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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가습기 살균제' 국가 배상 책임 첫 인정

법원, '가습기 살균제' 국가 배상 책임 첫 인정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국가도 책임이 있다는 첫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고법 민사합의9부는 오늘(6일) 오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 모 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국가가 원고 5명 중 3명에게 각 300만~500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

구제급여조정금을 앞서 지급받은 원고 2명에 대해서는 위자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화학물질 유해성 심사·공표 단계에서 공무원의 과실이 있는지 면밀히 본 결과 재량권 행사가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거나 객관적 정당성이 없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화학물질의 유해성 심사가 충분하지 않았음에도 결과가 성급하게 반영돼 일반적 안전성이 보장되는 것처럼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고시했고 이를 장기 방치했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환경부가 화학물질이 심사된 용도 외로 사용되거나 최종 제품에 다량 첨가되는 경우에 관한 심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일반화해 공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치 국가가 해당 물질 자체의 일반적인 유해성을 심사·평가해 그 안전성을 보장한 것과 같은 외관이 형성됐다"고 질책했습니다.

이어 "이에 따라 화학물질들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수입, 유통될 수 있었고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돼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1심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사안이 불거진 뒤 역학조사를 신속하게 실시하지 않은 점과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하지 않아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위법 행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선고 뒤 피해자 측 송기호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국가 책임을 인정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국가에 상고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8∼2011년 PHMG와 PGH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원인 모를 호흡기 질환을 앓거나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은 2014년 8월 국가와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2016년 제조업체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국가에 대한 청구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습니다.

원고 10명 중 5명이 국가를 상대로 패소한 부분만 항소해 진행된 2심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당초 지난달 25일을 선고기일로 잡았지만 "마지막까지 신중히 검토하는 게 맞다"며 선고를 오늘로 2주 연기한 바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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