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전세 사기로 경매 넘어갔는데 단기임대…문 닫고 버틴다

<앵커>

한 경매 사이트에 올라온 서울 화곡동 지도입니다. 경매에 나온 집들을 이렇게 빨간색으로 표시를 해둔 것인데, 지도의 빈틈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화곡동은 특히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이 많았던 곳인데, 그래서 보증금 돌려주지 못한 빌라 매물들이 이렇게 경매에 쏟아져 나온 것입니다. 이곳뿐 아니라 앞서 보셨었던 인천 미추홀이나 부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경매에 넘겨진 이 빌라들 가운데는 엉뚱하게도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어떻게 된 것인지, 현장을 이호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화곡동의 한 빌라, 한 동에서만 6채가 전세 사기로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피해 임차인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 허그에서 보증금을 받은 후 집을 비웠는데, 압류된 집 6곳 가운데 4곳에 사람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경매 집' A호 거주자 : (계신가요?) 누구세요? (혹시 이 집 경매 넘어간 거 아시나요?) 몰라요.]

경매가 진행 중인 또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경매 집' B호 거주자 : 친구한테 인수인계받아서 왔는데 친구가 잠깐 지방 가서 제가 와 있거든요.]

거주자는 부동산 직거래 앱을 통해 무보증 단기 월세로 들어왔다고 말합니다.

['경매 집' C호 거주자 : 집주인은 누군지 모르겠고… 어플로 해서. 처음에 돈을 줬었어요. 현금. (그럼 몇 달 사시는 걸로 들어오신 거예요?) 6개월이요.]

한 집은 경매가 낙찰됐는데도 낙찰자에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경매 낙찰 집' D호 이웃 : 낙찰자가 와서 계속 문을 두드리고 좀 열어달라고, 안에 있는 거 아니까 문 열어달라고 저희 집에 와서도 그 집에 혹시 아시는 분 있냐, 연락이 되냐.]

부동산 직거래 앱에는 지금도 같은 아이디로 화곡동과 미추홀구 등의 빌라 매물이 무더기로 올라와 있습니다.

모두 '무보증 단기 월세'입니다.

게시자는 스스로를 부동산업자라고 소개합니다.

[부동산업자 : 단기 월세고 3개월 선납 조건이에요. 임대 사업하시는 분이 압류하고 가압류가 들어와 있어가지고 보증금을 받지 않고 그냥 예치금 받고 단기 월세 해가지고 그것만]

전세 사기 임대인과 함께 경매 넘어간 집으로 월세를 돌리는 것이 의심되는 상황.

압류를 진행한 허그 측은 문제점을 인지하면서도, 관리 권한이 없어 강제퇴거 조치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장우성/변호사 : 임대인들이 경매 물건이 낙찰되기 전까지는 자신에게 소유권이 살아 있다는 점을 악용해 단기 임대로 수익을 창출한 거로 관리 주체의 권한 강화가 필요하고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허그에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등 부당 이득을 막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 영상편집 : 박진훈, 디자인 : 조수인)

▶ "주거 안정 침탈한 중대 범죄"…1심서 징역 15년 최고형
▶ '형량 부족' 지적한 재판부…범죄단체조직죄도 인정되나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