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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신생아 특례'로 출산 장려? "첫째도 못 받는데 둘째 낳으라고요?"

이번 주부터 연 1%대 금리로 주택 마련 자금을 빌려주는 '신생아 특례 주택 대출' 접수가 시작됐습니다. 신청 첫날 사이트 접속이 1시간 가까이 지연될 만큼 관심을 끌었습니다. 23년 1월 이후 출산 혹은 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가 대상인데, 고금리 속 1%대 '꿈의 금리'가 장점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 신생아'라는 이름을 붙인 정책 대출까지 나온 배경에는 나날이 심화되는 초저출산 경향이 있습니다. 전 세계 출산율 꼴찌인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올해에는 0.7명마저 붕괴될 거란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청년들의 가장 큰 걱정인 주거 문제를 풀어 저출산 해법을 찾아보겠다는 건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신생아 특례'라는 이름을 붙인 이번 정책 대출이 정말 출산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또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신생아 특례 대출의 효과와 한계를 짚어봤습니다.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

"첫째조차 혜택 못 받는데 둘째를 또 낳으라고요?"

우선 정책 시행 초기 단계부터 사각지대를 호소하는 신혼부부들이 꽤 있었습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8개월 차 아기 엄마인 정미영 씨는 지난해 이 제도가 나온 이후 신청 날짜만 손꼽아 기다렸다고 하는데요. 결국에는 '신청 대상자'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유는 정 씨가 다음 달 입주 예정인 아파트가 등기가 늦게 나오는 재건축 아파트여서 불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정 씨는 "신생아가 태어났기 때문에 금리 혜택을 주는 거면 공급 받은 주택의 유형 상관없이 혜택을 줘야 할 것 같아요. 어차피 기간이 지나면 받을 수 없잖아요. 첫째도 이런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데 둘째를 또 낳아서 그런 정책을 나라에 기대할 수 있을까요?"라고 토로했습니다.

신생아 특례 디딤돌·버팀목 대출

맞벌이 소득 초과…"이것 때문에 아이를 더 낳을 것 같지는 않아요"

신생아 특례 대출이 신청 첫날 풍경은 어땠을까요. 온라인 사이트 신청이 몰렸던 것과 달리 비교적 서울 도심 은행 창구는 한산했습니다. 실제 신청하거나 대출을 문의하려는 대상자는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다른 은행 업무를 보러 온 신혼부부에게 신생아 특례 대출에 대한 생각을 물었는데, 돌아온 답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맞벌이 신혼부부
= 신생아 특례 대출 나온다고 해서 알아봤는데 저희가 좀 연봉이 높아서… 맞벌이거든요. 소득 기준이 완화됐다고 해도 초과더라고요. 주택 가액도 9억 원 이하여야 하는데 그걸 넘어서서 포기했죠.
- 이 제도가 출산율 증가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 별로 영향 없을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애를 낳진 않을 것 같은….
 

집값 영향은?"하락 분위기 반전 어려워", "9억 원 이하 거래 시장 군불"

채상욱 부동산 애널리스트 겸 커넥티드 그라운드 대표는 신생아 특례 대출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을 이렇게 예측합니다. "집값 하락세를 둔화시키는 데는 일부 도움이 되겠죠. 수도권은 9억 원 제한에 걸릴 가능성이 높지만, 출산율이 높은 도시일수록 사용처가 많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시중은행 대출에 대해 여전히 제약이 크기 때문에 시장 분위기 반전은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이번 정책 모기지로 시장 분위기를 완전히 돌려세우기는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여서 서울 안에서도 노원구나 강북구 등 9억 원 이하 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 타이밍을 기다리던 수요자들의 움직임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합니다.
 

집값 마련 걱정 없이 아이 낳을 수 있는 환경

집값이 이미 높은 상태에서 자금 마련을 지원해주는 정책은 사실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이 한정적입니다. 아무리 신혼부부라도 그래도 최소한의 자산을 갖춘 사람이 지원을 할 수 있고, 그마저도 각종 기준 탓에 탈락하거나 소외되는 경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미 대세가 된 초저출산을 바꾸려면 보다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한 더 다양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주택 가격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 줄어들 수 있도록 주거 복지 선진국처럼 공공임대 비중을 늘리자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현재 5~6% 수준에 머무는 한국의 공공임대 비율을 20% 수준까지 끌어올리자는 겁니다. 대출금 갚는 이자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적은 사람도 집값 걱정 없이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꿈'이라도 꿀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아이 한 명 더 낳을 때마다 0.2%포인트 이자 낮춰주는 것보다 내가 지원해볼 수 있는 공공주택이 늘어나는 것이 차라리 현실적인 출산 장려책이라는 거죠.

청년 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입주자 모집

신혼부부 주거 문제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국이 초저출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이유는 청년들의 삶을 옥죄는 여러 굴레 중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신혼부부의 주택 자산과 출산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을 보면 자가 주택을 보유한 상태로 신혼을 시작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좀 더 일찍 첫째 자녀를 출산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수도권 및 광역시의 경우 첫째아를 낳는데 까지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약 20만 쌍이 한 해 결혼하지만 신혼부부 공급 주택은 특별공급과 전세 임대 등을 포함해도 약 2.5만 호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자녀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신혼부부에 대한 맞춤형 보금자리 지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지적도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자료
배호중, 한창근 <신혼부부의 주택자산과 출산: 2000년 이후 혼인가구를 중심으로>, <<보건사회연구>>, Vol.36, No.3, 2016, pp.20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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