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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독자 여러분은 혹시 도파민 중독인가요?


스프 마부뉴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최근 집에 있는 데스크톱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거의 1주일 동안 컴퓨터를 강제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퇴근해서 컴퓨터 게임 한 시간 정도 하면서 도파민 폭발 파바밧하며 즐기는 게 낙인데 말이죠. 그걸 할 수 없게 되니까 정말 힘들어 죽겠더라고요�� A/S는 불렀는데 묵묵부답이지, 정말 속 터지는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한 번 즐겨보자 싶은 마음에 책상 한 편에 쌓여있던 책들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한 3일쯤 지나니까 컴퓨터 없이도 살겠더라고요. 오랜만에 독서의 재미도 느끼면서, 컴퓨터와 인터넷의 재미가 그렇게 절대적인 건 아니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 컴퓨터뿐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소셜미디어 같이 도파민 범벅인 미디어가 우리 주변에 너무 많긴 하잖아요. 침대에 누워서 쇼츠 돌려보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가버리는 맛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덧없다는 생각도 들죠.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도파민 중독에 대해 준비해 봤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 중독과 도파민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데이터를 통해 정리해 봤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혹시 도파민 중독인가요?

여기도 도파민, 저기도 도파민

새해를 앞두면 다양한 기관에서 2023년 소비 트렌드 결산하거나, 다가올 2024년의 소비 트렌드를 예측해 보는 보고서를 발표하곤 합니다.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2024년의 소비 트렌드를 키워드 10개로 정리했는데, 그중 하나가 '도파밍'이었습니다. 특정 기관에서 만들어낸 신조어인 만큼 '도파밍'이라는 키워드 자체에 크게 의미 부여를 할 필요는 없지만, 도파민에 대한 관심이 작년부터 올해까지 주욱 이어지고 있다는 흐름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사실일 겁니다.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도파민과 파밍을 결합해 '도파밍'이라는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게임을 좋아한다면 파밍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텐데, 보통 파밍은 게임에서 아이템을 얻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게임 속에서 반복적인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이 과정이 마치 농사를 짓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파밍이라는 이름이 붙었죠. '도파밍'은 소비자들이 도파민을 추구하고 찾아다니는 현상을 표현한 거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사람들이 도파민을 추구하고 찾아다니는 모습은 아마 독자 여러분에게도 낯선 상황이 아닐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파민 가득한 콘텐츠를 추천받으면서 도파민 폭발을 경험하고 싶어 하니까요. 새로운 앨범을 들고 컴백하는 아이돌들의 기사에서도, 또 TV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기사에서도 우리들은 도파민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도파민을 자극하고, 또 소비자들은 그런 도파민을 찾아다니고… 끝없이 반복되는 도파민의 무한궤도가 굴러가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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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살펴봐도 도파민 단어 사용량의 증가는 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오늘도 등장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데이터입니다. 위에 그려진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990년부터 2024년까지, 주요 언론사에서 사용한 도파민 키워드는 증가 추세입니다. 특히 2023년엔 934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어요. 빅카인즈의 분석 대상이 되는 주요 언론사 리스트에는 연예지가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론뿐 아니라 소셜미디어에서도 도파민 키워드는 급상승했어요. 생활변화관측소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1월엔 도파민 언급량이 2,200건에 불과했는데, 2023년 10월엔 그 규모가 6만 6,122건을 돌파했어요. 무려 30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연관 단어들을 보더라도 과거엔 운동이나 음식 같은 단어가 등장했지만, 최근엔 유튜브, 쇼츠, 영화, 음악, 연애 등 다양한 영역의 키워드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상 도파민이라는 단어를 재미와 쾌락과 동의어로 사용하는 추세죠.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는 도파민을 피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너무 재미있는 것만 추구하고, 쾌락에만 빠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두고 '도파민 중독'은 아닌 건지 염려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고요. 도파민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의 또 다른 욕망은 '도파민 디톡스', '도파민 단식'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습니다. 쾌락과 재미에만 절여져 있는 삶에서 벗어나고픈 사람들. 그런데 정말 우리들은 도파민을 멀리해도 되는 걸까요?

도파민은 죄가 없다? 도파민은 '동기 부여' 호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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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은 우리 뇌에서 생성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입니다. 신경전달물질은 신경 세포에서 분비되는 일종의 신호 물질인데, 아드레날린이나 엔도르핀, 세로토닌 같은 호르몬들이 대표적이죠. 도파민은 보통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운동을 하고 나서, 혹은 성관계를 가질 때에 방출됩니다. 회사에서 승진을 하는 것처럼 무언가 성공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겪을 때도 도파민이 나와요. 그리고 마약을 투약할 경우에 겪게 되는 쾌락도 역시 도파민 때문이죠.

이렇게만 보면 도파민이 보상 그 자체의 쾌락에 역할을 하는 물질로 인식하기 쉬운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 도파민은 보상 자체보다는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 부여에 큰 역할을 하거든요. 위의 그림에도 나와 있지만 도파민은 기능을 수행하고, 학습, 보상, 동기 부여 등 다양한 기능에 관여하는 친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파민 그 자체는 본질적으로 선하거나 악한 녀석이 아닌 거죠.
물론 보상의 재미, 쾌락 그 자체에 중독되는 건 심각한 일입니다. 마약이나 약물에 중독돼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치료가 필요하죠. 하지만 중독은 일반적인 도파민보다 더 상위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있지만 그중 2~3% 정도만이 인터넷 게임 장애를 겪고 있고, 음란물을 시청하는 사람들 중 2~3%만 음란물 중독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도파민이 중독에 관여를 하는 건 사실이지만, 중독이 도파민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지나친 단순화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도파민은 평상시에도 우리 뇌 속에서 분비되고 있고, 우리가 공부하고 학습하고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주는 친구거든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도파민을 절제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걸까요?

소셜미디어 속엔 도파민이 가득

일반적으로 중독에 있어서 가장 큰 위험 요소 중 하나는 중독 대상에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그런데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중독 대상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죠. 스마트폰만 이용하면 너무나도 쉽게 쾌락과 재미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다른 중독 대상을 향한 통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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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간한 2022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자료를 봐 볼게요.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2년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이용자 중 23.6%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조사됐습니다. 참고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1년 연속 위험군 비율은 증가했어요. 다행히 이번 조사에선 2021년(24.2%) 조사 때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4명 중 1명 꼴로 과의존 위험군이라는 건 상당히 높은 수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은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위험군 비율이 40%를 넘기기도 했고요.

스마트폰을 안 보면 불안해지고, 한 번 손에 쥐고 소셜미디어 속 쇼츠나 릴스를 보기 시작하면 2~3시간 훌쩍 지나가는 상황이 이어지자 사람들은 그 반작용으로 도파민, 엄밀히 말하면 디지털 쾌락을 멀리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온전한 집중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반납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북카페도 등장할 정도죠. 작년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도둑맞은 집중력', 그리고 성인 ADHD 테스트의 유행에서도 도파민 디톡스와 디지털 디톡스에 대한 관심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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