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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미중 무역갈등 여파…'12조 원짜리 공장'에도?

<앵커>

수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우리 경제가 최근에 겪는 여러 어려움들이 미중 무역 갈등의 영향이 크다, 이런 분석 우리도 많이 전해 드려 왔죠. 그런데 미국 경제 매체가 우리의 이런 상황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네요.

<기자>

지금 보시는 공장은 SK하이닉스가 지난 2020년에 미국의 반도체 회사 인텔로부터 90억 달러, 우리 돈 12조 원 상당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던 중국 다롄에 있는 공장입니다.

그런데 사실 지금쯤에는 설비를 모두 갖추고 활발하게 가동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했던 공장인데요.

이 공장이 지금 처한 애매한 상황을 미국의 유력 경제 매체인 블룸버그가 집중 조명했습니다.

SK가 이 공장을 인수한 2020년 이후로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더 이상 발전하는 걸 막으려고 규제를 늘려 왔죠.

중국에는 첨단 반도체 장비나 첨단 반도체 제품 자체를 아예 들여가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둔 한국의 반도체 회사들 큰일 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는데요.

지난해 10월에 일단 중국 내의 우리 공장들을 정상적으로 돌릴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우리 기업들에는 이런 규제들을 적용하지 않기로 일단 약속해서 한숨 돌린 상태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최첨단 장비 일부 품목은 통제되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 SK하이닉스로서는 거액을 들여서 인수한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도,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애매한 처지에 놓였다는 거죠.

그런데 사실 이 이슈, 이 공장 문제는 SBS를 비롯해서 국내 언론들도 지난해에 여러 번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새해가 되면서 블룸버그는 특히 올해 예정된 미국 대선을 거론했습니다.

만약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말로 다시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그나마 바이든 정부로부터 이끌어냈던 지금의 규제 유예는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고요.

미중 갈등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에 아낌없이 쏟아붓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앵커>

미국 매체가 이렇게 보도할 정도로 우리나라가 미중 무역 갈등의 딱 한가운데에 끼어 있는 모습입니다.

<기자>

블룸버그도 이번에 인용했지만 IMF도 미중 경제가 정말로 디커플링, 최대한 분리해서 따로 경제권을 이루는 상황이 되면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미중 갈등의 핵심은 첨단 기술들을 놓고 벌이는 패권 다툼인데요.

한국은 그 첨단 기술들 중에서도 핵심에 있는 반도체 수출에 워낙 크게 의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반도체를 비롯한 한국 수출품들의 가장 큰손 고객이기도 했고요.

또 방금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서 보셨듯이 한국 기업들의 생산 기지 노릇도 해 왔습니다.

그런데 미중 갈등으로 수출과 생산 모두 급격하게 영향을 받게 되면서 최근에 우리 경기 부진까지 이어진 측면이 큽니다.

반면에 같은 아시아에서도 중국과의 연결고리는 우리보다 적고 우리보다 좀 더 확실하게 미국과 묶여 있는 일본은 최근에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일본이 지금 세계 어느 주요국도 하지 못하고 있는 초저금리를 계속 유지하면서 시중에 엔화가 넘쳐나게 함으로써 경기를 살리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요, 요즘 일본 경기가 살아나는 좀 더 근본적인 요인을 역시 미중 갈등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상현/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 미·중 공급망 재편 과정 속에서 수혜 국가를 따져보게 되면요. '뉴쇼어링'하는 멕시코라든지 캐나다도 있지만 소위 '프렌드 쇼어링'(우방끼리 뭉치기)과 관련된, 동맹국과 관련된 수혜 국가는 대표적으로 보면 저는 인도와 일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올해는 이런 상황이 좀 풀리면 좋은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잖아요.

<앵커>

그렇습니다. 올해도 우리 크게 두 가지 염두에 둬야 합니다.

미중 갈등 그 자체에도 대비해야 하고요. 미중 갈등이 타격을 준 중국 경제의 부진 영향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 시장으로의 수출에 타격을 받으면서 미국이나 다른 지역들의 비중을 높여오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이 21년 만에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으로 돌아왔죠.

지난 연말에는 급기야 미국으로의 수출 규모가 중국을 뛰어넘었습니다.

하지만 그 얘기는 여전히 중국 시장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막대하다는 얘기고요.

대미 수출이 늘어난 폭보다 대중 수출이 줄어든 폭이 아직은 훨씬 더 큽니다.

우리나라는 미중 사이에 끼어서 어느 한쪽만 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입장에 놓인 나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때그때 가장 효율적인 줄타기를 계속해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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