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외선 광원 주위에 몰려든 멧노랑나비
나방과 초파리 같은 곤충이 불빛 주위에 모여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곤충이 불을 향해 날아드는 것이 아니라 인공조명이 곤충의 감각에 혼란을 일으켜 광원 주위를 맴도는 것과 같은 비정상적 행동을 일으키는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새뮤얼 파비안 박사와 미국 플로리다국제대 야시 손디 박사팀은 31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고속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해 자연 환경과 실험실에 설치한 다양한 조명 조건에서 나방과 잠자리, 초파리, 매매 등 곤충의 3차원 비행을 추적,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불빛 등 인공조명이 날아다니는 곤충을 유인한다는 사실은 로마 제국 기록에 곤충을 잡기 위해 빛을 이용했다는 내용이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현상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를 설명하는 가설로는 곤충이 나뭇잎 틈새로 날아다니는 것처럼 빛이 있는 곳을 탈출구로 여긴다는 것부터 달빛을 비행 방향을 찾는 신호로 사용하는 곤충이 실수로 인공조명에 끌린 것이라는 주장, 곤충이 광원에서 나오는 열에 반응하는 것이라는 가설, 어두움에 적응된 곤충의 눈이 인공조명에 멀어 비정상적 비행을 하게 된다는 것까지 다양합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실험실에서는 고해상도 모션 캡처 카메라로, 자연환경에서는 스테레오 비디오 촬영 장치를 이용해 다양한 인공조명 조건에서 나방, 잠자리, 초파리, 매미 등 다양한 곤충의 3차원 비행을 재구성하고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곤충들은 비행할 때 등을 광원 쪽으로 향하는 반응(dorsal light response)을 보이면서 이를 통해 비행 경로를 수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반응은 태양이나 달빛 같은 자연 광원 아래에서 곤충이 지평선과 정확히 일치하는 비행 경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그러나 인공조명은 곤충의 비행 경로를 불규칙하게 만들고 계속 수정하도록 해 현기증을 유발함으로써 곤충이 인공조명에 이끌리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게 만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곤충이 광원을 향해 날아가거나 광원 주위를 맴도는 것이 아닌데도 광원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행동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실험실에 광원을 설치하고 실험한 결과 대부분 곤충은 단거리에서는 광원을 향해 직접 비행하지 않고 광원에 직각으로 비행해 광원 주위를 회전하거나 뒤집힌 상태로 비행하는 등 비정상적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 결과 등 쪽을 광원으로 향하는 곤충의 반응은 조명 근처에서 실제 곤충들이 보인 불규칙한 비행 경로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날아다니는 곤충이 인공조명 주위에 모이는 이유를 설명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모델임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먼 거리에 있는 인공조명이 곤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런 연구가 밤에 불필요한 인공조명을 줄여 곤충 서식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Thomas Angus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