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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타이완 반도체, '친미 행보'로 더 강해진다?…TSMC가 타이완을 지키는 방법

[경제자유살롱] 친미 민진당의 승리, 타이완 해협 위험해지나?…'중국의 몽니' 경제 제재의 효과는?

경제자유살롱

안녕하세요. SBS 손승욱 기자입니다.

이번 타이완 총통 선거 결과 '친미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5월 라이칭더의 취임을 계기로 '중국의 몽니'가 시작되고, 타이완 해협의 파고가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타이완 사람들이 질려서 다음 선거 때 '친중' 국민당을 찍도록 4년 내내 해협에 불안감을 조성할 것이다" "타이완 해협에서 전쟁이 나면 한국 GDP의 23%가 줄어들 것이다"라는 불안한 이야기들이 오고 갑니다. 실제로 그렇게 될까요?

오늘은 현 차이잉원 총통보다 더 강하게 '타이완 독립'을 외치는 라이칭더 취임 이후의 세상을 짚어보겠습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전문가들의 분석 가운데 '경제 이야기'만 모았습니다.
 

TSMC, 타이완을 지키는 신산(神山)

타이완에서 세계 1위 파운드리 반도체 회사 TSMC를 '호국신산(護國神山)'이라고 부릅니다. TSMC는 애플, 엔비디아, 퀠컴 등 세계 최고의 미국 기업들 뿐 아니라 일본, 중국 기업들이 주문한 시스템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중요한 회사입니다. 바로 이런 회사의 공장이 타이완에 있기 때문에 그 어떤 나라도 함부로 미사일을 날릴 수 없을 거라는 판단이 '호국신산'이라는 별명을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도 TSMC는 선거 쟁점의 한복판에 섰습니다. 친미 민진당 후보는 "TSMC 공장을 타이완 내에 증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민진당은 "TSMC 공장이 타이완에 있어야 미국이 군사적으로 지켜줄 수 있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반면 친중 국민당 후보는 'TSMC의 해외 진출'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박수현 KB증권 아시아시장팀장
"(TSMC 문제가) 국제 정치와 국방과 또 연결이 됩니다. 친미 성향의 민진당 입장에서는 국방 전략을 "미국이랑 거의 한 몸으로 간다"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TSMC의 대만 생산 기지가 커질수록 미국 입장에서는 대만의 국방을 조금 더 강화해야 되는 여지가 생길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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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민진당이 승리한 뒤 "TSMC가 흔들리고 한국 반도체가 좋아질 수 있다"고 일부에서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TSMC가 민진당의 뜻대로 타이완에 무게 중심을 두면 둘수록 '타이완 해협에 대한 안보 위협'에 취약해질 수 있고, 그래서 한국 반도체가 더 수주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일부 전문가들이 "단기적으로는 한국에 호재다"라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니까 (세계적인 기업들이) 주문을 TSMC 주지 않고, 삼성한테 줄 수 있다는 건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건 너무 단편적으로 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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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려 TSMC는 더 강해진다?

반대로 TSMC와 타이완 반도체 기업들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민진당의 승리로 인한 '친미 효과'로 TSMC가 미국과 유럽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TSMC가 '친미 진영 반도체 공급망 협력'의 상징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 TSMC는 - 신산(神山)으로서 타이완에 공장을 짓고 타이완을 지켜야 하는 임무와는 별개로 - 이미 미국 애리조나에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공장을 짓고 있고, 일본 구마모토 현에도, 독일의 드레스덴에도 연이어 공장을 짓기 시작하면서 발 빠르게 '공급망 공조'를 추진해왔습니다.

스프 경제자유살롱 CG (최종)

특히 주요 반도체 공장들은 '공조의 상징'답게 현지 기업들과 합작으로 세워졌습니다. 총 5조 원을 투자해 독일에 짓게 될 공장의 경우 독일 반도체기업 인피니온,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 NXP, 독일 부품업체 보쉬와 조인트벤처를 세워 공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물론 운영은 TSMC가 하지만, 독일과 네덜란드가 한 팀이 되는 겁니다.

일본 공장 역시 마찬가집니다. 곧 1차 반도체 공장이 완성된다고 알려진 구마모토 공장의 경우 일본 전자회사 소니, 자동차 부품회사 덴소 등과 합작법인 JASM을 설립한 뒤 공사를 진행해왔습니다.

반도체를 매개로 미국, 일본, 독일 등 자유진영 국가들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된 겁니다.

이런 성과는 '타이완 문제는 중국 국내 문제이니 상관 말라'는 중국 정부의 주장에 맞서 '타이완 문제는 국제 문제다'라고 세계 각국을 설득하고 있는 현 차이잉원 정부와 다음 라이칭더 정부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타이완 반도체의 '대미 수출 비중'을 감안하면 -비록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더라도- 민진당의 '친미 효과'는 TSMC의 매출과 영향력을 더 빠르게 높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박수현 KB증권 아시아시장팀장은 "타이완 반도체의 중국 수출 비중이 줄어들고, 미국 수출 비중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박수현 KB증권 아시아시장팀장
"반도체 같은 경우에는 대만에서 가장 큰 수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주요 수출국이 어딘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한데요. 이것도 사실 역전된 게 맞습니다. 원래는 중국으로 나가는 비중이 상당히 압도적이었는데 비중이 미국으로 조금 많이 넘어가고 있고요. 민진당이 되면 반도체에서 대미 수출이 대만에서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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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제재" 효과는 글쎄..

물론 이번 선거로 인해 TSMC와 타이완 반도체, 타이완 경제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바로 '중국의 몽니'입니다.

중국은 친미 민진당의 승리로, 자존심뿐 아니라 타이완과의 경제 협력 분위기가 앞으로 더 망가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 속에서 타이완의 크고 작은 반도체 회사들로부터 (합법적이든 아니든) 도움을 받고자 했던 중국의 생각이 이번 총선으로 더 틀어져 버렸다고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의 설명입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실질적으로 중국은 지금 TSMC의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중국이 지금 40나노, 60나노 이런 거는 굉장히 많이 생산을 하고 있고, 잘 쓰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보통 20나노 이하 특히 미국 상무부가 규범하고 있는 14나노 이하는 중국 내부에서 못 하잖아요. 얼마 전에 화웨이가 7나노 반도체를 탑재했다가 알고 보니까 아니다, 기다 말이 많았잖아요. 아직 그 능력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당분간은 고사양 반도체는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중국의 입장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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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국민당이 당선될 때까지' '민진당이 중국과 협력할 때까지' 혹은 '무력으로 점령할 때까지' 타이완과의 긴장관계를 높이면서 계속 압박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겁니다.

긴장 관계를 높이는 방법은 1) 이미 천명한 경제 제재 2) 타이완 해협에서 무력 충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먼저 "중국의 경제 제재가 얼마나 먹힐 수 있을까"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민진당이 타이완 독립 입장을 고수하면서 생각을 바꾸기를 거부할 경우 관련 부서가 규정에 따라 추가적 조치를 취할 것을 지지한다"라면서 경제 제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제 제재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합니다. 강준영 교수의 분석입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주로 대만의 농산물이나 전자제품 교역도 많이 하긴 합니다. 경제 제재라는 게 그런 분야에서는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반도체 제재는 할 수가 없죠. 반도체는 중국이 필요한 겁니다. 중국이 어떻게 나오든 타이완은 자신이 있는 거예요. 중국이 충분히 다양한 형태의 압박을 할 수 있지만, 어떤 수준 이상의 경제 제재는 자신들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거기까지 가지 못할 겁니다. 실질적으로 (중국의) 경제 제재 때문에 타이완이 결정적인 문제가 생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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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국적의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반도체뿐 아니라 농산품에 대한 중국의 경제제재 역시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지금 대만도 중국 의존도를 점차 줄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 대한 수출 가운데 반도체가 30% 정도 되고요. 나머지는 농수산품도 있고, 석유화학도 있는데 단일 품목으로 6% 이상을 차지하는 게 없습니다. 그만큼 영향력이 굉장히 미미하다라고 보시면 되고요. 특히 농수산품 같은 경우는 이미 중국이 대만산 파인애플, 대만산 망고에 대해서 농약 기준치를 이유로 수입을 못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8년 동안 차이잉원 정부에서 이런 농수산품 수출을 일본으로 돌리는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점차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낮아졌다고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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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작정하고 제재하면 경제적 피해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중국이 그렇게 큰 소리를 칠 정도로 타이완 경제가 취약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타이완 해협의 파고(波高)

남은 건 중국이 '타이완 해협 무력 충돌'에 나서는 방법으로 타이완을 압박하는 겁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전문가들의 '타이완 해협 충돌'에 대한 전망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4년 뒤 친중 국민당의 승리를 위한 여론몰이'를 위해 중국의 몽니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불안 심리를 계속 자극할 겁니다. "내가 사업을 할 수 있겠어?" "장사를 할 수 있겠어?" 라는 불안 심리가 생기도록 할 겁니다. 경제적인 제재도 계속하겠죠. 무력시위, 군사시위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다음 총선이 있는) 4년 뒤까지 계속 지속적으로 일어나면서 심리적인 압박감을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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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기본적으로는 민주진보당 후보는 대만 독립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만에 대한 상시적 위협, 실질적인 공격이나 이런 걸 하지 않더라도 상시적 위협의 빈도와 강도는 훨씬 더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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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본격적인 타이완 침공설에 대해서는 "중국도 잃을 것이 많다" "중국은 스스로의 성장에 의한 흡수 통일을 가장 바람직하게 본다" "미국이 뒤에 있는데 쉽게 전쟁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의 국민당 후보가 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인 양안 관계를 끌고 가는 데 유리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중국은 시간은 중국 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장기적으로 가면 결국은 자연스럽게 올 거다. 그래서 무력 침공보다는 자연스러운 흡수 이쪽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아닌가 판단합니다. 중국 내부에서도 무력으로 침공을 하면, 물론 변수가 다양하지만 중국이 이긴다는 법은 없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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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타이완 침공설에 대해) 일단은 저는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긴장감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리려고 할 겁니다. 여론전입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경제도 안 좋아지면 진짜 바꾸자는 심리가 생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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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 보면, 전쟁까지 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타이완 해협의 무력 충돌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는 겁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전쟁까지 가지 않고, 지역적인 군사 충돌 수준에 머물더라도 자칫 우리 경제는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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