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 연구원, '18나노 공정 기술'도 유출…영장은 기각

<앵커>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전 수석 연구원의 구속 영장이 기각됐습니다. 재판부는 증거가 상당히 확보됐다면서도,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이 연구원이 또 다른 반도체 공정의 설계 자료도 가지고 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김지욱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검은 모자를 눌러쓴 남성이 법원 밖으로 나옵니다.

지난 2014년 삼성전자가 개발한 20나노급 D램 반도체 공정 기술도를 중국 반도체 업체 '청두가오전'으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전 연구원 A 씨입니다.

[A 씨/삼성전자 전 수석연구원 : (양심의 가책 못 느끼세요?) ……. (기술 왜 갖고 나가셨어요?) …….]

경찰은 영장 실질 심사에서 A 씨로부터 압수한 18나노급 D램 관련 공정 설계 자료 일부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코드명 '파스칼'로도 불리는 이 D램 기술은 20나노급 D램의 상위 기술입니다.

경찰이 입수한 청두가오전의 20나노급 반도체 완제품에는 18나노급 생산 기술도 일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또 A 씨로부터 16나노급 D램에 대한 개발 계획이 담긴 서류까지 확보해 함께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A 씨는 법정에서 "자료를 유출한 게 아니라 기억에 의존해 기술도의 초안을 작성한 거"라며 "다른 엔지니어들도 함께 작성에 참여했다"고 주장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압수한 공정 설계 자료가 삼성전자 것과 똑같고, 수십 자리 영어와 암호들로 이뤄져 있는 만큼 기억에 의존했다는 해명은 믿을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법원은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관련 증거 상당수가 확보됐다면서도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범죄 전력이 없으며 수사에 성실히 응해 왔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

경찰은 조간만 법리를 보완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입니다.

또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청두가오전 대표 최 모 씨를 조만간 소환해 A 씨와의 공모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나갈 방침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윤 형, 영상편집 : 소지혜)