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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알' 가해자의 지령에 따라 입수 후 사망…'거제 옥포항 익사 사건' 가스라이팅 범죄 추적

그알
옥포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2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그날의 마지막 지령 - 거제 옥포항 익사 사건'에서는 거제 옥포항 익사 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2023년 10월 11일 오후, 경남 거제도 옥포항 바닷가에 사람이 빠졌다는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구조대는 곧바로 현장에 출동했지만 바다에 빠진 남성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사망한 남성은 50대의 상훈 씨. 그리고 당시 현장에는 그의 지인인 이준태와 정병석 씨가 함께 있었다. 그리고 최초 신고자인 이 씨는 술에 취한 상훈 씨가 정 씨와 수영 내기를 하며 바다에 뛰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전날부터 사고 직전까지 소주 22병을 나눠 마셨다는 세 사람. CCTV에는 상훈 씨와 정 씨가 스스로 옷을 벗고 물에 뛰어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특별한 외상도 없어 단순 익사로 추정되었던 사건. 하지만 수사를 진행하던 도중 해경은 뜻밖의 첩보를 입수했다.

사건 전날 부산에 거주하던 상훈 씨와 정 씨는 이 씨의 호출로 거제로 오게 되었고, 그의 강요로 밤새 술을 마셨으며 이 씨의 지시에 따라 상훈 씨가 물에 들어가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상훈 씨는 자신보다 8살이 어린 이 씨에게 평소 감시와 폭행을 당해왔고, 기초생활수급비도 갈취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씨와 그의 가족들은 모든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 사소한 다툼이나 장난이 있었을 뿐 감금이나 폭행은 없었고, 돈은 갈취한 것이 아니라 함께 먹을 술값을 상훈 씨와 정 씨가 내지 않아 이 씨가 먼저 계산하고 추후에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씨의 가족은 상훈 씨와 정 씨의 생활고에 도움까지 주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건 당일 이 씨는 상훈 씨에게 물에 들어가라고 지시한 바가 없다며 사건과 무관함을 주장했다.

이에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정 씨는 상훈 씨와 고시원에서 알게 되어 가까워지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어느 날 고시원에 새롭게 등장한 이 씨가 두 사람에 다가왔고 급속도로 친해졌다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씨의 태도가 달라졌다. 이 씨는 자신을 과거 조직폭력배 일원이라고 밝히며 두 사람에게 강압적으로 굴었다는 것이다.

술값을 같이 나눈다는 명목하에 정 씨와 상훈 씨의 카드까지 빼앗은 이 씨. 하지만 조사 결과 실제 술값은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었으나 이 씨의 거짓말로 두 사람은 계속 이 씨에게 돈을 상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 씨는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게 하고, 휴대전화까지 검사했다. 그리고 자신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게 했다.

5시간 거리를 걷게 하거나 모텔에 감금해 폭행을 하며 술시중을 들게 하는가 하면, 두 사람에게 서열을 가리라며 한 명이 실신할 때까지 싸움을 부치기도 했다.

10년 전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급식 봉사 단체에 속해 있었다는 이 씨는 질서 유지와 노숙인 관리를 맡았는데 봉사자들이 대신 관리해 주던 장애인의 통장에서 돈을 갈취한 것이 발각되어 쫓겨났다.

한 때 무료급식소를 이용했던 노숙인이기도 했던 이 씨. 그는 40대 후반 현재 30여 건의 전과가 있는데 20대 중반 특수 절도를 시작으로 사기, 공갈 등 꾸준히 범죄를 저질러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가족과 단절되어 노숙 생활까지 하게 된 것.

그리고 그의 범죄 중 가장 많은 것은 상습사기였는데 이는 대부분은 술값을 계산하지 않아 벌어진 사건들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무전취식을 상습적으로 해왔던 것.

이에 전문가는 "매우 충동적인 사람, 자기 욕구를 절제하고 사회의 어떤 요구와 내 욕구를 조율해야 함에도 그것에 대한 감각이 없다. 타인을 먹잇감으로 기생하면서 약탈적으로 살았던 사람.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자기 삶의 방식으로 살아왔던 사람이다"라고 분석했다.

노숙인 지원 센터를 통해 고시원 소개받은 이 씨는 2020년 고시원에서 상훈 씨와 정 씨를 만났고, 노숙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이 씨에게 두 사람은 누구보다 좋은 먹잇감이 되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지인들은 이 씨에게 두 사람의 존재가 노예와 다를 것이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씨를 만나기 전보다 급격하게 건강이 나빠진 상훈 씨는 병원비 천 원이 없어서 병원에도 못 가고 머리를 자를 돈도 없어서 머리를 완전히 밀어버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 씨에게 상납하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매일같이 인력 사무소로 향했다. 그리고 사건 전날도 상훈 씨는 고시원 방마다 문을 두드려 돈을 좀 빌려달라며 애원했다.

이 씨의 당장 오라는 지령을 받았음에도 교통비가 없었던 상훈 씨는 지인들에게 무릎까지 꿇으며 돈을 빌렸던 것이다.

밤새 술을 마시고 옥포항으로 장소를 옮겨 술을 계속 마신 세 사람. 이 씨는 잠도 못 자고 술도 안 깬 상태에서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두 사람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둘에게 바다 수영을 하라고 지령을 내렸다. 이에 폭력이 무서웠던 두 사람은 옷을 벗고 수영을 하려고 했던 것.

이에 전문가는 "바다에 뛰어드는 행위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맞을까 봐 무서워서. 이 씨가 평소 기분 나쁠 때 하는 행동의 수위가 이날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공포스럽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당시 상훈 씨가 실려가는 와중에도 현장에 정 씨와 남아 술을 마신 이 씨. 그는 정 씨에게 사건을 자신과 연관 지미 말라며 두 사람이 수영 내기를 했다고 진술하라고 종용했다.

이에 정 씨는 이 씨의 강요에 따라 허위 진술을 했던 것. 그러나 이후 첩보를 입수한 해경에 의해 진실 털어놓았던 것이다.

당시 사건을 취재한 기자도 "기사가 나면 내가 이야기를 했다는 걸 아는데 내가 무슨 일을 당할 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했다"라며 정 씨를 안타까워했다.

진실을 숨긴 채 꿈에서 우는 상훈 씨를 만났다는 정 씨. 하지만 진실을 말한 이후에는 웃는 얼굴의 상훈 씨가 꿈에 찾아왔다고 했다.

조사를 받으러 오는 과정에서도 피해자 협박, 피해자를 설득해서 진술하게 한 이 씨. 경찰은 이 씨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적용도 검토했다.

이에 전문가는 "이 씨가 상훈의 죽음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 가해자가 아니면 피해자의 사망은 발생하지 않았다. 가해자가 물에 들어가는 것을 말렸다면 피해자는 안 들어갔을 것, 이것은 명확하다. 피해자의 죽음은 왜 발생했으며 무엇 때문에 누구 때문인가 본다면 그것은 가해자 때문, 가해자의 욕구 때문이다"라며 "심리적인 지배를 위해서 폭행 협박, 충분히 지배당했다.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물에 뛰어 들어서 목숨을 잃게 한 영향이 있다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라고 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는 법적 판단은 다른 문제라며 "심리적 지배를 하면서 돈도 갈취하고 폭행 행사 괴롭혀왔던 부분과 피해자의 죽음과는 법적인 평가는 구분돼서 판단될 것 같다. 살인으로 인정되려면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가해자는 피해자들을 경제적 착취의 도구로 삼았고 그들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얻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을 죽일만한 동기가 있었느냐 봤을 때 동기가 없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라고 했다.

이에 결국 경찰도 과실 치사 혐의로 이 씨를 송치했고 검찰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전문가는 "심리지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법으로 재판하고 처벌할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들이다. 심리지배 과정에서 파생돼 나오는 폭행 욕설 모욕 갈취 이런 것들을 포착해서 처벌할 수 있지만 그 바탕이 되는 심리지배 행위 자체를 하나로 묶어서 범죄로 파악하고 처벌하고 이것은 현재 재판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생전에 이 씨를 폭행으로 신고까지 했던 상훈 씨. 그러나 상훈 씨의 휴대폰 통화 내역 등을 보고 자신을 신고한 것을 파악한 이 씨가 상훈 씨를 협박했고, 이를 경찰도 손을 못 쓰는 사람이라 오해한 상훈 씨는 이 씨에 대한 두려움이 더 극에 달했다.

또한 때때로 상훈 씨에게 그의 가족들과 지인의 신상을 다 파악하고 있다고 협박했던 이 씨. 결국 상훈 씨는 자신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들이 피해를 볼까 봐 두려워했고 이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함구했다.

전문가는 "가해자는 동족 포식자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기가 너무나 잘 아는 늘 함께 살아왔고 자기도 그 처지에 있었고 그래서 피해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상태에 놓여 있고 어떤 부분을 두려워하고 제일 무서워하는지 이런 것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라며 "아주 작은 권한조차도 어마어마한 권력으로 부풀려서 행사할 줄 아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다. 자기의 과거력이나 이런 것들을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하고 이런 것들이 별다른 지지기반 없는 두 사람에게는 굉장히 강한 공포를 유발했을 수 있고 이런 거에 조금 더 빨리 무력화되어서 순응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다"라며 상훈 씨가 이 씨에 저항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누구나 다 나올 수 있고 나오면 된다고 이야기들을 하는데 이를 탈출 신화라고 한다. 이는 심리적인 지배가 피해자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지식도 없는 경우에는 아주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속적이고 축적적이고 누적적인 그들과의 관계를 잘 파악하지 못한다면 가해자에게 어떠한 책임도 없어 보이는 사건이다. 하지만 그다음의 피해라는 것은 사망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라고 이 같은 사건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그리고 피해자보다 우위에 있는 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을 상대로 해서 그 우위에 있는 점을 이용해서 심리적 지배를 하는 것, 이런 약자들이 당하고 있는 거듭 해서 발생하고 있는 심리적 지배 피해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인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나날이 늘고 있는 가스라이팅 범죄를 언급하며 정서적 학대가 얼마나 큰지 파악하는 매뉴얼이 있는 해외와 달리 이 같은 범죄를 조사하는 매뉴얼조차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시스템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지배해 피해를 입히는 가스라이팅 범죄를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먹잇감을 향한 범죄자들의 욕망은 바로 우리를 덮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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