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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녹음' 증거 인정…주호민 아들 특수교사 유죄 판결 파장

<앵커>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특수 교사에 대해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아이에게 장애가 있단 점을 이유로 들면서 수업 시간에 몰래 녹음한 내용을 예외적으로 증거로 인정했습니다. 교원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최승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재작년 9월, 웹툰작가 주호민 씨는 자폐를 가진 자신의 아이를 학대했다며 특수교사 A 씨를 고소했습니다.

주 씨 아내는 아이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보냈고, 여기에는 수업 도중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네가 싫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A 교사의 목소리가 녹음됐습니다.

검찰은 이 내용을 토대로 A 교사를 아동 학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고, A 교사는 직위 해제됐습니다.

그러나, 관할 교육청은 가혹한 처분이었다며 7달 만에 A 교사를 복직시켰습니다.

논란 끝에 법원은 오늘 A 교사에게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하며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쟁점은 녹음 내용의 증거 능력 여부였습니다.

지난달 11일 대법원은 부모가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말을 몰래 녹음한 건 학대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판례를 남겼습니다.

이걸 근거로 A 교사 측은 녹음파일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대법원 사건과 달리 주 씨의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교실에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장애를 가진 소수 학생만 있는 만큼 달리 증거를 모을 방법이 없다"며 예외를 인정했습니다.

[주호민/웹툰 작가 : 이 사건이 열악한 현장에서 헌신하시는 특수교사분들께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A 씨와 경기도교육청은 곧바로 항소하기로 했습니다.

[김기윤/경기도교육청 고문변호사 : 몰래 녹음에 대해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경우 교사와 학생 사이에 신뢰관계가 상당히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수교사노조와 교원단체들은 "재판부가 학교 현장을 불신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며 "앞으로 누구도 특수교사라는 직업을 택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 영상편집 : 최혜영, 디자인 : 강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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