭 하는 준 라보. 이에 촬영 감독은 실수라며 상황을 수습했고, 담당 피디에게 무언가 찍은 것 같다며 확신에 차서 말했다.

그리고 이때 비밀이 담긴 원본 영상이 공개됐다. 그리고 앞서 필리핀 목회자들이 말해준 흥미로운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드러났다. 그들은 준 라보의 조수에게 들었다며 그들이 새벽마다 도축장에서 동물의 피와 내장을 사간다고 했던 것.

그리고 이는 촬영된 영상을 통해 확인됐다. 준 라보는 흰 천을 쥔 손으로 동물의 피와 내장을 쥐고 있다가 이를 몸에서 꺼내는 척한 것이다.

확실한 증거를 잡아낸 취재진은 조연출의 속옷에 묻힌 피와 다른 환자의 도움으로 그의 몸에서 꺼냈다는 담석까지 확보해 빠르게 철수했다.

한국에 도착해 혈액과 담석 분석을 의뢰한 취재진. 혈액은 인체 유전자 반응 없는 동물의 피였고 담석은 그냥 돌이었다.

준 라보는 간절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한 사기꾼이었던 것. 그는 앞서 한국의 고급 사우나에서 시술을 선보였고, 이후 브로커까지 생겨나 자신만의 가짜 신화를 만들어갔다.

그알 팀은 방송 전 준 라보 측에 자신들이 취재한 내용을 밝혔다. 이에 준 라보 측은 허위 사실 유포를 중단하지 않으면 소송하겠다며 "거짓 뉴스를 중단하라"라고 했다.

방송 전 그알 팀은 이전에 완치 스토리를 공개했던 것이 어떻게 된 연유인지 확인했다. 그 결과 암을 완치했다는 가수는 암에 걸렸었는지 확인이 불가능했고, 또 다른 이는 약물로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병으로 타이밍이 겹쳐 준 라보 덕분에 완치했던 것이 아닐까 추측하게 했다.

또한 필리핀 바기오의 자연적인 환경과 자연식 위주의 식사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상태가 호전됐던 것을 환자들은 치유가 된 것이라 믿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이후 그알 팀은 준 라보의 비밀을 폭로했다. 그럼에도 미지의 힘을 믿었던 시대를 살았던 이들은 여전히 준 라보를 찾아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리고 6년 후 뜻밖의 곳에서 준 라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준 라보는 1998년 9월 러시아 수도에서 뇌종양을 앓고 있는 9세 소년을 치료하다 사기 의료 행위로 체포된 것이다. 10회 치료에 1천500달러를 청구한 준 라보, 하지만 아이의 상태가 악화되자 아이의 아버지가 준 라보를 경찰에 신고했다.

그리고 신고를 받은 경찰은 준 라보의 수술실을 급습했고 수술실 냉장고에서 소의 피와 내장이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해 그를 사기죄로 체포했다.

현재 90세가 넘은 준 라보는 건강이 안 좋은 상태로 알려졌다. 그리고 현재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직접 보면 안 믿을 수 없다던 요꼬의 말, 하지만 보인다고 다 믿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눈으로 보이면 쉽게 믿는 점을 이용해 속이는 자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마음이 가장 약할 때 나타나는 빛과 기적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현명한 판단과 상식적인 선택 뒤에 찾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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