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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착] 돌돌 말린 채 '숯덩이' 된 2천년 전 로마 문서, AI가 읽어냈다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사진= 베수비오 챌린지 홈페이지 캡처)
"풍족함 없이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가?"

2000년 전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로 인해 화산재에 파묻혔던 고대 문서의 내용을 AI(인공지능) 기술로 해독한 내용입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이집트, 스위스, 미국 국적의 대학 · 대학원생 3명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AI를 이용해 고대 로마의 파피루스 문서인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에서 2000자 이상의 그리스 글자를 읽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는 18세기에 고대 로마 도시 헤르쿨라네움에 있는 별장의 서재에서 발굴된 1천여 개의 파피루스 문서를 말합니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폼페이와 함께 화산재에 파묻힌 두루마리는 수 세기를 지나면서 추가적으로 손상을 입어 바스러지기 쉬운 상태였습니다.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

화산 폭발에도 재가 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고온 덕분이었습니다.

이탈리아 나폴리대학의 파피루스학 연구자인 페데리카 니콜라르디 교수는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분해됐을 파피루스가 오히려 화산 폭발 시 높은 온도로 인해 바로 탄화돼 보존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두루마리가 발견된 이후 많은 연구자들이 이를 해독하고자 노력해 왔고, 그 시도의 일환으로 상금을 내건 '베수비오 챌린지' 대회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학생팀이 한 두루마리에서 2천 자의 글자를 해독하는 데 놀라운 성과를 거두면서 주최 측이 내건 상금 70만 달러(약 9억 3천만 원)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 2천 자를 해독한 대학생팀.

돌돌 말린 채 숯덩이가 돼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두루마리인데, 이들은 어떻게 그 내용을 읽을 수 있었을까.

이들은 패턴 인식을 통해 글자를 알아낼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을 만들어 글자 해독에 활용했습니다.

고해상도의 컴퓨터 단층 촬영(CT)으로 두루마리를 스캔한 뒤 AI 기계학습(머신러닝)을 적용해 두루마리를 가상으로 펴보고, 그 속에 적힌 문자를 추정하고 확정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AI가 해독한 내용에는 음악과 음식, 삶의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마음의 평화와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쾌락주의를 설파한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 학파의 철학이 담겼다"라고 밝혔습니다.

문체를 분석한 결과, 전문가들은 에피쿠로스의 추종자이자 문서가 발견된 서재에서 상주 철학자로 일했던 필로데무스가 쓴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저자는 두 줄에 걸쳐 "음식의 경우처럼, 우리는 희소한 것이 풍족한 것보다 더 즐겁다고 믿지 않는다', '풍족한 것들 없이 사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인가? 이러한 질문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내용의 문장이 담겼습니다.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를 펼친 모습.

페데리카 니콜라르디 교수는 이번 해독이 "그리스 철학 전반에 걸친 혁명의 시작"이라며 "헤르쿨라네움 파피루스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우리에게 전해진 유일한 도서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베수비오 챌린지 측은 "올해 4개의 파피루스를 각각 90% 이상 해독하는 것을 목표로 10만 달러(약 1억 3천만 원)의 상금을 내걸어 새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헤르쿨라네움 파피루스를 해독하는 도전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 베수비오 챌린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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