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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① '최고 명차'라는 벤츠…하자 들키면 고객 탓, 서명 위조까지

딜러가 고객 속여 하자 차 판매…사과 5년 만에 또 적발됐는데 딜러사는 책임 회피

SBS 시민사회부 취재팀은 벤츠 국내 판매사인 더클래스 효성(이하 '효성')의 '하자 차량 판매'를 <8뉴스>에서 연속 보도했습니다. 고객을 속이는 불법 판매의 배경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취재파일]로 더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인 벤츠의 슬로건입니다. 이런 벤츠의 자부심은 독일을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하죠. 벤츠 코리아의 재작년 매출이 7조 원을 넘길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벤츠의 상징인 '삼각별'을 단 자동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들키지 않으면 하자가 아니다"


그런데 벤츠 공식 딜러사를 둘러싼 의혹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브랜드에 흠집을 내고 있습니다. 딜러들이 하자 차량을 정상 차량인 것처럼 속여서 판다는 겁니다.
이런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지난해 3월부터 효성 딜러 3명을 수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압수수색과 관계자 진술 조사를 거쳐 딜러 10여 명을 사기와 사문서위조 혐의로 입건해 이달 중순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취재진이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딜러들이 고객을 어떻게 속이길래 대놓고 하자 차를 팔 수 있을까?' 답을 얻기 위해 취재진은 현직 자동차 딜러들을 찾아갔습니다.

하자 벤츠 판 딜러 10여 명 송치

'흠집 안 보이게 출고하라' 지시한 상사

딜러들은 고객에게 새 차를 전달할 때 긁히거나 찍힌 흠집이 있는지 살펴보라며 차를 둘러보게 합니다. 만약 이때 하자가 보이면 고객은 차량 인수를 거부할 수 있고, 다른 차량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딜러들은 인수증에 서둘러 서명하라고 고객에게 요구하면서 하자 차량을 넘겼다고 고백했습니다. '지금 이 차를 받지 않으면 기다리고 있는 다른 고객이 가져갈 수 있다'며 보채기도 했습니다.
원래 이런 하자 차는 정상 차보다 50~70만 원 정도 싼 가격에 나옵니다. 그런데 양심 없는 딜러들은 마치 자신의 권한으로 정상 차를 할인해준 것처럼 속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1대를 팔 때마다 판매 수당 약 100만 원을 챙깁니다.
이런 불법적인 판매가 조직적으로 일어난 정황도 있습니다. 현직 딜러 A 씨는 상사로부터 '하자가 있는 부위를 가리거나 최대한 안 보이게 차를 붙여서 출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았지만 "좁은 업계에서 어떤 불이익이 생길지 몰라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러 직원을 부리는 상사가 이렇게 판 차량이 매년 100대 가까이 됐다고 그는 기억합니다.

CG 6초

들키면 '고객 탓'하며 발뺌…서명 위조까지

이렇게 얼렁뚱땅 차량을 넘겨받은 소비자는 뒤늦게 하자를 발견해도 보상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인수증을 쓴 뒤에 발견된 하자는 원칙적으로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아무리 따져도 딜러가 '인수할 때에는 아무 문제없지 않았냐'고 맞서면 대응하기 어려운 겁니다. 바로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법률은 딜러가 고객에게 차를 팔 때 반드시 하자를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동차관리법 제8조의2(자동차제작·판매자 등의 고지 의무)
② 자동차제작·판매자 등은 자동차를 판매할 때 제작사의 공장 출고일(제작일을 말한다) 이후 인도 이전에 발생한 고장 또는 흠집 등 하자에 대한 수리 여부와 상태 등에 대하여 구매자에게 고지하여야 한다.

딜러가 규정대로 하자를 알리면, 고객은 '하자 수리 내용 고지서'에 자신의 서명을 남깁니다. 그런데 고객을 속이는 딜러들은 이 서류도 고객에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고객 서명을 위조하고 전화번호도 가짜로 적어 서류를 꾸미기 때문입니다. 현직 딜러 B 씨는 "(하자 차는) 아예 고객 서명을 안 받는다"며 "가장 비슷하게 (고객의) 필체를 따라 해서 회사에 제출한다"라고 설명합니다. 이런 서류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고객은 흠집 난 차를 받아 갑니다. 나중에 항의해도 딜러가 '인수증에 서명한 뒤로는 모두 고객 탓'이라며 발을 빼면 그만입니다.

효성 하자 차 판매 사기 방식(예시)

10여 명 송치에도 "개인의 일탈"이라는 딜러사

이런 식으로 고객들을 속이다가 적발된 효성 딜러 10여 명은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사실 효성의 하자 차 판매는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효성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고객을 속여 하자 차를 판매한 사실을 지적받았고 대표이사가 나와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약 5년이 지나 다시 드러난 하자 차 판매에 대해서는 효성이 태도를 바꿨습니다. 효성 측은 취재진에게 "회사가 관여한 바 없고, 딜러들 개인의 일탈이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식 딜러사'라는 이름을 걸고 차를 팔았지만, 판매 과정에서 생긴 불법 행위에는 책임이 없다는 겁니다.
 

여전히 차 파는 '사기' 혐의 딜러들

하지만 취재 결과, 효성은 딜러가 가짜로 적어 낸 전화번호가 고객의 진짜 전화번호와 일치하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연간 많게는 1만 5천 대를 판매해서 하나하나 확인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수천에서 수억 원짜리 고급 수입차를 하루 약 41대씩 팔면서, 구매하는 고객의 전화번호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기소된 딜러들이 법규를 지켰는지 내부 감찰하는 절차도 밟지 않았습니다. 효성 측은 이 사건이 재판에 넘어가는지,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에 따라 징계위원회를 열겠다는 방침입니다. 아무 징계도 받지 않은 딜러들은 여전히 효성 소속으로 고객들에게 차량을 팔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사 더클래스 효성 전시장

SBS <8뉴스> 보도 <[단독] 긁힌 벤츠인데 "정상"…고객 속이고 서명도 위조> 이후 '속아서 하자 차를 샀다'는 시청자 제보가 잇따라 들어오고 있습니다. 차에 생긴 흠집은 손쉽게 가릴 수 있어도, 소비자들 마음에 생긴 흠집은 잘 지워지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취재진은 최근 다른 업체에서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는 제보자를 만나 후속 보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이런 불법 행위를 끊어내지 못하는 구조적인 원인도 파헤치고 있습니다. 차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피해를 보신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 이상학, 디자인 : 강경림,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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