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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 '산산조각' 철거…"양심 찢겼다" 분노

<앵커>

일본이 일제 강점기 강제 노역에 동원된 조선인 추도비를 철거했습니다. 중장비까지 써서 산산이 부숴버린 걸로 확인됐는데 일본 시민단체들도 양심이 찢겼다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종훈 기자입니다.

<기자>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가 있던 일본 군마현 현립공원 내 '군마의 숲'입니다.

아사히 신문이 헬기로 공원 내부를 촬영했는데, 추도비가 있던 자리는 빈터로 변했습니다.

콘크리트 잔해만 수북합니다.

군마현이 지난달 29일부터 외부 출입을 막은 채 중장비로 추도비를 허물었다고 아사히는 전했습니다.

추도비는 일제 강점기 강제노역에 동원된 조선인 6천여 명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4년 일본 시민단체 등이 주도해 설치됐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추도 모임에서 나온 '강제연행'이라는 발언을 문제 삼아, 현 의회가 설치 허가를 취소했고 현 당국도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일본 우익의 철거 압박도 한몫했습니다.

시민단체가 철거 반대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고, 결국 철거가 집행된 겁니다.

추도비가 산산이 부서진 모습에 시민단체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후지이/'추도비 철거에 반대하는 모임' 사무국장 : 군마의 강제 노동현장을 보여주는 상징으로서 추도비를 다음 세대에 남겨주고 싶었는데, 부서지고 없어져 마음이 아픕니다.]

군마현은 추도비의 정신을 부정하는 건 아니며 과거의 역사를 수정할 의도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철거 전 추도비에 새겨져 있던 금속제 비문은 따로 떼어 시민단체에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군마현의 양심을 상징하던 추도비 실체가 사라지면서, '과거를 반성하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던 비문은 기억으로만 존재하게 됐습니다.

(영상취재 : 한철민·배문산, 영상편집 : 조무환, 화면출처 : 아사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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