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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사] "고급차 공짜로" 각서 믿었다…대출금 폭탄에 아직 빈손

<앵커>

중고차를 공짜로 타게 해 주겠다는 딜러의 말에 속아 수천만 원씩 피해를 보게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차 값의 두 배가 넘는 대출금을 떠안게 된 건데요. 피해자만 100명이 넘습니다. 

어떻게 된 건지 현장탐사 김보미 기자가 파헤쳤습니다.

<기자>

[한 2년 그냥 공짜로 탈 수 있는 게 있으니까. 그거 빨리 가져가 이러는 거예요.]

[세상에 공짜라는 건 없는데. 걔는 이제 공짜로 타게끔 해준다니까.]

사건이 시작된 경기도의 한 중고차 매매 사무실.

매매상 한 모 씨는 지인이나 손님들에게 고급 외제 차와 비싼 국산 차들을 보여준 뒤 이렇게 말합니다.

[한 모 씨(딜러) : 비용은 내가 다 내니까, (차량) 이전비하고 이런 것도 내가 다 내니까 보험료만 내세요.]

기존 차주가 세금이나 할부금을 못 낸 차들이라면서 명의만 이전해 주면 차가 팔릴 때까지 편하게 타고 다니라는 겁니다.

대신, 조건이 있었습니다.
 
기존 차량에 엮인 세금이나 대출금을 갚아야 하니 중고차 대출에 동의해 달라는 것.

그때까진 할부금이나 이자는 자기가 내겠다는 겁니다. 

[한 모 씨(딜러) : 한 달에 나가는 게 아마 (할부금이) 120~130만 원 되죠. 근데 그 비용은 내가 다 내니까.]

손님이 망설이자, 차를 다시 인수해 갈 때까지 할부금을 대납하겠다는 각서까지 써 주고, 옆에 있던 또 다른 딜러도 거듭니다.

고가 중고차 대출 사기 피해

[김 모 씨(딜러) : 5일에 (할부금이) 나간다? 그러면 4일 주중에 입금이 될 거예요. 하루 전날에요.]

밑질 게 없겠다 싶어 차량 소유권을 자기에게 이전한 손님들. 

하지만, 얼마 뒤 상상치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김 모 씨/피해차주 : 첫 달에 바로 돈이 들어오고. 두 번째 달에는 조금 늦게 들어오긴 했는데, (세 번째 달에) 이 사람이 연락이 안 되더라고요.]

꼼짝없이 중고차 대출금을 모두 갚아야 할 판.

차를 팔아 갚으려 했는데 또 한 번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한 씨 일당이 실제 차량 가격보다 최대 2배나 많은 대출을 받았던 겁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피해자가 캐피탈 사에 따졌는데,

[피해차주 : 차량 가격이 2천만 원대인데 어떻게 4,700이라는 대출이 나왔냐 이거죠.]

[○○캐피탈사 : 매매 계약서 매매 가격도 4,700이라고 저희한테 얘기를 하신 거죠.]

한 씨 일당은 실제 가격보다 두 배 넘게 부풀린 중고차 매매 계약서를 캐피탈 사에 넣고 대출금을 더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명의를 이전해 주고 대출에 동의해 줬던 사람들만 차 값의 두 배 넘는 대출금 폭탄을 떠안게 됐습니다.

[손 모 씨/피해 차주 : 어차피 공짜로 타는 건데. 1년 반 탈게. 그렇게 해서 (계약) 했던 거거든요. 지난달에 월세도 못 냈어요. 살고있는 집 월세도 못 냈어요.]

[강 모 씨/피해 차주 : (대출금이) 총 2억 원 가까이 됐죠. 결국, 감당 못하니까 다 공매 처리하고. 남은 게 7천 정도..]

고가 중고차 대출 사기 피해

이뿐만이 아닙니다.

명의는 이전해 줬는데 아직 차를 받지 못했다는 피해자, 그런데 누군가 이 차를 계속 몰고 다니는지 범칙금 고지서가 줄줄이 날아온다는 겁니다.

[손 모 씨/피해 차주 : 익산에서 두 번인가 세 번인가 (과태료) 딱지 주정차 위반, 속도위반 이런 게 저한테로…]

차도 없이 매달 대출금만 내게 된 피해 차주들은 직접 안산 지역 곳곳을 돌면서 차를 찾아 나서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 피해자가 취재진과 함께 안산 일대를 돌아보던 중, 공원 주차장에 방치된 차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 씨/피해 차주 : 차 가져가서 수리해라 맡겼는데 이래 해놓은 거 아니에요. (지금 처음 보신 거예요?) 네. 30개월 만에 본 거예요. 지금]

한 씨 일당의 중고차 매매 사무실은 문이 굳게 잠겨 있는 상태.

취재팀은 한 씨가 산다는 집 주소를 알아내 찾아가 봤습니다.

[죄송한데 저희 작년 10월부터 다른 사람 사는데 왜 계속 다른 분들이 오시는지 모르겠어요.]

한 씨 일당에게 당한 피해자는 파악된 수만 100여 명.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한 씨 일당의 행방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10월 태국으로 출국한 상태였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강경림·최재영,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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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보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차량 시세 2배 대출, 어떻게 가능한가?

[김보미 기자 : 캐피탈 사의 대출 심사 과정을 취재해 봤는데 총 3가지 요인이 있었습니다. 고객의 신용 점수와 매매계약서상의 차량 가액 그리고 차종과 연식, 주행거리 등을 고려해서 대출 가능 범위를 고려한 자체 DB 자료인데요. 고가의 차량일수록 옵션에 따라 신차 가격이 몇 천만 원씩 차이 나기도 하죠. 중고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중고차는 사고와 수리 이력이 시세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을 하는데요. 이번 사건에서 한 씨 일당이 제일 많이 대출받은 모 캐피탈 사의 경우에는 이 DB 자료에 옵션과 사고 이력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신용에만 문제가 없으면 매매계약서상의 차량 가액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을 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 딜러가 매매 가격을 뻥튀기해서 캐피탈 사에 전달을 하면 이를 걸러낼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Q. 경찰 수사 상황은?

[김보미 기자 : 피해자 모임에 들어온 100여 명 중에 현재까지 60여 명이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경찰이 파악한 사기 금액은 대출 금액만 30억 원이 넘습니다. 계속 고소가 이어지고 있어서 이 금액은 점차 늘어날 걸로 보이는데요. 경찰은 태국으로 도주한 이 일당에 대해 여권 무효화 조치와 인터폴 수배에 나설 예정입니다.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계약 당시 뭔가 미심쩍다 생각은 했지만 결국 유혹에 넘어간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유사 사기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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