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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kg 신생아 느는데…의료인력도 시스템도 부족 (풀영상)

<앵커>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 태어나는 아기들은 25만 명도 안됩니다. 이 중에서 10명 가운데 한 명은 37주도 안돼 태어나 몸무게가 2.5kg 이하인 저체중 출생아인데요. 모두가 치료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특히 몸무게가 1.5kg도 되지 않아서 어른 주먹보다 작게 태어난 아이들은 집중 치료를 해야 살릴 수 있습니다. 심각한 저출생 시대, 우리 사회는 이런 신생아들을 구하기 위해 제대로 된 준비가 돼 있는지 짚어봤습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입니다.

<기자>

간호사가 등을 토닥거리자 은채 눈망울이 움직입니다.

지난해 12월 30일, 은채는 1천420g 초극소 저체중으로 태어났습니다.

[강고은/은채 담당 간호사 : (은채가 선생님 알아보는 거 같아요?) 눈 마주칠 때....]

3주 정도 지난 지금, 은채는 건강하지만 의료진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최의경/고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소아 용량보다) 10분의 1, 정말 100분의 1 정도의 약을 쓰는데, 그 약에 대한 반응이라든지 이런 걸 정말 꼼꼼하게 실시간으로….]

모든 저체중 아기들이 은채 같은 상황은 아닙니다.

역시 극소저체중으로 태어난 이 아이는 의사들이 집중 치료를 진행하며 하루하루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장윤실/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굉장히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정상적으로 전해질이라든지 소변 양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유지 시키면서….]

신생아실

체중 1.5kg 이하 신생아는 최근 10년 간 매년 2천 명 정도 태어나는 걸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초저출산 시대인데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산모 고령화와 무관치 않다는 게 학계 중론입니다.

[장윤실/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그래서 출산 연령이 굉장히 늦어지고, 이에 따라서 다태아 그리고 미숙아가 특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매년 2천명 중 1천400명 정도가 회복하고 있는데, 생존율 70% 수준입니다.

예전보다는 높아졌지만, 미국, 일본, 유럽 등 보건 선진국의 생존율 80%보다는 낮습니다.

소아과 전공의 미달 사태와 간호 인력 부족이 지속된 여파로 의학계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최의경/고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시설이나 장비 면은 저희가 일본이나 미국에도 크게 뒤떨어지진 않는데 인력 면이…. 아무래도 선진국들은 (의료 인력) 2~3명, 아기 한 명당 그렇게 보지만 저희는 그렇지 못하거든요.]

주먹보다 작은 생명을 구하는 데도 우리 사회 의료 현실이 영향을 준다는 얘기입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 영상편집 : 최혜란, 디자인 : 손승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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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의료 '인력'만 부족한 게 아닙니다. 이런 아기들을 낳기 직전의 고위험 임신부가, 아기를 낳고 또 치료할 병원을 직접 찾아다녀야 한다는데요. 우리 의료 시스템의 현실도 계속해서 보시겠습니다.

<기자>

행여 사레라도 들릴까 거즈로 감싼 입에 작은 관으로 방울방울 물을 떨어뜨립니다.

임신 29주 만에 460g으로 세상에 나온 서로입니다.

[황인하/한서로 어머니 :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포기할 수는 없더라고요.]

인큐베이터에서 석 달을 살면서 2kg까지 몸집을 키우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가 태어나기 전 엄마는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했습니다.

안정이 필요했지만, 서로를 잘 낳고, 살릴 수 있는 병원을 직접 찾아다녀야 했기 때문입니다.

[황인하/한서로 어머니 : 처음에 위험하다고 했을 때 우선은 여러 병원 찾아보고 외래 진료도 가보고, (큰 병원은) 원래는 2~3주 정도는 예약(대기)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제가 계속 울면서 빌었어요.]

임신 29주 만에 460g으로 세상에 나온 서로

출산 뒤 잘 치료해야 생존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아기는 임신 기간 중에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고위험 임신부와 아기를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는 병원으로 연계하는 제도는 2014년부터 마련된 상태.

하지만 산부인과와 소아과 의료진과 신생아 중환자실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통합 관리시스템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엄마 같은 고위험 임신부가 병원을 찾아다니는 경우가 발생하는 겁니다.

[장윤실/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고위험 산모 신생아가 실질적으로 그 지역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만약에 예를 들어 3-4차 병원으로 이송이 돼야 된다고 했을 때 그런 이송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좀 갖추어야 되는데 아직 그게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고위험 임신부가 제 발로 병원을 찾아다니는 현실, 우리 의료기술 수준에 비춰보면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자화상입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강시우, 영상편집 : 김호진)

▶ 어른 손보다 작은 아기들…'생존율 70%' 더 살려야 한다
▶ "울면서 빌었어요"…직접 병원 찾아나선 고위험 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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