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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왕 게임'이 프랑스에도 있었네? : 갈레뜨 데 루아와 달콤한 주정강화 와인

[와인의슾] (글 : 이영라 대표)

스프 와인의슾

새해가 밝았다. 우리가 신년에 떡국을 챙겨서 먹듯 프랑스에서는 매년 1월에 꼭 챙겨서 먹는 음식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갈레뜨 데 루아(Galette des rois: 왕의 파이)이다. 정확히는 주현절(1월 첫째 주 일요일)에 예수의 출현을 기념하며 먹는 전통음식인데 지금은 프랑스에서 1월 내내 가족이나 친구 모임에서 신년을 축복하며 나눠먹는 디저트로 자리매김했다.

출처 : 유튜브 ‘SPC 컬리너리 아카데미’

갈레뜨 데 루아의 최초 기원은 고대 로마에서 농업의 신인 사투르누스에게 바치는 축제 기간에 왕 뽑기 놀이를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파이로 추정된다. 이 때는 파이 안에 잠두콩(feve)을 숨겼는데, 잠두콩을 넣었던 이유는 봄에 가장 먼저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식물이어서 탄생, 다산을 상징하기 때문이었다.

중세 이후 성경에서 등장하는 동방박사 3인이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인 주현절(1월 6일)에 먹는 것으로 그 취지가 바뀌었는데, 19세기말부터는 잠두콩이 아닌 비슷한 사이즈의 도자기 인형으로 바뀌었지만 이름은 지금도 그대로 페브(feve)로 불린다. 이 도자기로 만든 페브를 매년 모으는 사람들도 있다.

바삭하고 버터 풍미 가득한 2겹의 퍼프 페이스트리 안에 고소한 아몬드 크림(프랑지판)을 채우고 페브를 숨겨 굽는다. 페브가 들어있는 조각을 먹는 사람이 그날의 왕이 되는 것이고, 왕관을 씌워 준 후 그날은 그 사람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게 되어 있다. 신년회에서 좋은 사람들과 왕의 파이를 나눠 먹으면서 곁들이면 좋은 와인은 역시 기분 좋은 달콤함을 갖춘 디저트 와인일 것이다. 식후에 달콤한 디저트나 과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주류가 있지만 견과류와 버터 풍미가 두툼하게 작렬하는 갈레뜨 데 루아에는 주정강화 와인을 추천하고 싶다.

스프 와인의슾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주정강화 와인(fortified wine)은 발효 중 또는 발효가 완성된 와인에 주정/에탄올을 첨가하여 알코올 함량을 높인 와인이다. 알코올 함량이 보통 15~20% 사이이고 농밀한 단맛과 은은한 산미가 있어 식전주나 디저트와 함께 즐긴다. 일반적으로 개봉 후 1~2개월은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보관도 용이하고 몇몇 빈티지 포트와인은 3~40년을 묵혀서 더욱 녹진하고 깊은 단맛을 즐기기도 한다.

대표적인 주정강화 와인인 포트(Port)와 셰리(Sherry)는 100년 전쟁으로 프랑스와 사이가 나빠진 영국이 보르도 와인 대신 포르투갈과 스페인 와인을 대체품으로 소비했기 때문에 대중화되었다. 보르도보다 수입 경로가 훨씬 멀어졌기 때문에 변질을 막기 위해 주정-브랜디를 첨가한 것이 주효했다. 운송 과정에서 와인의 변질을 막아줌은 물론이고 오크통이 후덥지근한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서 복합적인 풍미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특색 있는 식전주나 식후주로 인기가 많아졌다. 물론 그 이전에도 주정강화 와인은 존재했는데 13세기 후반에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 학장이 발효과정 중 브랜디를 첨가해 발효를 멈추는 뮈타쥬(Mutage) 방식을 발견하면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단맛의 뱅 두 나튀렐(Vin Doux Naturels)이 그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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