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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더 많은 사람들이 '긱 노동자'로 분류되는 것이 모두에게 나쁜 이유

[뉴욕타임스 칼럼] More People Are Being Classified as Gig Workers. That's Bad for Everyone., By Terri Gerstein.

스프 NYT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테리 거슈타인은 뉴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산하 와그너 공공연구소장이다. 거슈타인은 뉴욕주 노동법 집행관과 주 법무부 노동담당국장으로 17년간 일했다.
 

가족이 소유, 경영하는 "영세업체(mom-and-pop)" 하면 대개 철물점이나 작은 식당, 세탁소 혹은 옷가게나 구멍가게 등 작은 슈퍼마켓을 먼저 떠올린다.

아마 '설거지업'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선뜻 떠올리지 못했을 직종이다. 설거지를 기업 규모로 한다? 그러나 실은 대단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그저 한 개인이 정해진 시간에 식당 주방에 출근해 식당의 자산인 식기세척기 등 주방 기기를 이용해 설거지를 하고 나오는 일이다. 여기서 개인은 따로 자본도 없으며, 물론 법인 등록을 하지 않았으니 사업장 주소가 따로 없는 그냥 한 사람이다.

덴버시 카운티 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노동법 위반 사례에 대한 법 집행 문서를 보면, 몇몇 기업들이 이른바 "긱 노동"으로 불리는 사업 모델의 범주를 어디까지 확장해 악용하려 하는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여기서 핵심은 식기 세척기를 돌리는, 즉 설거지를 하는 사람이 온라인상의 임시·계약직 인력업체를 통해 노동자로 고용됐느냐, 아니면 영세업체를 운영하는 독립사업자로 계약을 맺었느냐다.

덴버시 노동국은 이렇게 고용된 이들이 덴버시 노동법에 따라 고용된 노동자라고 설명한다. 덴버시 정부는 최근 인스타워크와 긱프로라는 인력업체 두 곳에 100만 달러 넘는 배상금과 벌금을 포함한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과태료 처분을 받은 두 업체는 서비스업계의 다양한 노동 현장에 모집한 사람을 보냈다. 식당 서버, 바텐더, 주방 보조 업무는 물론 앞서 언급한 설거지 인력도 포함이다. 과태료 처분과 함께 보낸 집행장에는 인력업체들이 노동자를 독립사업자로 분류해 계약함으로써 콜로라도주 법에 명시된 최저임금 규정과 유급 병가 등 노동법을 위반했다고 써 있다.

콜로라도주 노동법은 고용된 노동자(employee)를 "고용주의 이익을 위해 노동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노동자 여부를 가르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고용주가 고용한 사람의 노동, 서비스에 어느 정도 통제력을 행사하는지, 고용한 사람의 일이 고용주의 이익에 얼마나 중요한지 등이 있다. 고용된 노동자와 달리 독립사업자는 주로 다른 사람의 통제나 업무 지시를 받지 않고 일하며, 제공하는 서비스나 노동은 독립적인 사업이나 거래에 필요한 것들이다.

얼핏 보기엔 이번 덴버시의 노동법 위반 사례가 별일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은 사실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긱 노동은 우버 기사나 도어대시 등 배달업 종사자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법의 보호를 받아 온 노동자들이 제공하던 수많은 노동, 서비스 분야로 범위를 넓혀 왔다. 최근 일련의 사태는 노동자들이 그간 고용된 직장에서 누려 온 핵심적인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은 고용된 노동자를 보호한다. 독립된 사업자는 보호 대상에 들지 못한다. 우버나 리프트 등 긱 노동을 중개하는 플랫폼 업체들이 어마어마한 이윤을 챙길 수 있던 건 다른 고용주라면 당연히 지켜야 했을 법을 교묘하게 피해 노동자들에게 지급했어야 할 임금이나 정부에 냈어야 할 세금을 상당히 많이 아낀 덕분이다. 임금, 세금은 물론이고, 실업 급여나 사회복지 기금,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데 들 돈도 아꼈다. 그 결과 플랫폼 업체와 독립사업자로서 계약을 맺고 일하는 긱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고 일했으며, 업무 중에 다치거나 심지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더라도 고용주에게 제대로 된 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또 있다. 멀쩡히 법을 잘 지켜 온 회사들이 법망을 피해 이윤을 누리는 회사와 경쟁에서 밀려 피해를 보고, 실업 보험 등 노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회적 안전망의 예산이 고갈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덴버시의 사례를 보면, 플랫폼 업체들의 사업 모델이 더는 운전기사나 배달원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손을 뻗쳤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스타워크는 사람을 모아 물류창고나 파출부, 청소부를 비롯한 각종 소매업에 파견했고, 긱프로도 호텔에 인력을 댔다. 샌프란시스코시의 데이비드 추 검사는 지난해 병원에 노동자를 파견하던 인력업체 퀵을 기소하면서 플랫폼 업체의 사업 모델을 간단히 요약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퀵은 혁신으로 위장한 불평등 그 자체다. 이 앱 기반 인력 충원 회사는 고용법과 노동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사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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