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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부자들에게 더욱 더 보장된 '표현의 자유'는 괜찮을까

[뉴스페퍼민트]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 속 표현의 자유 (글: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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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스프] 뉴스페퍼민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오늘날 우리는 물질이 넘쳐나는 풍요로운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돈만 있으면 대개 뭐든지 살 수 있지만, 바꿔 말하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할 수 없는 것은 그래서 더 귀해진 세상이죠. 부자들이 부를 가지고 뭐를 사는지, 뭐를 원하는지, 즉 많은 돈을 어디에 기꺼이 쓰고 싶어 하는지 알면 그 사회의 많은 것을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요즘 부자들, 특히 부자 중의 부자라 할 수 있는 갑부들은 웬만한 돈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에 돈을 쓰거나 예전에는 돈으로 살 수 없던 것을 사려고 합니다. 부의 새로운 쓰임새 가운데 대표적인 것 하나가 돈으로 영향력을 사는 겁니다.

과거에는 돈으로 영향력을 산다고 하면 정치인이나 사정기관에 있는 사람 등 권력자를 매수하는 행위를 먼저 떠올렸을 겁니다. 이른바 강성 권력(hard power)을 직접 돈 주고 사는 행위는 권력과 척을 졌을 때 방패막이가 돼 줄 보험을 드는 행위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권력과 결탁하면 이권을 나눠 받을 수 있어 때로는 수지가 남는 투자였을 겁니다.

오늘날 미국의 부자들이 돈을 주고 영향력을 사는 행위를 분석해 보면 과거에 권력에 돈을 대던 것과 좀 다릅니다. 물론 여전히 선거자금이나 정치 후원금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쓰는 부자들도 많지만, 강성 권력보다는 연성 권력(soft power)을 위해 돈을 쓰는 경향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관심 경제가 트렌드가 된 지도 시간이 꽤 흘렀고, 소셜미디어의 '인플루언서'가 더는 낯설지 않은 말이 됐습니다. 돈으로 영향력을 살 수 있다면, 그 영향력을 이용해 다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괜찮은 투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즉, 소셜미디어의 등장과 확산으로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에 돈을 쓰는 트렌드가 생겨났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정치인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권력의 최정점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소셜미디어로 창출할 수 있는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해줍니다. 트럼프는 2016년 선거에서 전통적인 정치인들보다 정치 자금을 훨씬 못 모았고, 자연히 TV 광고도 훨씬 덜 살 수밖에 없었지만,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확실한 홍보 효과를 누렸습니다. 여기에는 트위터상에서 보여준 트럼프의 남다른 존재감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공짜 홍보 효과의 가치가 2조 원이 넘는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온라인 뉴스 매체 퍽(Puck)을 세워 운영하는 저자 윌리엄 코헨이 돈으로 영향력을 사는 미국 부자들의 새로운 소비 행태를 분석한 칼럼을 썼습니다.

 

코헨은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자이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애크먼을 예로 들었습니다. 애크먼은 헤지펀드 퍼싱 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창업해 현재 CEO를 맡고 있으며,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그의 자산은 42억 달러, 우리 돈 5조 6천억 원 규모입니다.

애크먼은 특히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존재감이 큰 부자 중 한 명입니다. 유대인인 애크먼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하마스의 테러와 범죄를 충분히 규탄하지 않는 모든 곳과 부단히 싸웠습니다. 그 대상 중에는 자신이 졸업한 하버드대학교를 포함한 엘리트 대학들도 포함됐습니다.

그는 "끔찍한 공격을 감행한 하마스를 규탄하기는커녕 이튿날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버젓이 발표하는 학생들과 이들을 제대로 말리지 않는 대학 당국에 경악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 시위에 참여하거나 성명에 이름을 올린 학생 명단을 공개하라. 우리 회사는 절대 테러리스트에 동조하는 이들을 채용하지 않을 것이며, 월스트리트 전체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겠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대학들은 애크먼이 만족할 만큼 이스라엘 편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애크먼은 반유대주의를 방치, 조장하는 대학들에 앞으로는 한 푼도 돈을 기부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이미 기부하기로 한 돈도 거두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대학들과 설전도 벌이고, 대학들을 비난하는 인터뷰를 이어가던 애크먼은 하버드와 MIT,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총장들을 증인으로 세워 꾸짖은 의회 청문회를 극찬하며, 모든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의 엘리자베스 맥길, 하버드의 클라우딘 게이 총장이 사퇴했고, MIT의 샐리 콘블러스 총장은 사퇴하지 않고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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