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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② 하자 차 판매해도 '과태료 0원'…이대로 두면 소비자만 호구 된다

소비자 피해 보기 전에 사전에 관리·감독하는 정부 차원의 시스템 필요

SBS 시민사회부 취재팀은 벤츠 국내 판매사인 더클래스 효성(이하 '효성')의 이른바 '하자 차량 판매'에 대해서 앞서 <8뉴스>에서 연속 보도했습니다. 고객을 기만하는 불법 판매의 배경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취재파일]을 통해 더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하자 차 5년 전에도 팔았다

최근 벤츠 판매사 더클래스 효성의 딜러 10여 명이 사기 및 사문서위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이들은 저렴하게 팔아야 할 하자 차량을 새 차로 속여 고객에게 팔았습니다. 고객이 받아야 할 '하자 차량 할인'은 모두 딜러들의 주머니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런 하자 차량 판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하자 차를 새 차로 속여 판매했다는 소병훈 민주당 의원 PPT

지난 2021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효성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1,300여 대의 하자 차량을 팔아왔다고 폭로했습니다. 이 사실은 지난 2018년 처음 알려졌었는데, 정확한 판매 기간과 판매 대수가 새롭게 드러난 겁니다. 소 의원은 3년이 지난 당시 2021년까지도 국토부가 효성에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고 질타했습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출고 전 하자 차량의 수리 여부를 고객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 과태료 100만 원이 부과됩니다. 소 의원은 1대당 100만 원을 적용해 1천300여 대에 대한 과태료 13억 원을 부과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SBS 취재 결과 하차 판매의 사실이 알려지고 5년, 국회가 과태료를 부과하라고 추가로 촉구하고 2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단 한 푼의 과태료도 부과되지 않았습니다.
 

국토부-서울시의 '130억 티키타카'

'자동차 제작·판매자 등의 고지 의무 위반 관련 협조 요청' 국토부 공문

○ 국토부→서울시
지난 2021년 10월 7일(국정감사 이틀 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에 협조 공문을 보냈습니다. 효성이 1천300여 대를 신차인 것처럼 속여 판매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서울시에서 관련 사항을 면밀히 조사하고 법에 따라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입니다. (당시 자동차관리법시행령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과태료의 부과 및 징수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하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 서울시→효성
서울시는 즉각 효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효성 관계자들도 수차례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서울시가 부과한 과태료는 지금까지 0원입니다. 서울시는 효성 측이 하자 차량을 판매한 구체적인 시점과 판매 대수, 피해 고객 수마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아니라 강제해서 조사할 권한이 없었다. 효성 측에서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해야 하는데, 자료의 보존 기간이 지났거나 개인 정보 등이 가려진 채로 제공돼 조사의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 서울시→국토부
국토부가 서울시에 공문을 보낸 지 한 달 뒤, 서울시는 자체 조사를 마치고 국토부에 '자동차관리법 개정 건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서울시는 해당 공문을 통해 효성 조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알리고, 법령 개정을 건의했습니다. 먼저, 차량 출고 전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이를 등록하거나 확인할 관리 시스템이 없어 차량이 수리 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관련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과태료가 100만 원에 불과해 불법 예방의 효과가 크지 않아 부과 금액의 상향도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당 사건에 대해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는 내용과 효성 조사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내용 등의 언급은 빠져 있었습니다.

○ 국토부는 몰랐다
처음 이 취재를 진행하면서 국토부 관계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됐는지 물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서울시에 공문으로 관련 내용을 전달했었다. 과태료 부과됐는지는 확인 못 했다. 부과는 서울시의 권한이다"고 설명했습니다.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았던 사실도 몰랐던 겁니다.

벤츠 자동차

○ 100만 원인가, 13억 원인가?
심지어 과태료를 얼마 부과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국회는 국정감사에서 불법 판매한 1대당 100만 원을 적용해 모두 13억 원을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련법과 시행령에는 적발됐을 때마다 100만 원을 내는 것인지, 1대당 100만 원을 부과하는 것인지 명확한 설명이 없습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에는 1차 100만 원, 2차 100만 원, 3차 100만 원으로 과태료가 명시돼 있는데, 이 '차'라는 표현이 적발됐을 때는 뜻하는 것인지 차량 대수를 뜻하는 것인지 모호합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조사한 뒤 조치할 사항"이라고 답했고,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에 공문을 보내 확인해보겠다"고 답했습니다.
 

대국민 사과하고도 뒤에서는 "처벌 근거 없잖아요?"

효성 강남점

이런 과정 뒤에는 효성의 치밀한 해명이 있었습니다. 지난 2021년 서울시가 효성을 조사하려고 관계자들을 소환했는데, 효성 측에서는 변호사들이 출석했습니다. 앞서 2018년 더클래스 효성 대표가 홈페이지를 통해 대국민 사과하고 3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효성이 관련 서류 제출에 소극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가 요구한 대부분의 자료에 '자체 보존 기한이 지나서 존재하지 않는 서류'라거나 '고객 개인정보라서 제공할 수 없다'고 답했다는 겁니다. 또 일부 제공된 서류는 개인 정보나 민감한 정보들이 지워진 채로 제출돼 관련 조사를 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서울시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또 결정적으로 효성 측 변호사는 "처벌 또는 과태료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자동차관리법에는 자동차를 판매하는 경우에는 인도 이전에 발생한 고장 또는 흠집 등 하자에 대한 수리 여부와 상태 등에 대하여 구매자에게 고지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형사 처벌할 조항은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태료에 대해서도 100만 원이라고 법에 명시하고도 시행령에는 이 내용이 빠져 있었습니다. 효성이 하자 차량을 판매했을 2015~2018년 당시의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과태료의 부과 기준'을 보면 "반품된 자동차라는 사실을 구매자에게 고지하지 않고 판매한 경우 : 벌금 100만 원"으로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하자 고지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자체는 시행령에 따라 정확한 과태료 기준을 정하게 부과하게 되는데, 상위법에는 명시돼 있지만 시행령에는 하자 차량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1천300여 명의 고객들이 피해를 봤고, 국회까지 나서 과태료 처분을 지시했지만, 법적으로는 근거가 없었던 겁니다.

하자 차량 고지 의무를 명시한 자동차관리법은 2015년 1월 개정됐는데, 3년 5개월 동안 시행령에 반영되지 않아 법과 시행령의 괴리가 있는 '법적 사각지대'가 발생했습니다. 시행령을 개정하고 관리해야 할 국토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황당한 상황이다. 왜 당시 시행령에 반영이 안 됐었는지 관련자들과 논의해 원인을 파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하자 차량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받아보고도 여전히 관련 시스템은 보완되지 않았습니다. 당장 오늘도 고객에게 하자 여부를 알리지 않고 차를 판다면 고객은 알 길이 없습니다. 국토부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고객이 호구가 되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합니다.

한편, 경찰은 최근 발생한 사건에서 효성 딜러들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습니다. 자동차관리법상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고발 또는 수사 의뢰조차 하지 않은 서울시도 마찬가지로 비난을 피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반복된 문제인데 '딜러 일탈'?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효성은 2018년 장문의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고객들에게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해 조치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개인의 일탈'이라며 회사와 선을 그었습니다. 효성은 SBS 취재진에 "18년 이후에도 미고지 또는 오고지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꾸준히 시스템을 보완해왔다. 고객들에게 하자 수리 내역이 제대로 고지될 수 있도록 이중으로 확인하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며 "다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위가 발생하였다고 한다면 이는 어디까지나 영업사원의 실수이거나 회사의 방침을 어긴 일탈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이번 경찰 수사에도 회사의 적극적 개입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법적 책임이 없다고 도의적 차원의 책임에서 벗어난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효성의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이 경영이념이 적혀 있습니다.
 
"고객 여러분들께 신뢰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아직 여타 어느 브랜드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미래를 여러분들에게 선사하고자 합니다."

이중 확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어떤 시스템이 있기에 직원의 일탈로 선을 그을 수 있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저희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복수의 딜러들은 "판매 과정에서 어떤 사고가 생기더라도 모든 책임은 딜러가 지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판매사와 딜러의 계약 관계, 근무 환경, 내부 시스템에 대해서는 추가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딜러 또는 업계 관계자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물론 고객을 속인 딜러 개인의 잘못은 어떤 경우에서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관련해서 책임을 묻기 위한 검찰의 수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판을 제공한 것은 회사입니다. 특히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선택을 받아 차를 제공하는 판매사라면 반복되는 사고에는 책임 있는 행동과 대책을 내놔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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