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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끝나지 않은 참사…피해자들은 기업과 정부 책임을 거듭 묻는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1심 재판 무죄 받았던 SK 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임원 등 2심 유죄 선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진실 규명의 때를 놓치면 뒤늦게 바로잡거나 피해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현재 확인된 것만 1,262명이 숨지고 5,691명이 피해를 입은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바로 그 사례입니다. (신고 기준 1,835명 사망, 7,877명 피해)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부터 유통됐지만 2011년 피해 사실이 공론화됐고 배보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문제 해결이 지연된 가장 큰 이유는 가습기살균제 업체들에게 신속히 책임을 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옥시의 전직 대표는 과실치사 등 혐의로 2018년 징역 6년이 확정됐지만, 같은 혐의를 받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전직 대표들은 3년 전 1심에서 무죄를 받았습니다. 이들에 대해 지난 11일 2심 법원은 "전 국민을 상대로 가습기살균제의 만성 흡입독성 시험이 행해진 사건"이라며 금고 4년형을 선고했지만, 피해자들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기업의 책임은 무엇인지, 왜 이렇게까지 오랜 시일이 걸리고 있는 것인지, 그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인체무해'라는 거짓말…"안전성 검사 없었다"

더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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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위해, 온 가족의 건강을 위해 가습기엔 꼭 살균제를 넣자는 광고들입니다. 1994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에서 '가습기메이트'라는 제품을 출시하며 낸 일간지 광고인데, 인체에 무해하다는 문구가 선명합니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는 인체에 유해했고, 광고를 믿은 소비자들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습니다.

1월 11일 2심 법원은 "어떠한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상품화 결정을 내려 업무상 과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불특정 다수가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큰 고통을 겪었고 상당수 피해자는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피해를 입는 등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유공은 독성 시험을 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을 무시하며 CMIT·MIT 성분 제품을 출시했고, 서울대에서 문제 소지가 있어 실험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음에도 제품을 계속 판매했습니다.

1심 무죄 판결을 뒤엎고 SK케미칼 등 전직 대표들의 형사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지만 피해자들은 임직원 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16일 기자회견을 연 피해자단체는 "SK는 여러 종류의 제품을 만들어 팔았고 PHMG와 CMIT 성분 제품의 살균원료를 공급한 참사의 주범"이라면서 "그룹 하수인만이 아니라 SK그룹 차원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동시에 참사의 또 다른 주체인 정부책임자들에 대해서는 단 한 명도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습니다.
박혜정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미국에서는 수돗물도 초음파 가습기로 분무해 흡입하면 위험하다고 증류수를 쓰게 했다고 해요. 흡입하면 독성이 있는데도 원료 특허를 내준 정부도 잘못이고, 특허 내고 원료를 만들어 공급한 SK 측과 판매한 모든 기업들에게 책임이 있죠."

"참사 초기 PHMG 성분, 외국계 기업, 폐질환 등 일부 피해에 초점이 맞춰졌어요. 이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정부나 가해 기업의 책임이 축소됐고, 특히 국내 기업들이 면죄부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2심에선 유죄가 나왔지만 SK 측이 바로 상고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2천여 명이 숨졌는데 금고 4년에 법정구속도 하지 않은 건 이해가 되지 않고요, 검찰이 맞상고하지 않으면 오히려 형이 줄어들까 걱정됩니다."
 

"정부 늑장에 사라진 기업의 '허위 광고' 책임"

왜 이렇게 책임 규명에 오랜 기간이 걸린 것일까. 과거 공정위 재직 시절 가습기살균제 조사 관련 문제제기에 나섰던 유선주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에게 물었습니다.

Q. 가습기살균제 참사 책임 규명이 늦어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정부가 이리저리 쪼개고 시간을 끌며 그 책임을 희석시켰다고 생각해요. 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수면으로 떠올랐을 때 규제 대상이 외국 기업, 피해자는 폐 질환, 성분은 PHMG로만 축소되고 쪼개지며 나머지가 무력화됐습니다. 피해자와 가습기살균제, 성분 관련 정보를 가지고 있던 정부가 전방위 조사에 나섰어야 해요. 가령 제가 사용했던 고체형 가습기살균제는 조사에서 아예 빠졌는데, 나중에 성분 자료를 보니 더 유해하더라고요. 성분 자료에 위험성이 적혀 있었는데도 아이에게 안전하다고 광고했으니 표시광고법 위반인데, 실험이나 광고 조사가 일부 성분에만 국한됐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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