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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쪽방에 살지만 '쪽방 주민'은 아닌 사람들…약자는 그저 배경일까요

스프 더스피커
한 개 이상의 방과 부엌, 독립된 출입구를 갖춘 곳을 한국 정부는 ‘주택’으로 정의합니다. 통계청은 주거 형태를 크게 ‘주택’과 ‘주택 이외의 거처’로 나눕니다. 고시원과 여관 등 숙박업소, 쪽방,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이 주택 이외의 거처로 분류됩니다. 2022년 기준 ‘주택이 아닌 곳’에서 사는 가구는 총 44만 3,126가구, 5년 전보다 약 7만 3천 가구 늘었습니다. 지난해 통계청 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가구원은 182만 9,932명으로 1년 전보다 약 2.3%, 4만 1,632명 늘어나 4년 만에 반등했습니다. 집값 상승기와 맞물려 기존의 저렴한 주택에서도 소리 없이 밀려난 저소득층이 상당하다는 얘기입니다. 

그중에서도 정치인들이 자주 찾는 쪽방은 한국사회 취약한 거처의 대명사입니다. 그런데 같은 쪽방촌 안에서도 쪽방으로 인정받지 못해 ‘쪽방 주민’이 받는 서비스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더스피커가 다뤄볼 주제는 ‘쪽방에 살지만, 쪽방 주민이 아닌 사람들’입니다. 

 

‘주택이 아닌 곳’에 사는 사람, 4년 만에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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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쪽방’의 법적 정의는 모호합니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으로 밀려난 도심 빈곤층이 정작한 곳을 쪽방촌이라 부르지만, 쪽방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는 없습니다. 그나마 〈노숙인복지법〉에서 ‘노숙인 등’을 구성하는 항목에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정책적으로 분류하는 쪽방주민에 대한 정의와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지방자치단체도 쪽방에 대한 정의를 뚜렷하게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쪽방에 대한 모호한 정의... ‘누가 쪽방 주민인가’

문제는 모호한 정의로 인한 복지 서비스와 제도의 공백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누구를 쪽방 주민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다보니, 존재하지만 누락되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동자동 쪽방촌에서 12년을 옮겨 다니며 살다 최근 일 년 사이 두 번의 이사를 하게 된 70대 동자동 주민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10월,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데 주인이 집수리를 한다고 해서 이사를 했습니다. 평소처럼 쪽방 상담소에 동행식당 식권을 받으러 갔는데, 제가 이사한 곳은 쪽방 등록이 안 되어있어서 회원 자격이 박탈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밥 한 끼 식당 가서 먹는 것이었는데 황당했습니다. (중략) 새로 이사한 건물 양 옆과 바로 뒤도 모두 쪽방이기 때문에 새로 이사한 곳도 쪽방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른 점은 이 집이 화장실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리가 아픈 저는 그동안 좌식변기로 된 공용 쪽방 화장실 이용이 어려워 집 안에서 용변을 해결했습니다. 화장실만 아니면 다시 쪽방으로 등록된 곳으로 이사를 해서 상담소에서 나눠주는 것들을 받아 생활에 보태고 빨래도 맡기고 싶습니다.

- 70대 동자동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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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민은 결국 화장실이 있어도 쪽방으로 인정되는 곳을 겨우 찾아 이사했습니다. 다만 방 크기는 이전에 살던 곳의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그나마 생필품 등 지원을 다시 받을 수 있게 됐으니 다행이라지만, 위와 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의 말입니다.

쪽방에서 제외된 그 방 역시 여느 쪽방과 다르지 않은 형태입니다. 양팔을 다 뻗지 못할 정도로 작은 방 크기, 열악한 환경도 동일합니다. 어느 쪽방의 경우 화장실과 싱크대를 갖춰 원룸처럼 보이지만 쪽방으로 인정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들쭉날쭉한 기준으로 벌어지는 문제는 단순히 쪽방 상담소의 각종 혜택 여부에 그치지 않습니다. 향후 〈서울역 쪽방촌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에 담긴 공공 임대 아파트 입주자격에서도 배제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단순히 지급되는 물건을 받고, 받지 못하고의 문제를 넘어서 향후 더 나은 주거에 대한 가능성과도 직결되는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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